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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바우솔 작은 어린이 4
이창형 글, 김재홍 그림 / 바우솔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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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목 : 그 섬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저자 : 이 창형
출판사 : 바우솔

살아 있는 전설이라 함은 이런 이야기를 두고 하는 말 일게다. 남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이스터섬에서 실제 있었던 이야기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옛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모아이'라는 돌덩이만 남기고 생명이 살 수 없이 황폐해진 작은 섬의 옛 이야기가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도 그대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 숨쉬는 거라고는 앵무새와 뜸부기, 왜가리들, 그리고 나무가 전부인 고요한 섬에, 어느 날 사람들이 들어 왔다. 그들은 나무를 잘라 집을 짓고, 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나무를 잘라 고기잡이배를 만든다. 나날히 점점 더 큰 밭과 큰배를 만들어 먹을 게 풍부해지자 모두들 행복했다.

이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은 액운으로부터 마을을 지켜 준다는 '모아이'라는 돌 조각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욕심쟁이 추장들은 다른 마을 보다 더 큰 모아이를 만들기 위해 바위를 아주 크게 잘라냈다. 그리고 그 바위를 옮기기 위해 수많은 나무들을 베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오직 모아이를 만드는데 정신을 쏟고 있을 때, 푸아푸아 추장만이 황폐해져 가는 섬을 걱정한다. 결국 푸아푸아 추장은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과 함께 작은 섬으로 떠난다. 이스터 섬에 남아 계속해서 모아이를 만들던 사람들에게 어느 날 폭풍우가 쏟아지고, 태양을 가릴 나무 한 그루조차 남아 있지 않게 된다. 나무가 사라지자 기름지던 흙이 빗물에 씻겨 돌만 남아, 씨를 뿌려도 자랄 리 없고 고기잡이배를 만들 수도 없다. 시간이 지나자 죽음의 공포가 온 섬을 뒤덮는다.

현재 이스터 섬은 칠레 땅이며, 섬에 살고 있는 사람은 2천 명쯤 된다. 제주도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작은 섬이지만, 돌 조각상인 모아이 때문에 유명한 섬이다. 가장 큰 모아이는 높이가 10미터에 무게가 90톤에 이른다. 1722년 네덜란드 탐험가 로헤벤이 첫 번째 방문한 유럽 사람 이였는데, 메마른 땅에 나무도 거의 없이 많은 돌 조각상만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과연 누가 이 조각상들을 만들었으며 어떻게 옮기고 세웠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외계인이나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문명인이 있을 거란 이야기도 생겼다.
그러나 학자들에 따르면 이스터 섬도 평범한 다른 섬들과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무인도였던 섬에 사람이 살기 시작하고, 의식주에 필요한 자연만 이용했을 땐 별문제 없이 평화로웠다. 인간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 것을 거부하고 자신들의 안위만 생각하여 '모아이' 라는 돌 조각상을 경쟁적으로 만들어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이것은 과거 이스터 섬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오염된 환경으로 인해 기영아가 발생하고 아토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급증하고 있으며 시냇물이 사라지고 있는 따위의 현상들을 직접경험하기도 하고, 매체를 통해 수 없이 듣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불감증에 걸린 사람들 모양 문명의 편리함을 쉽게 떨쳐 버리지 못한다. 환경문제는 일시적인 현상도 아니고 하루가 다르게 가속화되고 있는데도 강 건너 불 구경이다. 아이에게 비싼 과외는 마다하지 않으면서, 정작 아이의 건강을 위해 유기농 농산물에는 가격 때문에 선 듯 손이 가지 않는다. 나무를 원료로 한 환경관련 서적을 읽는 것도 모순인데, 비닐 봉지하나 아끼지 않고, 물 받아 설거지하는 일을 번거롭게 여긴다.

모아이는 이스터 섬에 문화유산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사라진 섬에 남겨진 문화유산이란 외부인들을 위한 것이지 섬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에겐 재앙의 상징이다. 우리가 자연에 대해 좀더 진지한 자세를 취하고, 생존에 필요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일에서 환경 지키는 일을 우선시 해야 것이다. 인간이 이기심을 버리고 지구 속 모든 생명과 상생하려는 마음자세를 취할 때만이 급박히 변화는 환경문제에 대처할 수 있다고 본다.

환경관련 도서로써 이 책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를 갖고 있다. 모아이라는 돌 조각상이 주는 메시지는 실제이야기를 담고 있어 강렬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그와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무리가 없고 명확하다. 이렇듯 권장할 만한 소재로써 매끄럽고 명확하게 주제를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글쓴이의 지향하는 바가 컸던 것 같다. 그의 약력을 살펴보면 환경관련 일을 하면서, 관련서적을 번역하거나 쓰고 있다. 그린이 역시 인간과 환경에 대한 그림을 주로 그리고 있다.

글의 소재나 그림은 번역 동화같은 분위기이다. 다른 나라이야기를 동화로 만든 예도 드물지만, 명확한 주제가 들어 있는 예는 더욱 흔하지 않다. 그림 역시 이런 여러 정황에 맞게 잘 그려져 동화 속 내용들을 도와 주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용 도서지만 누구나 읽어야 할 필독도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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