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중세의 아리스토텔레스 수용사 - 토마스 아퀴나스를 중심으로
박승찬 지음 / 누멘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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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서양 중세의 아리스토텔레스 수용사>, 누멘, 2010

박승찬의 <서양 중세의 아리스토텔레스 수용사>는 학문의 주체적 수용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12~13세기에 일어난 스콜라철학의 “아리스토텔레스의 재발견”을 탐구한다. 라틴 세계에서는 보에티우스 이후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 저서 일부만 전해지다가, 12세기경부터 차츰 아랍권으로부터 그의 다른 저서들이 번역되어 유입되기 시작했는데, 아리스토텔레스 사상의 수용은 12~13세기 중세의 학문 세계에 지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바로 이러한 수용에 결과로 탄생한 것이 토마스 아퀴나스와 그의 대작 <신학대전>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제I부 ‘아리스토텔레스 수용의 역사’와 제II부 ‘토마스 아퀴나스가 수용한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시 말해 앞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과 사상이 12~13세기에 어떤 과정을 거쳐 유입되고 어떤 반향을 냈는지를 탐구했다면, 제II부에서는 그 주요 사례로 토마스 아퀴나스를 (‘학문의 체계 정립’과 ‘신앙과 이성의 조화’ 탐구) 다룬다. 오늘날 우리에게 더 의미 있는 내용은 후자보다는 전자일 것이다. 토마스 아퀴나스가 어떠한 사상을 형성했는지보다도, 그가 그런 사상을 형성할 수 있었던 제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서로 다른 이질적인 문화의 교류 속에서 새로운 생각이 탄생한다는 내용을 건축가의 시선에서 풀어낸 유현준의 <공간이 만든 공간>도 추천한다)

중세 이전 라틴 세계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활발하게 연구되지 않았다. 여러 가지 한계점이 많지만, 안드로니코스에 의해 일단 전집이 편집된 이후에는, 수사학 수업의 교재로 사용된 논리학 저술들을 중심으로 초기 그리스에서 관심을 가졌고, 오리게네스 등 초기 교부들은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해 어느 정도 수용적이었지만, 그리스도교 신학과 양립할 수 없는 사상이 내재되어 있음을 간파하고 거부한다. 라틴 교부에서 주목할 사례는 아우구스티누스인데, 그에게 아리스토텔레스란 “자신의 사고를 드러내기 위한 입문적인 성격만을 지니는 것이었다.” 13세기 이전 서방에서 “아리스토텔레스주의의 거의 유일한 원천”인 보에티우스는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은 근본적으로 일치한다는 확신하에 여러 주해서를 저술하였고, 현실태-가능태나 우유, 보편 등의 용어가 정립하는 데 기여했지만, 그의 사후 더 이상 그만한 “중개자”가 나타나지 않았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작품은 12세기까지 “잊혀져 버렸다”. 다만 이러한 와중에도 그의 논리학 작품은 보에티우스를 거쳐 성 안셀무스의 신학에 영향을 미치는 등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니기에 ‘완전히 잊혔다’라는 표현을 쓸 때는, 유의해야 되겠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작품은 12세기 서양과 아랍의 접경지역인 스페인과 이탈리아 남부로부터 들어온 필사본을 번역하고, 이를 “새로운 지식에 대한 열망에 불타던” 그리스도교 학자들이 보러 오면서 본격적으로 재발견되었다. 비록 위작까지 번역했다는 점, 번역자의 대부분이 아마추어 수준의 학실을 갖춘 인물들이었다는 점, 번역 자체의 오류, 그리고 널리 유포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지만, 이미 12세기 말에는 대부분의 작품을 라틴어로 읽을 수 있었다. 13세기에는 모에르베케의 윌리엄(1215~1286) 같은 번역가의 영웅적 헌신으로 기존 번역 전체의 수정 작업과 이전에는 번역되지 않은 <정치학>, <시학>, <수사학> 등의 작품이 라틴어로 옮겨졌다. 뿐만 아니라 고대 그리스의 핵심 주해서들을 정력적으로 번역한 것도 그의 업적이다. 이렇듯,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와 더불어 아베로에스와 그 이전 그리스의 주해서들까지 상당수 번역되어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그리스어에 대한 지식이 극히 초보적인 단계였던” 토마스 아퀴나스도 예리한 텍스트 비판 능력을 통해 텍스트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 연구가 꽃을 핀 13세기의 탐구 경향을 더 자세히 알아보자. 13세기 전반기에는 세 차례 걸쳐 아리스토텔레스 강의금지령(1215년, 1231년, 1245년)이 내려졌지만, 아리스토텔레스 연구가 확산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결국 1255년 아리스토텔레스의 모든 작품을 수업에 사용하는 것을 허가하는 학사 규정이 파리대학에서 발표되었고, 그때부터 더욱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된다. 그리고 이는 중세 학문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쳐, 오캄 이전까지 아리스토텔레스적 학문의 개념과 이상을 학자들은 수용하였고, 예비적 학문의 성격을 지닌 인문학부는 독자적인 학문 체계를 갖춘 “철학부”로 발전했으며, 자연과학 탐구의 첫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중세가 아무런 발전이 없던 암흑 시대였다는 소리는 정말 아무 근거가 없는 소리이다.

13세기, 새로운 사상에 대한 반응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는 정통 그리스도교 신학과 대립되는 아리스토텔레스 사상을 비판하면서도, “자신들의 신학적인 기획에 따라 아리스토텔레스의 학설들과 해석들을” 받아들였던 혼합주의적 아리스토텔레스주의이다. 둘째는, 파리대학의 인문학부 교수들을 중심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주해자 아베로에스의 사상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극단적 아리스토텔레스주의 혹은 라틴 아베로에스주의이다. 마지막 셋째는, 심정적 적대와 무비판적 수용이라는 양극단을 피하고 그리스도교 신학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종합하려던 비판적 수용의 태도이다. 이 세 번째 유형에 토마스 아퀴나스와 그의 스승 대 알베르투스가 있다. 여기서 잠시 알베르투스의 사상을 간단히 추려보자. 그는 ‘의역 주해’라는 방식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독자적으로 해석해가며,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신”을 인용하면서도 신플라톤주의와 그리스도교 사상을 조화시키려 노력했다. 알베르투스의 이러한 정신을 이어받은 제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전통적인 그리스도교 사상으로 자리 잡은 플라톤-아우구스티누스주의의 핵심적인 가르침을 수용하면서도 이를 새롭게 등장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개념과 학문방법론을 통해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토마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비난하거나 수용하는 대신, 그의 철학을 “전체적인 면에서 진실하다”고 판단하여 이를 그리스도교의 계시와 일치하는 의미에서 해석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토마스의 노력이 바로 <신학대전>이라는 스콜라 철학을 집대성했다고 평가받는 대작이 탄생할 수 있었던 직접적 배경이었다.

토마스 아퀴나스가 앞에서 말한 이상적인 종합을 이룰 수 있던 가장 본질적인 원인은 주요 원전과 주해서들이 충분한 정도로 번역되었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토마스 아퀴나스는 그리스어에 능통하지 못했음에도 라틴어 번역을 통해서 그러한 애로사항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단순히 번역만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발전을 이룰 수는 없다. 박승찬의 설명을 잠시 들어보자. “ 문화가 다른 문화를 받아들일 때, 단지 외부적인 조건들이 있다고 곧바로 그런 수용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수용과정에서는 단순히 어떤 내용들이 들어오는가 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수용자가 이 내용들을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받아들이는지가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안셀무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12세기 이전부터, 신학자들은 신앙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필요성을 점점 더 강하게 느끼기 시작했고, 그러한 문제의식이 밑바탕을 이루는 상태에서 새로이 등장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에 열광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이전부터 이어지던 신플라톤주의의 역할도 중요하게 봐야 한다.

조선 후기, 서양의 사상을 수용할 때는 주로 청과 일본의 번역본을 통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아카넷, 분도출판사, 도서출판 길, 도서출판 숲, 책세상, 이제이북스 등. 해외의 고전과 원전을 원어 직역으로 출판하려는 출판사들이 많아졌다. 최초의 철학서적 번역이 1954년에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당시 제목은 <참회록>)이고, 그마저도 중역에 발췌본이었음을 생각한다면, 플라톤 전집이 번역되고(천병희/정암학당/박종현) <고백록> 라틴어 원전 번역만 5종이 넘으며(박문재, 성염, 선한용, 김기찬, 최민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독일 이데올로기> 원전 완역(이병창 역, 먼빛으로)이 이루어진 것은, 짧은 시간 안에 한국의 번역 수준이 상당히 발전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물론 미진한 부분은 아직 많지만). 그러나 위에서 말했듯이 단순히 번역만 많이 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수용자인 우리가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그 텍스트를 받아들일지다. 이제는 읽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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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의 공동생활 디트리히 본회퍼 대표작 1
디트리히 본회퍼 지음, 정현숙 옮김 / 복있는사람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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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평소 책을 읽을 때마다, 인상 깊은 구절에 밑줄을 긋거나 따로 독서 노트에 메모하여 독서의 감상을 보존하려 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을 때는 그러지 못했다. 농담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새겨들을 문장들로 가득 찬 책이었다. 문장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들을 음미하며 읽느라 분량에 비해 읽는 데에 시간이 꽤 걸렸다. 그러나 그만큼 깊은 책이었다.

기독교는 공동체의 종교이다. 공동체는 기독교 신앙생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그리스도 예수를 믿는 믿음 아래 하나가 된다. 이 책은 그러한 기독교의 공동체 생활이란 무엇인지 탐구할 수 있는 책으로, 목회자 본회퍼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된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개인의 경건 생활은 물론 공동체 영성 함양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영성 수양이라면,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나 사막교부의 금언집도 본회퍼의 <성도의 공동생활 >과 같은 유익을 준다. 그러나 토마스 아 켐피스의 경우, 중세 수도사적 한계가 뚜렷한 편이고, 사막 교부들로부터는 신독의 가치를 배울 수는 있지만, 공동체의 가치와 생활과는 맞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본회퍼의 이 책은 이들의 한계를 보완하여 개인의 영성 생활과 더불어 공동체 영성도 계발할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1장은 성도의 교제, 그리스도인의 공동체란 어떠해야 하는지에 답한다. “교회가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말씀과 성찬을 위해 함께 모일 수 있다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다른 그리스도인들과 몸과 몸을 부대끼며 함께하는 것은 신자들에게는 비할 수 없는 기쁨과 힘의 원천이 됩니다.” 성도들이 모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큰 은혜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본회퍼는 말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성도의 교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교제”임을, 따라서 공동체 안에 개개인이 아니라 그에게 임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봐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기 교회에 대해 불평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뇌리에 깊게 박혔다.

2장 '함께하는 날'은 아침 경건 시간의 중요성과 그때의 공동 말씀 읽기, 공동 기도, 공동 찬송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본회퍼는 특히 시편 기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왜냐하면 시편은 “하나님의 말씀인 동시에...사람의 기도”이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시편의 진정한 화자는 참 인간이자 참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다. 이를 분명히 인지하고 시편의 기도를 드리면, 그 기도는 인간적 소망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기도에 근거”한 기도가 되고, 응답의 약속도 받는다. 이외에도 공동 성경 읽기는 연독의 방식으로 읽을 것, 각 구성원이 교대로 읽을 것, 찬송을 부를 때는 단성 찬송으로 부르는 것이 좋다는 등의 구체적인 조언들이 뒤따른다.

3장은 홀로 있음의 능력이 없는 사람은 진정한 공동체의 능력을 체험할 수 없고, 오히려 공동체에 해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스도인은 성도의 교제 안에 있어야 하지만, 침묵하며 홀로 있을 수도 있어야 한다. 침묵이란 단순히 말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다. “침묵이란 결국 하나님의 말씀을 기다리는 것이며, 하나님의 말씀으로 축복을 받은 후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다. 매일의 성경 묵상과 중보기도와 개인적 기도를 위해서도 이 침묵은 꼭 필요하다.

4장은 공동체를 이루는 데에 있어서 섬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다스리는 원리는 자기 정당화에서 나오는 폭력 행사가 아니라, 은혜로 말미암은 칭의에 기초한 섬김입니다.” 따라서 성도의 공동체 안에서 누구도 서로를 판단하며 정죄할 수 없고, 낮은 자리에서 지체를 섬기려는 모습만 남는다. 남의 말을 들어주는 것, 남을 도와주는 것, 서로의 짐을 지어주는 섬김이 열거된다.

5장은 공동체에서 죄 고백의 중요성과 성만찬의 의미를 다룬다. 죄인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경건한 공동체”와 달리, 성도의 공동체는 죄인의 공동체다. 죄 고백과 용서 속에서 진정한 교제로 나아갈 수 있는 공동체다. 죄 고백을 통해 “하나님과 사람과 더불어 화해한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받기를” 원하고, 이것이 성찬이다. “거룩한 성찬의 교제는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완성 그 자체”이다. 성찬을 통해 성도들은 영원히 서로 함께 거하게 된다.


이처럼 이 책은 성도의 공동체란 하나님의 은혜임을 상기시키며, 성찬의 종말론적 의미를 강조하며 마무리된다. 코로나로 인하여 2020년 대한민국의 성도들은 얼굴을 볼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공동체로부터의 단절은 모일 수 있음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그리고 나아가 코로나 이외에도 여러 이유로 숨어서 예배를 드릴 수밖에 없는 지체들을 생각하게 해준다. 코로나는 우리로 하여금 공동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인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장차 다시 올 그날에는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여 볼 것이다(고전 13:12, 새번역). 지금 다른 지체들은 떨어져 있어 볼 수 없다. 그러나 언젠가 이 전염병이 수그라들 그날에는 다시 얼굴을 마주하고 모여 하나님을 예배할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 신앙생활과 내가 속한 교회 생활을 돌아보았고 남의 티눈은 보면서 내 눈에 들보는 못 보았던 내 모습을 발견했다. 이 책을 읽는 데에 시간이 걸렸던 또 다른 이유는, 책을 읽으면서 계속 자신의 삶을 성찰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도 있다. 결론만 말하면, 나는 내가 속한 공동체를 좀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우리 교회의 성도분들께 더 감사한 마음을 갖기로 결정하였다. 불만 가득한 교만한 마음도 내려놓으며 더 겸손해지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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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개인주의 외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정훈 옮김 / 책세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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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
마루야마 마사오 지음, 김석근 옮김 / 한길사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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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과 반역- 전환기 일본의 정신사적 위상
마루야마 마사오 지음 / 나남출판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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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중과 전후 사이 1936-1957- 마루야마 마사오, 정치학의 기원과 사유의 근원을 읽는다
마루야마 마사오 지음, 김석근 옮김 / 휴머니스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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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 출판되었다. 

임진왜란은 단순히 조선과 일본 간의 전쟁이 아니라, 명나라까지 개입하였던 동아시아 국제 전쟁이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명나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였고, 관련된 책도 적었다. 그런 상황에서 명나라의 입장에서 임진왜란사를 기술한 이 책이 나온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1권의 부제는 출정 전야, 2권은 평양 수복이다. 아마 1권에서는 임진왜란 참전까지를, 2권에서는 평양 수복 등 실제 전투 과정을 담은 것 같다. 


"국립진주박물관은 임진왜란과 관련, 상대적으로 국역이 되어 있지 않은 중국 명나라와 일본의 자료들을 검토하였고, 이 과정에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명군의 최고 지휘관이었던 송응창의 <경략복국요편>과 형개(邢玠)의 <경략어왜주의(經略禦倭奏議)>에 주목하였다."


기왕에 말이 나왔으니, 임진왜란의 모습을 알 수 있는 당대의 기록들을 정리해보도록 하겠다. 


1. 이순신, 난중일기

첫 번째는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의 <난중일기>다.


서해문집의 번역은 가독성 좋게 번역되고 편집되어 읽어볼만하다. 


노승석 선생님의 번역이 아마 가장 최고의 번역본이지 않나 싶다. 이분은 난중일기 연구로 학위를 받으시고, 10년 넘게 난중일기 연구에 집중하신 권위자시다. 충실한 각주, 정확한 번역, 그리고 해제에선 난중일기의 판본을 전체적으로 검토하여 더 깊게 공부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안성맞춤인 책이다. 


<난중일기: 유적편>은 사진 자료를 늘려 조금 더 접근하기 쉽게 만든 판본인 듯하다. 


글항아리에서 나온 박종평의 <난중일기>는 <친필 일기>, <서간첩> 같은 자료들과 더불어, 이순신의 조카 이분이 쓴 이순신 전기까지 수록하였다. 1200쪽이 넘고, 가격도 6만원대라 부담스럽지만, 다른 데에서는 번역되지 않은 글들이 많아 한번쯤 읽어볼만하다. 







2. 류성룡 징비록

다른 번역본은 어떤지 모르지만, 일단 이 세 개의 번역본이 평가가 좋다. 


오른쪽부터. 

위즈덤하우스에서 나온 이재호 역본 징비록. 이재호 선생님은 조선사의 대가라 하신다. 

두 번째 판본은, 논형에서 나온 <판본비교 징비록>으로, 한학자들이 모여서 여러 판본들을 대조해가며 번역하였다. 그렇게 비교한 원문도 수록했다. 

마지막은 김시덕 번역의 징비록이다. 김시덕 선생님은 한중일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포괄적이고 입체적으로 동아시아의 역사를 연구하신다. 이 역본도 그러한 관점이 잘 드러나는데, 특히 일본이 어떻게 징비록을 수용했는지 알 수 있는 책이다. 


3. 고대일록

<고대일록>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책인데, 이 책도 무엇 못지않게 중요한 기록이다. 

이 책은 경남 함양의 의병장 정경운이 쓴 일기인데, 전쟁 상황의 모습을 소상히 적었으며, 정경운의 개인적인 감정과 생활상도 알 수 있어 <난중일기> 못지않은 전쟁 문학의 백미이다. 


서해문집 판본은 현재 아쉽게 절판되었다. 태학사에서 나온 <고대일록>의 번역자는 박병련, 설석규, 신병주, 정우락, 한명기 등 기라성 같은 연구자분들이 참여하셨다. 그러나 총 3권에 8만원이라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고전번역원에 전문 번역이 되어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이쪽을 참조하시길!


4. 쇄미록

선비 오희문이 임진왜란 기간 동안 피난 생활을 하며 지은 일기를 묶은 책이다. (1591~1601)

다음은 문화재정의 책 소개 문구 인용

"장수현에서 보고 들은 각 지역의 전투현황과 각 의병장들의 활약상, 왜군의 잔인한 살인과 약탈행위, 명나라 군대의 무자비한 약탈과 황폐화, 전란에 따른 피난민사태, 군대징발, 군량조달 등 다른 자료에서 찾아보기 힘든 기사들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당시 민중의 생활상과 지방행정의 실태 등 임진왜란에 관계되는 사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전반의 경제사를 연구하는데 귀중한 자료들이 다양하게 포함되어 있으며, 민간인으로서 생활체험적 기록이기 때문에 더욱 그 가치를 더해준다."



5. 일본 측 기록

- 루이스 프로이스

루이스 프로이스는 16세기 후반 일본에서 활동했었던 예수회 선교사이다. 


<일본사>라는 방대한 분량의 역사서를 저술했는데,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와도 가까이 지내 그들의 모습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이다. 단, 루이스는 임진왜란 때 직접적으로 한국에 오지는 않았기에 다른 이들을 통해 임진왜란에 대해 기록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 케이넨 

케이넨은 일본의 승려로, 정유재란 이후인 1597년 6월부터 1598년 2월까지 약 9개월 동안 조선에 군의관으로 종군한다. 

노예로 팔려가던 조선 인민들, 일본군의 만행으로 고통받던 조선 인민들의 모습에 가슴 아파하며, 그들의 고통을 증언한 책이다. 



6. 전쟁 문학 (일기 제외)

<전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최척전>, <김영철전>, <강로전>, <전생기우기>를 수록하였다. 


역자인 박희병 선생님은 고전문학 전문 연구자이신데, 현재 남아 있는 모든 고전 자료를 비교하여 신뢰할 수 있는 번역본을 내놓으셨다. 


참고로 이 시리즈는 여러 권이 있으니, 고전 문학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찾아보시길 바란다. 



7. 임진왜란 관련 서적 추천

- 한명기, <임진왜란과 한중관계>

도올옹 유투브 채널에 한명기 교수의 임진왜란 특강 총 8개의 동영상이 올려져 있는데, 임진왜란에 대해 전반적으로 그리고 깊이 알 수 있으니 같이 보시면 좋을 듯하다












- 김시덕


























- 임진왜란 동아시아 삼국전쟁

여러 학자들의 논문을 하나로 엮은 책이다. 존 B. 던컨 등 서양 학자도 참여했다.

김시덕의 책과 마찬가지로, 임진왜란을 조선의 관점뿐만이 아니라 일본, 명에 대해서도 분석했으며, 임진왜란이 누르하치에 미친 영향에 대한 글도 있다. 그리고 각국이 임진왜란에 대해 어떠한 기억을 가지고 있으며, 왜 그러한지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들이 이어져 임진왜란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깊게 해준다. 






- 한반도 분할의 역사

이 책은 임진왜란만 다룬 것은 아니지만, 독특한 시각에서 임진왜란을 연구했기에 추천해본다. 임진왜란 중 명과 일본은 조선은 배제한 채로 강화협상을 하는데, 이때 일본측이 내건 조건 중 하나가 한반도 남부를 일본의 할지화였다. 그런데 그때 요구한 영토들을 보면, 오늘날의 38선과 얼추 일치한다. 어떤 의미에서 한반도 분할 구상의 시작이 임진왜란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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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란 2022-05-30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혹시
임진왜란: 2년 전쟁 12년 논쟁 읽어 보셨나요? 제가 보건데는 그 분야 베스트인데요.

2022-05-30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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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야밍 지음, 장세후 옮김 / 연암서가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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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를 읽다- 공자와 그의 말을 공부하는 법
양자오 지음, 김택규 옮김 / 유유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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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읽는 논어
오구라 기조 지음, 조영렬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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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금독- 오늘의 눈으로 논어를 읽는다
리쩌허우 지음, 임옥균 옮김 / 북로드 / 2006년 11월
39,000원 → 35,100원(10%할인) / 마일리지 1,950원(5% 적립)
2023년 02월 01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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