상실의 시대 - Norwegian W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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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원작을 읽지 못했다. 조금 부끄럽지만, 소설 원작의 영화는 영화부터 보는 습관이 있어 다행스럽기도 했다. 이제 차차 읽어 볼 생각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해, 원작을 아직 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그리 좋은 영화로 보이지 않았다. 원작을 읽는다면 지금과는 생각이 조금 달라질까? 하지만 아마 그러기는 힘들 것 같다. 

  영화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영화화 했다는 점만으로도 흥미롭지만(동시에 굉장히 위험해조이지만) 나는 무엇보다 비틀즈의 음악을 최초로 영화에 삽입했다는 점이 구미를 당겼다. 하지만 영화는 그 귀한 음악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지는 못하는 듯 보였다. 그래서 음악이 흐르는 딱 끊겨버리는 순간 순간(그것도 매우 짧게, 빨리) 나는 여지 없이 맥이 빠져 버렸다. 그렇다고 화면이 담는 풍광이나 미장센이 좋았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대사들은 좋았지만, 그것은 이미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의 텍스트 안에 존재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당연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럼에도 그 대사들이 가장 적재적소에 들어가 박혔냐하면 그도 아니란 생각이다. 그 좋은 대사들이 상황이나 분위기에 맞지는 못한 채 붕붕 뜬 기분이다. 귀동냥으로 전해들은 바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는 청춘의 불안과 혼란을 담고 있어 이 책으로 자신의 청춘을 보낸 사람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청춘의 불안과 혼란이 아니었다. 단순한 사랑, 아니 사랑보다는 조금 더 가벼운 것에 지나지 않는 감정들의 복잡 미묘함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대부분이 성적인 것으로 승화되어버렸다. 모든 것이 성관계를 통해 모아지는, 그런 느낌이 영화의 전체 느낌이었다. 

  아쉬웠다. 역시 명작을 영화화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고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어떠했는지 어서 빨리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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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미라클 러브스토리 - Ultra Miracle Love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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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같은 러브 스토리란,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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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미라클 러브스토리 - Ultra Miracle Love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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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기 전 나는, 순수하게 마츠야마 켄이치의 바보 연기가 기대 되었고, 일본의 서정적인 감성에 젖고 싶었고, 미라클한 러브스토리에 빠지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마츠야마 켄이치의 새로운 모습, 정말 순수한 바보 연기를 볼 수 있었고, 조용한 농촌의 풍경 속 서정적인 일본 특유의 감성에 젖기도 했다. 하지만 미라클한 러브스토리에 빠지기에는 약간의 장애물이 있었었다. 그것은 이 영화가 사랑에 대해 너무나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영화는 사랑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남들보다 작은 뇌를 가져, 저능아인 요진은 할머니와 농사를 짓고 야채를 팔며 살아간다. 그러다 도시에서 내려와 아이들을 돌보게 된 마치코 선생님을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저능아인 요진과는 대화조차도 불가능하니, 사랑 또한 불가능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자신의 얼굴에 뿌려진 농약 덕분에(?) 요진은 한동안 제정신으로 평범한 대화가 가능하게 되고 이로 인해 마치코 선생님도 요진에게 서서히 마음을 연다. 그래서 요진은 주기적으로 자신의 몸에 농약을 뿌리게 된다. 그래야 마치코 선생님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연민인지 진짜 사랑인지 모르겠지만 마치코는 요진과 함께 살게 되고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요진은 죽게 된다. 하지만 요진은 자신의 뇌를 마치코 선생님에게 줄것을 요구하고 요진의 뇌를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놀이를 하는 모습을 후반에 볼 수 있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 장면, 숲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새끼 곰에게 요진의 뇌를 던져주고 곰이 그것을 먹는다. 여기서 나는 일본은 참, 은유의 비유, 상징에도 탁월한 능력을 가졌지만 어떤 것에서는 굉장히 직접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것을 느꼈다. 사랑을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님을 충격적이지만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충격적인 엔딩 덕분인지, 영화는 쉽사리 지나칠 수 없는 영화가 되어버린다. 잔잔하고 서정적으로 흐르던 중반까지도, 자신의 몸에 농약을 뿌려 마치코와 대화를 나누던 모습의 요진을 볼 때만 해도 사랑에 대한 희생을 보여주는 착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조금은 섬뜩한 영화였다. 하지만 이 섬뜩함이 주는 영화의 메세지도 그렇고 풀어내는 다소 직접적인 방식도 그렇고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마츠야마 켄이치가 젋은 나이에 꽤나 좋은 연기를 하고 있단 생각이 드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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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카피하다 - Certified Co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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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 만들어내는 시간, 시간이 만들어내는 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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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카피하다 - Certified Co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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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은 참 빨리도 흘러갔다. 엔딩 크래딧이 오를 때 살짝 당혹스럽기까지 했던 것 같다. 특별한 사건 없이 시간의 흐름대로 잔잔하게 흘러가던 영화는 중반 고개를 갸우뚱하게도 했지만, (결국 그 이유나 의미는 준요치 않게 되어버렸단 생각이지만) 둘이 나누던 대화 자체로 영화는 마치 소설처럼, 우리에게 인생을 들려준다.   

  영화는 한정되고 제한 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길다면 긴 인생으로 치자면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을 담아내고 있다. 하루도 채 지나지 못한 시간 속에서 그와 그녀가 짧은 시간 이동하는 공간과, 둘이 나누게 되는 대화들, 그것을 밀착하여 보고 있자니 마치 그들의 인생을 전부 들여다본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아주 먼 사이였다가, 혹은 아주 오래된 부부였다가, 티격태격 감정 싸움을 했다가 또 다시 추억에 물들어 행복해하다가. 영화는 특별한 기승전결 없이 알 듯 말듯 흘러가지만 거기에 담겨진 순간은 마치 삶의 영원을 보여주는 듯 했다. 어쨋든 순간들이 시간을 만들어가는 것이니 말이다. 

  이 영화는 꽤 많은 영화들이 그러하 듯, 나이가 조금 더 든 후, 더 많은 사랑을 해보고 또 더 많은 시간 인생을 살아보았을 때에 더욱 깊이 다가올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그들의 대화를 영화 전체를 전부 느껴내지 못한 것 같다. 그래, 조금은 어려운 영화였다. 하지만, 그래서 두고 두고 회자 될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할 것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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