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나는 아직도 사내야, 기껏 쉰다섯밖에 안 됐거든. 그래서 20년은 더 사내 노릇을 하고 싶은데 이렇게 나이를 먹어 가고 또 추해지면 계집들이 제 발로 찾아오지는 않을 거거든. 바로 그때 돈이 필요한 거야. 그래서 지금 나는 나 자신의 앞날을 위해 한 푼 한 푼 모아 두고 있단다.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너도 알다시피 그건 내가 끝까지 나의 추악한 세계에 살고 싶기 때문이란다. 그 점은 너도 잘 알 거다. 추악한 세계가 더 달콤하거든. 모두 그 세계를 비난하지만 모두 그 세계에 살고 있고, 남들은 몰래 그 짓을 하지만 난 드러내 놓고 하고 있을 뿐이란다. 그런 나의 정직한 태도를 빌미로 그 추잡한 놈들은 내게 달려들고 있지. 하지만 너의 천국을, 알렉세이 표도로비치, 나는 원치 않아. 너도 알다시피 행여 저 세상에 너의 천국이 존재한다고 해도 점잖은 사람이 거기에 간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거든. 내 생각에는 한번 잠들면 깨어나지 않아, 아무것도 없는 거야. 만일 원한다면 내 명복을 빌어 주되, 그렇지 않으면 제기랄, 제멋대로 되라지. 이게 내 철학이란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상) |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이대우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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