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을 위한 철학통조림 - 매콤한 맛, 철학 통조림 시리즈 1
김용규 지음, 이우일 그림 / 푸른그대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도서제목 : 도덕을 위한 철학 통조림(매콤한 맛)
조 리 사 : 김용규
펴 낸 이 : 푸른그대

나는 청소년기에 언제나 풀리지 않는 고민들로 괴로워 했었다. 사후세계에 대한 공포로 밤마다 두려움에 떨었다. 진정한 우정이란 무엇인지, 친구에게 어떻게 대하는 것이 최선 인가, 고민했었다. 또, 왜 사람들은 진지한 것은 바보스럽다 여기고, 바른 것을 말하기 두려워하면, 우수게 소리만 하려 하는지 답답했다.  그 중 나를 가장 우울하게 했던 것은 ‘나’라는 존재가 어느 누구에게도 첫 번째라는 의미를 주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이런 고민들을 철없던 시절  쓸데없는 생각으로 여겼다. 오늘 김용규가 쓴 청소년을 위한 철학 책을 읽고 보니, 나의 고민들은 철학규명에 대해 갈망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찌감치 김용규의 ‘철학통조림’을 만났다면 나의 청소년기는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철학에 관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주어진 것에 감사한 마음이다.

만약 내가 청소년기에 이 책을 보았다면 매우 반가웠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고민들을 나보다 앞서 고민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알았을 때,  나는 길 잃은 목동이 북극성을 찾은 기분과 같았을 것이다. 많은 철학자들이 어떤 결론을 얻었으며 그것들은 또 어떤 문제를 야기 시키는 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철학자들의 결론과 새로운 문제 제기들이 내 고민에 대한 시원한 대답을 줄 수 없었더라도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 소크라테스에서 비롯하여 현대 철학자들에게 이르기 까지 오랫동안 탐구해온 과제라는 것을 안 순간 외롭지 않았을 것이다.

카프카의 변신, 모파상의 비계덩어리, 사르트르의 구토, 니체의 짜라투스트라 따위의 다양한 서양 고전과 함께 풀어 놓은 ‘철학 통조림’은 그 핵심정리가 잘 되어 있다.  철학을 고전문학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  철학을 쉽게 이해 할 수 있으며 고전문학에 흥미롭게 다가서는 계기가 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철학적 사고를 경험하는 기쁨을 누렸다. 그 중 2권 ‘달콤한 맛’ 끝 부분에 나오는 ‘급진적 구성주의’라고 부르는 움베르토 마트라나(1928~ )는 매우 새로운 이론을 전하고 있다. 이 이론은 본래 생물학에서 시작하였다. 동물들이 주변 환경과 상황을 어떻게 알아차리는가를 연구하던 중 알게 된 것을 마투라나와 프란시스코 발벨라가 [인식의 나무]라는 저서를 통해 ‘맹점실험’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의 안구 뒷면 한 곳에는 ‘맹점’이라는 것이 있다. 맹점이란 ‘보지 못하는 점’이라는 뜻이야. 그곳에는 시신경들만 모여 있고 시각 세포가 없기 때문에 빛이 들어와도 그것을 전혀 인식할 수가 없어. 때문에 우리가 한 곳을 계속해서 바라볼 경우, 그 맹점에 해당하는 어느 한 부분은 전혀 보지 못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보는 공간은 사실 맹점 때문에 어느 한 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는 거야.]

[마투라나는 이 ‘이상한’ 현상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보고 있는 공간에 깜깜한 구멍이 뚫려 있다면 불안하고 불편하기 때문에, 우리의 뇌가 자기에게 들어온 시각 정보를 나름대로 구성하는 마치 구멍이 없는 것처럼 우리에게 알려 주기 때문이라는 거야.]

[마투라나와 그의 동료들은 이밖에도 수많은 다른 실험들을 통해 동물들이 주변 환경이나 상황을 인식하는 것은 ‘저기 바깥에’ 있는 그대로의 세계가 아니라. 자기들의 삶 속에서 나름대로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서 그 것을 인식한다는 결론을 내렸단다.]

생물학으로 접근한 마투라나의 이론은 그 이름만큼이나 새로웠다.
고전철학이 현대철학으로 넘어오면서 깊이 있는 사고의 논증과 더불어 과학적 실험와 객관적인 자료를 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철학의 변화를 읽어 낼 수 있는 까닭은 이 책이 한 시대를 자세히 다룬 것이 아니라 주요철학을 통시적으로 다루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 이런 통시적 풀이는 철학이란 인간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미생물로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인류역사를 통시적으로 듬성듬성 살펴보다 보면 오직 생존을 위한 몸부림만이 기억 속에 남게 된다. 이런 인류의 역사를 참고로 우리가 살 길을 모색한다면, 또 다시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자만 살아남는다, 혹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비정한 논리에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철학의 역사에서는 시대가 처한 맹점아래서도 언제나 인간의 행복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소크라테스와 세네카는 죽음 앞에서 초연함으로 '인간의 이성과 도덕적 가치'를 지켜냈다. 칸트는 어떤 경우라도 도덕적 잘 못을 용서할 수 없다는 '의무론'을 주장한다. 니체는 신을 부정하고 강인한 개인인 '초인'을 내세워 새로운 인간상을 만들었다. 공리주의 철학자들은 ‘최대다수의 최대 행복’을 내세웠다. 이 외에도 많은 철학자들과 그들의 사상들을 볼 수 있는데 그들의 사상 속에는  인간이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언제나 도덕적 가치를 전제하고 있는 것에 주목 되었다. 그 것이 나를 기쁘게 했으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었다.

우리 청소년들은 삶의 지혜를 얻기 위해 역사를 배운다면, 인류의 미래에 희망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철학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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