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사회
한병철 지음,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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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비춰 드러난 진실은 놀랍지 않지만, 진실을 전달하는 개념쌍의 자유자재 활용은 늘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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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말피타노에 관하여

로베르토 볼라뇨, 송병선, 열린책들

 

 

 

 

광기와 만남의 관계를 생각했다. 광기의 정의는 얼마든지 내릴 수 있겠지만, ‘유사하지 않고 인접하지 않은 누군가를 만났거나 만나기를 원하는 상태라고 해도 될 것 같다고. 신을 만났다고 하는 사람이나 만나기를 강력하게 원하는 사람들 보고 제정신 아닌사람이라고 흔히 말하듯. 아말피타노의 딸아이의 엄마, 롤라는 시인을 만나러 간다며 집을 나간다. 몬드라곤의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시인을 만나러 간다고, 어린 딸을 내버리고. 히치하이킹을 하고, 무덤에서 자고, 자신을 내팽개치고 누군가 혹은 무언가에 홀려서 떠돌아 다닌다.

 

하지만 이건 내 판단일 뿐이다. 나는 유사하지 않고 인접하지 않은 누군가를 만나지 못한 사람이다. 그런 내가, 혹은 타인들이 어떤 판단을 내리든 롤라에겐 무의미하다. 그녀를 반면교사 삼아 교훈을 뽑아낼 수는 없다. 그런 광기를 두려워하거나, 함께 물들기를 바라는 게 전부일지 모른다. ‘미쳐야 미친다는 베스트셀러 제목을 꺼내보자면, 1. 비평가들에 관하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운 좋게도 미쳐야 미친다라는 구호에 알맞게 미쳤다. 롤라는 그 방향이 삐끗했을 뿐이지 않을까.

 

아말피타노는 스페인에서 멕시코 산타테레사로 왔다. 딸과 함께. 소설의 처음은 무엇을 하러 왔는지 모르겠다고 스스로에게 되묻는 아말피타노를 보여준다. 이렇게 소설은 두 발이 지상 10센티미터 정도 뜬 것 같은 분위기에서 시작한다. 그러고는 우기가 시작된 오카방고에 물줄기가 모여들 듯 쉼표 없이 쭉쭉 흘러간다. 롤라를 회상하는 전반부가 그렇다. 후반부엔 산타테레사에서의 아말피타노의 삶을 보여주는데, 다시 건기가 찾아와 땅에 균열이 시작되는 분위기다.

 

산타테레사는 1부에서도 2부에서도 중요한 장소다. 아마도 소설 전체 분위기를 덮어버릴 것으로 추측된다. 엄청난 더위, 따분함과 무기력, 연쇄살인 사건의 도시. 그러니까 아말피타노는 무엇을 하러 왔는지 모르는 상태로 유사하지 않고 인접하지 않은 장소와 만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짜맞춘 얘기다. 그는 칠레 사람이고 스페인을 거쳐 멕시코로 왔다. 그곳들은 인접지역으로 분류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억지를 부려서라도 짜맞춘 이유는 산타테레사가 U.S.A와 인접한 지역이고 그것은 스페인과 칠레와는 다른 조건이기 때문이다. 부국과 빈국의 국경지대라는 위치는 무시할 수 없는 광기의 조건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A B, 그리고 어울리지 않는 C. 아말피타노가 무의식적으로 낙서한 도형의 꼭지점에 각기 적어놓은 이름들처럼 어디누구처럼 광기에 관여한다.

 

라틴 아메리카의 정신 없는 역사를 요약할 필요는 없겠다. 그리고 그 제정신 아님이 마술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얻게 된 사실도 굳이 말할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비아냥거리면서도 비아냥의 대상을 던져 버리지도 못하는 화자의 스탠스가 마음에 안 들었지만, 에이즈에 걸려 딸 로사를 마지막으로 보러 온 롤라가 낮 시간(딸아이가 학교에 간 시간)에 다시 말없이 떠나리라고 추측한 아말피타노의 생각과 달리 저녁을 함께 먹고 아이가 침대에 누워 잠든 모습을 확인한 후에야 떠나는 장면은 나를 흔들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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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크리스트 대우고전총서 35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박찬국 옮김 / 아카넷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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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게 모르게 니체의 영향이 그간 컸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책을 읽은 건 처음이었는데, 담긴 내용은 이미 익숙해서.. 상식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정도의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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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프래질 - 불확실성과 충격을 성장으로 이끄는 힘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안세민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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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 능동성, 자유를 확장하게 만드는 책들은 또다른 책들을 읽게끔 우리를 추동시킨다. 책읽기의 연쇄는 이런 책 덕분에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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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프래질 - 불확실성과 충격을 성장으로 이끄는 힘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안세민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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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도선 절제 수술의 경우, 어린이들이 불필요한 치료를 받으면서 입는 손실은 의사들이 수술의 이익을 과다하게 선전하면서 더욱 커진다. 이처럼 치료를 받고 나서 숨어 있거나 나중에 나타나는, 이익을 훌쩍 넘는 순손실을 의원성 질환(iatrogenics)이라고 하는데, iatros는 그리스어로 의사를 의미한다. -174쪽

무엇을 통제해야 하는가? 대체로 규모(기업, 공항, 공해의 규모), 집중, 속도를 제한하기 위한 개입은 블랙 스완 현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187쪽

트라이애드, 프래질(fragile)-강건함(robust)-안티프래질(antifragile)은 예측 방법론에 대한 대안이다. -210쪽

프래질은 불치병처럼 아주 고통스러운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깨지지 않는 우편물은 상황이 좋아지면 제 모습으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프래질한 우편물은 래칫(ratchet ; 한쪽 방향으로만 돌고 반대 방향으로는 돌지 못하게 되어 있는 톱니바퀴)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한 번 손상되면 회복되지 않는 비가역성을 띤다. 중요한 것은 선택한 경로, 혹은 사건의 순서이지, 최종 결과가 아니다. 과학자들은 이를 두고 ‘경로 의존성’이라고 부른다. -245쪽

지금은 어느 누구도 다음과 같은 명백한 사실을 감히 말하려고 나서지 않는다. 경제 성장은 아시아의 방식으로 평균을 올리는 데서가 아니라,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려는 꼬리 부분의 극소수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늘리는 데서 나온다. 바로 이런 사람들이 상상력과 용기라는 보기 드문 자질을 지녔으며, 결국 세상은 이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274쪽

사커 맘은 아이들의 삶에서 시행착오, 즉 안티프래질을 제거해 생태학적 영역에서 벗어나도록 함으로써 아이들을 이미 존재하는 현실의 지도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멍청이로 만들어버린다. 멍청이는 좋은 학생이지만 느리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컴퓨터와 같다. 게다가 그들은 애매한 상황에 부딪히면 어쩔 줄을 모른다. -372쪽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람들은 자신이 중점을 두고 하는 일에 ‘예스’라고 대답하는 것을 집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절대 집중의 의미가 아니다. 100개가 되는 다른 좋은 생각에 ‘노’라고 대답하는 것이 진정한 집중이다. 당신은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나는 나 자신이 했던 것만큼이나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갖고 있다. 1000개의 생각에 ‘노’라고 대답하는 것, 그것이 바로 혁신이다." -470쪽

늘 그랬듯이, 이제 옛 사람의 지혜를 말하려고 한다. 고대 로마의 시인 엔니우스는 "좋은 것은 대부분 나쁜 것의 부재에 있다."라고 말했다. -5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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