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겐스가 다시 쓰는 사운드 오브 뮤직 과학자가 다시 쓰는 세계명작 6
정완상 지음 / 자음과모음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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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출판사 자음과 모음에서는 지난 봄 ‘과학자들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시리즈를 발간하였다. 전공분야 과학자들이 들려주는 형식으로 일반인들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어려운 과학이론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중 정완상이 쓴 ‘리만이 들려주는 4차원 기하학 이야기’를 읽었는데, 점과 선으로 시작하여 도형을 이루고 다각형들이 4차원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풀이해 놓고 있었다. 막연히 신비롭게 생각했던 4차원 세계의 실체를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같은 출판사에서 같은 저자들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과학자가 다시 쓰는 세계명작’ 시리즈 만들었다. ‘과학자가 다시 쓰는 세게명작’ 시리즈는  유명과학자가 세계명작에 숨어 있는 과학적 현상들을 풀이하는 형식이다. 처음 이 시리즈를 기획할 때,  저자는 원작의 아름다움을 깨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을 했다고 한다.

‘독자 여러분이 본문을 읽어 나가면서 원작과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원작의 흐름을 깨트리지 않으려고 아주 많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좀 더 정확한 묘사를 위해 약간의 살을 붙인 점도 없지 않습니다.‘

저자의 노력 덕분인지 스토리의 변형은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흥미롭게 기초과학을 배울 수 있으면서도 감동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호이겐스 가 다시 쓰는 사운드 오브 뮤직

줄리 앤드루스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로 유명한 <사운드 오브 뮤직>을 빛의 파동설을 수립한 물리학자 호이겐스가 다시 쓴다면 어떨까? 아름다운 음악을 연상 되는 <사운드 오브 뮤직>속에 숨겨진 과학적 사실들을 하나하나 선명하게 드러내기 시작한다. 소리의 파동에서부터 번개가 치는 이유, 진동수, 데시벨의 기원 따위의 과학적 상식과 더불어  소리와 악기가 전하는 음의 세계가 명쾌하게 보여준다.

그 중, 아이들을 호루라기로 부르는 트라프 대령과 이를 못 마땅히 여기는 마리아 선생님은 과학적 근거를 들어 설전을 버리는 대목이다.

“소리는 목구멍 속에 있는 성대를 떨게 하여 주위의 공기들을 떨게 하고, 그 떨림이 공기를 통해 퍼져 나가는 현상이오. 물론 소리를 듣는 것은 그러한 공기의 떨림이 귓속의 고막을 떨게 하는 과정이오. 그런데 이 거실은 아주 클 뿐만 아니라 가구들이 별로 없소. 가구들이고도 있다면 소리가 가구에 흡수되어 작게 들리겠지만 이곳은 그렇지 못하오. 당신이 일곱이나 되는 아이들 하나하나의 이름을 큰 소리로 불러 대면 이 큰 방에서는 소리가 울려 퍼지게 될 거요.”

“호루라기는 작은 통 속에서 공기를 떨게 해 작은 구명을 통해 그 떨림이 박으로 전달되거든요. 그런데 호루라기의 통이 너무 작기 때문에 귀에 거슬리는 높은음이 나오죠. 작은 통 속에서는 공기들이 아주 빠르게 떨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사랑스럽게 아이들을 부르는 목소리는 성대가 공기를 떨게 해 입 밖으로 퍼져 나가므로 높은음과 낮은 음이 섞여 있어 귀에 거슬리지 않는단 말이에요.”

파이만이 다시 쓰는 그림동화

20세기 후반, 과학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는 파인만이 <그림 동화>를 다시 쓴다면 어떨까? 저자 정완상은 양자전기역학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물리학자 파인만이 되어 <그림 동화>의 과학적 원리를 속속 밝혀낸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빨간모자, 늑대와 일곱 마리의 아기염소, 브레멘 음악대, 신데렐라 이렇게 6편의 명작을 싣고 있다.

백설공주에서 왕비을 죽이기 위해서 3가지 방법을 쓴다. 처음엔 허리띠로 졸라매고 다음엔 빗속에 독뱀을 숨긴다. 마지막으로 사과 속에 청산가리를 넣어 공주에게 먹게 한다. 이런 방법들이 어떻게 가능하면 얼마나 위험한가를 알려준다.

빨간모자에서는 물체가 색깔을 띠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건 그 모자가 빨간빛만 반사시키기 때문이란다. 우리가 물체를 볼 수 있는 것은 빛이 있기 때문이야. 그 빛이 물체에 반사되어 우리가 물체를 볼 수 있는 거지. 빛에는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남색, 보라색의 일곱 색깔의 빛이 있단다. 그런데 네 빨간 모자는 모든 색깔의 빛은 모두 흡수하지만 유독 빨간빛은 싫어해서 반사시킨단다. 그 반사된 빛이 우리들의 눈에 오니까 모자가 빨갛게 보이는 거란다.” 

튜링이 다시 쓰는 황금풍뎅이

유명한 추리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원작 <황금풍뎅이>을 컴퓨터의 발명자이자 현대 암호학 천재인 튜링이 다시 쓴다면 어떻게 될까? 저자  튜링이 되어 <황금풍뎅이> 속, 암호의 이론과 과학적 원리들을 풀어 놓았다.

책을 읽는 동안 주인공들과 함께 암호를 푸는 과정에 나도 모르게 참여하게 되었다. 황금풍뎅이에 숨겨진 비밀을 밝혀 보물을 찾아내는  줄거리 속에, 뜻을 알 수 없는 암호들이 등장하고 주인공들은 하나 둘 풀어나간다. 다양한 추리를 통해 암호의 기본 기법인 전위, 대체, 은닉, 빈도분석법을 알아가는 과정이 자못 흥미롭다.

이 외에도 광물에 관해서도 친구에게 설명하는 형식을 빌려 알려주고 있다.

“옛날 영국의 금장들은 금 합금을 녹여 만들 때 가장 적당한 비율이 3:1임을 알고, 우선 18캐럿(karat)의 순금을 달아 도가니에 넣고 여기에 은과 동을 섞어서 1온스로 만들었다네. 여기서 캐럿은 금 질량 단위로 약 1.29g이고, 그 18배에다 1온스의 합금을 만들려면 6캐럿의 은이나 동을 섞어야 하지. 그렇게 만든 합금을 사람들은 그냥 18캐럿으로 불렀던 거야. 그래서 원래는 금 질량 단위이던 캐럿(줄여서 K)이 나중에는 합금비율의 순도를 나타내는 용어가 되었던 거라구.”

여기에 옮긴 글 말고도 초등학생 수준에서 궁금해 할만한 이야기들, 태풍이 생기는 원인, 일식과 월식, 식물이 영양분을 만드는 과정, 피가 빨간 이유, 닭이 날지 못하는 이유, 고양이가 쥐나 생선을 좋아하는 까닭, 적도 지방 나무들도 나이테가 있을까?, 아침과 저녁에 발 크기가 달라지는 이유 따위의 과학상식이 이야기 속에 잘 스며들어 있다.

아이들마다 책을 좋아 하는 기호가 다양하다. 어떤 아이는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반면, 과학이나 역사책은 싫어한다. 어떤 아이는 과학이나 역사책은 좋아하지만, 명작이나 창작동화는 잘 안 읽는다. 특히, 과학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만화로 접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아이들 문장력 형성에 지장을 주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과학자가 다시 쓰는 세계명작’은 명작동화를 통해 기초과학을 익힐 수 있고 과학을 좋아 하는 아이들에겐 명작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과학 분야 전문가들이 어린이들을 위한 이런 책을 펴내고 있어, 어린이 과학도서가 더욱 풍성해지니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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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11 00: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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