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와 할아버지와 눈보라 시공주니어 문고 1단계 39
카를라 스티븐스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마고 톰스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정오가지나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 눈이 제법 쌓였다. 우리 집은 단독주택이라 눈이 3~4cm정도 쌓이면 계단에 쌓인 눈을 쓸어 내야한다. 요즘처럼 운동량이 부족할 때는 이런 일도 반갑다. 계단 눈을 반쯤 쓸자 손이 시렸다. 방으로 들어가 장갑을 끼고 나오는 사이 아버님이 나오셔서 마저 쓸어 놓으셔서 함께 마당에 쌓인 눈을 치웠다. 대문 밖 인도를 쓸러 나가자 이웃집 아저씨가 눈을 쓸고 계셨다. 눈에 대한 몇 마디 인사를 나누었다. 오늘 같은 일요일, 눈이 오지 않았다면 하루 종일 집안에만 있었을 것이다. 눈 덕분에 팔,다리가 20분간 힘주어 움직일 수 있었다.
1888년 미국 뉴욕에서도 오늘처럼 눈이 내렸다. 아니 지금처럼 조용조용 소리 없이 내린 것이 아니라 눈보라가 몰아치는 폭설로 인해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다. 당시엔 증기로 움직이는 기차가 있었다. 폭설은 달리는 기차를 고가에서 멈추게 하였다. 120년 전 폭설로 멈춘 고가 기차 안엔 어떤 일이 있었을까 라는 상상에서 시작하여 만들어진 책이 <안나와 할아버지와 눈보라>이다.
시골 할아버지가 모처럼 도시에 사는 딸집에 몇 칠을 머물었다. 할 일도 없고 따분하기만 한 도시생활은 할아버지를 짜증나게 하고 하루 종일 툴툴거리게 하였다. 안나는 그런 할아버지가 못 마땅하다. 어느 날 눈이 많이 와 할아버지는 안나를 학교에 데려다주겠다고 나섰다. 안나는 할아버지가 학교 데려다 주는 것도,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싫었다. 할아버지와 안나는 걷기 힘들어 지자, 눈보라를 피해 기차를 타기로 하였다.
눈보라 속에서도 기차는 잘 달리는 것 같더니 고가 철로에서 멈춰 서고 만다. 기차 안에 있던 사람들은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낯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추위를 이기기 위해 게임을 시작하였다. 게임이 끝날 때쯤 소방대원이 도착하고 모두 무사히 구출된다. 이런 과정에 안나는 재치를 발휘하고 할아버지는 의연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 사건으로 안나는 할아버지에 새롭게 생각하게 되고 할아버지는 도시생활에 적응하게 된다.
120년 전 눈보라를 소재로 한 이야기가 오늘에도 감동을 전하는 것은 오늘날도 여전히 안고 있는 노인문제, 세대 간의 소통, 이웃 간의 소통 문제를 잔잔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리뷰를 마무리하는 사이 눈은 5cm 정도 내리고 멈췄다. 평소에 시끄럽게 들리던 차 소리는 없고 간간히 눈 치우는 소리, 눈 장난 하는 소리만이 들려온다. 눈이 5cm 쌓인 거리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지 잠시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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