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 나는 지혜를 사랑했지만 쾌락도 좋아했다 - 삶을 가볍게 하는 3,000년의 지혜
박성만 지음 / 밥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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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thing passess 란 구절은 도스토옙스키밥 딜런심리학자들 사이에서 변형되고 추가되어 인용되기를 거듭했다그래서 옛날부터 현상의 유한성을 목격한 누구라도 사용하는 말이라 생각했다.

 

성경을 통독하고 싶었지만 아직도 이루지 못한 탓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란 구절이 구약 성경에 등장하는 솔로몬 왕이 한 말이라는 것을 몰랐다.

 

This, too, shall pass away

 

이 시절을 얼른 지나버렸으면 싶지만아쉽게도 터널을 지나면 환한 빛에 쌓인 미래가 기다리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버려 우울하다지금 만드는 모든 것이 다음 순간의 미래일 뿐!

 

저자의 엄청나게 대범한 제안에 일단 놀라며 책에서 전해줄 지혜의 형태와 내용이 궁금했다워낙 뭐가 뭔지 모를 세상이라 뭐라도 가르쳐주는 이들이 고마운 시절이다.

 

자신이 솔로몬이 되어야 한다나는 이 글에서 독자가 솔로몬이 되는 길을 안내하려한다.”

 

구약성경 읽기에 도전해본 분들은 다 공감하셨을 출생의 비밀과 복잡함... 대부분 부자관계를 읽다 읽기를 포기하기도 한다나는 이 시대에 이 복잡한 가계도를 누구라도 기록해 두었다는 점이 더 놀랍다.

 

어쨌든 왕이 된 솔로몬은 당연하게도 아버지도 유명한 다윗 왕이었다서자이지만 조선사극보단 덜 비극적으로 왕위에 올라 왕국의 부를 늘리고 자신의 지혜로 유명해진다부자 모두가 능력자였으며 역사적 의미가 커서인지 3,0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그 이름이 무척 영예로운 별칭 지혜의 왕과 더불어 회자되고 있다.

 

이런 솔로몬의 생애를 역사적으로 재구성하는 내용이 아니라 심리 생애사적으로 해석했다고 한다주어진 정보들을 바탕으로 심리학적인 이론을 더해 분석하고 저자가 느낀 통찰을 덧붙인 내용들이다.

 

3,000년 전 가족의 개념과 양육의 중요성은 왕가라지만 잘 정돈되었을 듯하지 않다더구나 복잡다단하고 권력조차 개입된 상황이라면 현대의 아이들에게 주어진 보호와 애정과 애착 형성이 충분했을 리가 만무하다.

 

저자는 상황은 달라도 생물로서의 인간 솔로몬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한 정서적이고 심리적인 요인들은 여전히 필요했을 것이며 따라서 결핍이 발생했을 것이고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쳤으리라 본다.

 

성경에 대한 지식이 얕으니 아쉬운 점이 눈에 띈다. <전도서>의 주제가 헛되다라는 이야기의 전체 내용을 몰라 저자가 제공한 이야기만 읽고 짐작해본다.

 

즉 솔로몬을 출생한 어머니는 전 남편을 죽음으로 내몬 죄책감과 태어나 7일 만에 죽은 자식에 대한 슬픔을 간직하고 있어 아기 솔로몬과의 심리적 거리가 멀었고그것이 솔로몬에게도 슬픔으로 인식되었다는 것이다.

 

권력다툼에서 생존하기 위해 다윗 왕과의 친밀함을 지켜내야 했고 온갖 고군분투를 마다하지 않는 강인함도 있었지만깊은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면도 있었다고 한다이런 어머니를 곁에 본 솔로몬은 영민하게도 헛됨의 지혜를 나름대로 정립했다고 한다.

 

내 안에는 슬픈 눈동자와 총명한 마음이라는 서로 다른 것들이 자리 잡았다이 둘은 (...) 생의 중요한 전환점에서는 어느 하나가 반란을 일으켜 내 인생을 만들어 갔다.”

 

나의 지혜는 현실의 실상을 외면하지 않았다.”

 

인간이 태어나 1차 집단에서 사회화되고 좀 더 사회집단에서 교육을 받고 이후의 모든 사회생활도 저자식으로 정리하자면 세상에 적응하는 것자아가 세상에 알맞게 세팅되는 것을 의미한다.

 

자아는 본래 있었던 깊은 무의식과 멀어져야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다한편 사람은 본래의 자리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어야 태어난 목적에 맞게 살 수 있다.”

 

꿈의 의미가 오랜 세월다방면으로 지나치게 강조되고 과대해석되어온 면도 있지만개인적으로 자신이 꾼 꿈을 통해 뭔가 해석하고 경계하고 생각을 바꿀 수 있다면 나는 그 점은 여전히 유용하리라 믿는다.

 

과학적인 발견 역시 오랜 세월 애타게 고민하던 문제를 뇌가 온갖 정보를 받아 들여 축적해 두었다 자면서 비로소 정리할 수 있게 되고 그 과정에서 당연한 논리적 귀결처럼 해답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신화도 종교도 심리학도 오랜 세월 인간이 자아와 사회 사이의 갈등으로 괴로워하며 해답을 구하려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지금도 기본 역학은 변한 것이 없다은유적이긴 하지만 부모를 죽이고 신을 만나면 신조차 죽이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수밖에.

 

아동이 성장하면 아버지의 계율에서 벗어나 자신의 계율을 만들 듯이종교적으로 성장하면 신을 위한 계율을 스스로 만든다.”

 

마침내 나 솔로몬이 되다.”

 

솔로몬이 얼마나 지혜로웠는지 여러 일화를 통해 재밌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했던 짐작은 아주 멀리 벗어났다대신 3,000년 전의 인물을 무척 현대적으로 해석한 내용이라 읽기 수월했고그래서 인간의 고민의 본질은 이런 원형을 가지고 있다는 걸 재확인했다.

 

여전히 참 어려운 나답게’ 사는 일.

 

! 2부에서는 <전도서> 12장에서 발췌한 13가지 주제에 대한 저자의 해석이 실려 있습니다살펴보시다 깨닫고 즐기고 삶에 적용할 수 있는 각자의 것들을 만나실 수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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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살이니? 마음 빵빵 그림책 10
김은정 지음, 유담 그림 / 밥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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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제목을 보고 뭔가 웃프면서도 한국 사회에 날카롭게 전할 중요한 통찰이 있는 작품이 아닌가 하는 기대가 있었다의례 하는 호구조사 질문이기도 하지만일견 평범해 보이는 질문들은 바꾸고 고쳐야할 편견과 차별을 담고 있기도 할 것이다.

 

특히나 연령에 따른 차별과 강제되는 역할이 아직 강한 한국사회에서 나이란어린이로 살아가는 일이란일단 질문 자체가 넘 지겹다살면서 나이가 몇 살이란 대답을 언제까지 하고 살아야 하나.

 

초등시절 학교나 학년 물어보는 어른들도 지겨웠다문득 돌아온 기억에 짜증내는 나와는 별개로 언제나 누군가보다 나이가 어릴 수밖에 없는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배울 메시지가 담겨 있을 거라 기대하며 읽는다.

 

다섯 살인데 이미 몇 살이니?”란 질문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아이가 그 질문 자체에 대해 고찰하는 중이다혹시나는 없었다아침마다 만나는 사람들이웃들모르는 사람들외계인까지 보면 일단 몇 살이냐...



기어이 아이는 다섯 살이라 5층에 사는지다섯 살이면 아이스크림 다섯 개 먹을 수 있는지혹시 아프면 다섯 살이라 주사 다섯 대 맞는지치과에서 이를 다섯 개 뽑는지... 궁금하고 두렵고 고민스럽다.

 

누군가와 비교하기 위해 혹은 정해놓은 기준에 맞게 이 아이가 자랐는지 물어보는 질문이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어요.‘ 글쓴이 김은정.

 

정상도 표준도 기준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모두 모두 다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 아닌가 한다규격에 맞춰 생산해낸 물건들을 비교하고 하자를 골라낼 때 필요한 말.

 

하나 뿐인 우리 모두를 온전히 존재 자체로 서로 사랑스럽게 봐주며 삽시다할 수 있으니 잘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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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의 노트 - 식물이 내게 들려준 이야기
신혜우 지음 / 김영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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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날 땐 꼭 나무가 되고 싶다그리고 이 책의 저자와 같은 식물학자를 만나게 되면 행복하겠다읽기 전에는 세밀화가 얼마나 아름다울까 기대가 컸다읽고 난 후 마음 깊숙하게 파고든 것은 저자의 글이었다.

 

저는 아름답다거나 경이롭다는 것 이상으로 식물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은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식물의 입장에서 살아보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햇빛과 비를 맞으며 들녘에 홀로 서 있는 것도 외롭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반짝반짝 표면을 보고 찬탄하는 것보다 식물의 형태분류계통진화, DNA, 게놈까지……샅샅이 알고 사랑한 시선이 모두 글에 담겨 있다누구라도 이토록 전면적으로 만나 본 적 없어 감동 후에 죄책감이 든다.

 

거리의 나무들은 폭력적인 손길로 잘려 나가고 살해되는 장면을 어떤 공포 영화보다 더 끔찍하고 처참하게 느끼며 산다할 수 있는 항의를 기회가 닿는 대로 해보았지만 반백년 가까이 산 지금까지 그 일은 여전히 어디서건 반복된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과 산업에 비해 식물군의 죽음이나 반려식물의 사망에 대해서는 참 무감하다교감보다는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효용성에 오롯이 집중한다그런 분위기가 못내 서운하니 식물을 살뜰하게 담아 내 눈에 넣어주는 이 책은 귀하고 고맙다.

 

천지개벽 같은 환경 변화라도 그것에 맞춰 혁신적으로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힘이 필요하겠지요또 옛것을 간직하면서도 새것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지혜와 유연함이 필요하지 않을까요그것이 우리 인간보다 더 오래 지구에 살고 있는 고사리가 알려주는 장수의 비결이 아닌가 싶습니다.”

 

영국 유학 중에 국립공원에 필드워크를 나가면서 가장 놀랐던 것은 고사리가 나무만큼 자라 숲을 이룬 풍경이었다거대 공룡들의 먹이가 되었다는 교과서 구절이 비소로 납득되었다.



고생대부터 남극과 사막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살던 나무 고사리들의 화석이 그토록 선명한 것도현재도 여전히 번성하고 있다는 것도.



고사리나물이 아니라 고사리라는 생물을 처음으로 직면한 순간이었다.

 

저자는 이 책의 모든 문장들이 식물이 들려준 이야기라고 한다그 말을 믿는 나는 그 이야기들을 정성스레 기록한 저자의 마음을 자꾸 헤아려보고 싶다그림과 내용에 떠들썩하게 감탄하기보다 식물의 이야기를 제대로 헤아려 듣기 위해 필요한 눈마음을 궁금해 해본다그러다보면 이 책을 통해 만난 모두가 애틋해서 눈물이 쑤욱 차오른다.

 

기생식물을 보다보면 (...) 식물의 진화가 식물들의 본성을 뛰어넘을 정도까지 가능하다는 것인데요식물의 본성인 광합성 능력까지도 버릴 수 있게 진화해온 것이지요. (...) 어쩌면 지구상의 수많은 식물은 우리 인간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며 진화해왔고진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현생의 인간으로서 나는 마지막까지 인류도 사회적 진화를 할 수 있다고제 멸망의 길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제 삶을 제대로 보살필 수 있다고 믿을 것이다인간의 과학적 상상력은 결국에는 올바른 해법을 찾아내었다고 기록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다 어느 날 나를 이루는 원자들의 결합이 끊어지고 또 다른 어느 날 어떤 섭동에 의해 다시 뭉치게 된다고 그때는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어딘가의 식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저자의 말처럼 햇빛과 비를 맞으며 들녘에 홀로 서 있는 것도 외롭지 않을 것 같다.’



그때도 내가 사랑한 인류는 멸망하지 않고 잘 살아 남아서 생명과 우주의 신비를 알아가고 있으면 참 좋겠다그런 상상을 놓치지 않고 여생을 살고 싶다이 책에서 만난 할 수 있다고 소곤소곤 귀에 들려주는토닥여주는 저자의 글을 남긴다.

 

식물은 각자 자신에게 적합한 시간에 꽃을 피우고삶의 다음 고리로 연결해갑니다사람도 저마다 꽃을 피우는 시간이 다를 겁니다. (...) 중요한 건 일찍 꽃을 피우는 것보다 나에게 맞는 시간에 꽃을 피우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아닐까요꽃이 피는 시간을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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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시간 스토리콜렉터 9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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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잠깐 안심을 하게 한 뒤 거침없이 폭풍의 시간 속으로 말려들어 간다감당하기 힘든 사건들이 있어 움찔거리고 무서워하면서도 궁금해서이야기의 끝을 모르면 멈추지 않는 악몽을 반복하거나 폭풍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할 것이라 끝까지 읽어 본다.

 

여름더위어지러움혼란이성이 멈추는 순간들깊숙한 아픔날카로운 고통... 폭풍 속에서 벌어지는 요란한 소란스러움으로 휘말려들 듯 읽을 수 있어 한편 안심이 된다법학과 역사독문학의 전공한 독일인 저자의 치밀하고 강렬하고 섬세한 미스터리 구성은 걸작이다.

 

1, 2부를 모두 읽은 분들은 셰리든의 기구하고 숨가쁜 삶에 대해 공감하시며 가정 내 학대가족의 비밀가족 살해끔찍한 온갖 고난들을 지켜보며 조마조마한 한숨을 많이 쉬었을 것이다그래서 나는 셰리든이 성급하게 안식과 구원을 바란 것을 뭐라 말릴 수 없는 기분이다.

 

불안그리고 누군가의 마음에 들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렬한 나머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임에도 너무 빨리 믿었고 그래서 언제나 실패해왔다.”

 

자신의 선택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를 기대할 수 없어 안타깝다극적인 전개는 미스터리 작품을 읽는 재미이자 가독성에 중요한 구성이지만웨딩드레스를 입어 보다 공황발작이 생기다니그리고 바로 납치해결해 보겠다고 자동차 사고를 일으키고너어~무나 힘겹다.

 

결국 약혼자와는 끝나고 좋은 일이라곤 없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장면은 숨이 턱 막힌다당연히 지역 사회에서 새 출발을 기대할 순 없는데... 여기서 정말 뜻밖의 반전이것이 진짜 기회일까.더 이상은 알려 드릴 수 없습니다.ㅎㅎ

 

재미있어서 좋지만 다 읽고 나면 뭐 이렇게 빨리 다 읽어버렸나 싶어 아쉬운 작품들 중 하나이다공감의 깊이를 진하게 하시려면 꼭 1, 2권 먼저 읽어 보시길. 온갖 고생을 하는 주인공에 대해 확실한 애착을 가지실 수 있고 아슬아슬한 모든 장면들을 최고조로 즐기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읽었다 해도 나는 이전 내용이 가물가물하기도 했다 안 읽은 것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인가. 어쨌든 시리즈 마지막이라 그동안 뻥뻥 터지던 사건들을 마무리하는 내용임에는 분명하다궁금증이 해결되어 속 시원한 한편 읽을수록 섭섭하고 아쉬운 것도 사실.

 

마무리지만 제목처럼 깜짝 깜짝 놀라는 사건들이 잇따르는 내용이기도 하다이런 범죄가 아직 일어날까 생각하면 세상살이가 너무나 두려워진다. 기분이 답답했던 이유 중 하나는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자신이 속한 환경도 벌어진 일들에 대해서도 온전히 책임을 진다.

 

그의 의식 속에서 문명의 경계가 이제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런 게 있기나 했다면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을 그도 여전히 그리워하고 있었다타인으로부터 인식되고 싶었던 것이다단순히 번호나 자신의 범행으로만 환원되는 괴물이 아니라 인간적인 개인으로서.”

 

대신 억울하기도 하고 사실 삶의 많은 부분이 이렇지 싶어 좀 더 힘을용기를 내자 싶기도 하고그래도 사회안전망은 이보단 튼튼하고 섬세해야지 다시 분노하기도 하고살면서 겪는 갖가지 일들누구의 삶이라도 이만한 서사는 다 있는 거지 아득하기도 하다.

 

셰리든은 뜨겁다 못해 펄펄 끓는 여름의 시간을 살아 나왔다우리의 여름은 어떤 모습일까여전히 행복과 희망을 찾아낼 수 있을까.

 

누구도 과거에서 도망칠 수 없어. (...) 자기 삶의 구성요소로 만들고 그것과 화해할 수 있을 뿐이지지금 여기를 사는 것그리고 지나간 것과 앞으로 올 것에 대해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아우리는 그 두 가지 모두에 아무 영향도 끼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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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뮤어트레일 - 부부트레커, 세계를 걷다
임동균.우유선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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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고 특별한 일이 아닐까 했던 방식의 여행을 실제로 경험하신 분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된다어떤 분들의 걷기여행은 기간도 장소들도 정말 비범하다.

 

얼마 전에 <워킹>을 읽고 루트인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 PCT)를 알게 되었다이번 루트는 존 뮤어 트레일(JMT)이다.



안 갈 수는 있어도 갈 수 없을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곳들이 모두 갈 수 없는 곳들이 되었다새로 출간되는 여행기는 다 읽고 싶은 기분이다.

 

미래보다 더 낯설어지는 2015년 저자들이 만난 지구의 모습은 어땠을까 부럽고 서럽게 펼쳐 보았다.


아무리 안 걷는 사람도 이동하기 위해 매일 얼마간은 걸어야할 것이고 꾸준히 걷는 일을 좋아하는 나는 걷기란 늘 무척 좋아하는 일이다.

 

사실 걷기는 무엇보다 심플하면서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따로 배울 필요도 없다. ‘장거리 걷기도 몇 가지 준비과정을 거치면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하루 세 시간도 뭐가 문제야했는데마스크하고 걷는 일은 즐거움을 걷어 내고 짜증을 데려오고 인내심의 바닥을 긁는다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는 이들이 미워진다.

 

여행기라고 해도 어떤 점에 더 비중을 두었는 지에 따라 내용은 천차만별이다감상과 인문학적 통찰이 담긴 이야기도 좋고 사진과 기록과 역사가 담긴 것도 좋다다 좋다.

 

이 책이 트레킹 에세이로서 특별한 점은 트레킹’ 방법에 대해 아주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담았다는 것이다준비물자세주의점 등.

 

산악 지대가 많은 트레일이라 짐의 무게와 고도에 대한 설명도 강조했다특히 20일 이상 장기간 걷는 일에는 계획과 준비와 돌발에 대한 대처법도 필수적이다.

 

정말 중요한 신발과 더불어 날씨에 따른 의복도 꼼꼼하게 점검하는 사전 대비가 필요하고 참가 인원을 제한하는 트레일이라 미리 철저히 계획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 불리는 줄은 몰랐다걷기에도 힘든데 곳곳의 사진들을 많이 올려 주셔서 좋았다실전에서 활용 가능한 상세지도를 23장이나 다만 주셔서 반갑게 천천히 즐기다가 문득 울컥한다갈 수 있으려나.

 

어쨌든 기초체력을 근력을 키워 둬야 다잘 안되더라도 맥없이 근육을 잃어가며 살게 되면 누가 보내줘도 못 갈 여행이다.

 

어둡고 적막함의 압박을 조금씩 천천히 즐긴다.

내 심장과 허벅지는 여전히 강하고 튼튼하다.

보이지 않는 많은 길을 걸어왔고 나아간다.

 

이제두어 시간.

아침 햇살이 비칠 것이다.”

 

이렇게 자상하고 친절하게 꼭 가보라고잘 준비해서 고생 덜 하고 더 즐거우라고 만들어 준 책이다. 360km. 치밀한 배려에 오래 뭉클하다.

 

저자들이 블로그에 여행기를 올려 두셔서 책을 다 읽고 그곳으로도 구경을 가 보았다답답하던 기분이 조금 시원해진다.


https://blog.naver.com/rushen01/22236644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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