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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컬렉션 -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을 단 하나의 보물
KBS 천상의컬렉션 제작팀 지음, 탁현규 해설.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몇년 전 당시 초등학생이던 아이와 함께 시간을 두고 박물관투어를 가졌었다. 전국에서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구성이 작품가치가 높은 작품들이 많아 고급함을 느끼게 하는 리움미술관, 경복궁 옆에 국립고궁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인사동 주변으로 참 많이 자리잡고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 지방에 자리잡고 있지만 국가에서 운영하는 국립박물관들, 각 도별로 운영하는 도립, 시립박물관이나 미술관 등등 조금만 시간내면 주말은 물론이고 국내여행할 때도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것이 우리의 문화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곳곳에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건축물이라면 여행할 때 방문지로 잡아 여행하면서 한 두곳 정도 보고 온다. 물론 직접 보고 싶어도 외국박물관 소재 문화재일 경우는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
프롤로그를 읽다가 정말정말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만드는 글을 읽었다.
"결국 문화재를 만날 기회가 없기 때문에 그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사랑에 빠지지 못한다. 이것이 우리의 문제의식이었다."라는 글이다.
문화재를 만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못만날 것도 없는데 그 시간을 따로 쪼개어 낸다는 것이 참 쉽지 않다. 시간을 내어 들여다보는 만큼 애정이 생기는건 당연할텐테 말이다.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그 크기를 가늠하고 색깔을 마음에 담고 감상을 품는 것이 좋겠지만 매번 그러기 어려워 내가 선택하는 것이 책이다.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그 예술품을 보고, 읽고, 가슴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문체가 매우 마음에 든다. 나레이터가 읽어주는 듯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오는듯 읽힌다. 마음에 드는 건 문체뿐만은 아니다. 새롭게 조명된 다양한 문화재들과 그 내용들의 신선함에 매료되었다. 이제껏 고미술관련해서 책을 좀 읽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는 정말 내가 몰랐던 것이 많구나란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눈을 떼기 어려웠던 책이기도 하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문화재 중 좀 더 크게 봐야할 작품들은 따로 화보로 구성하고 있다. 매우 선명한 화보가 따로 구성되어 실려 있는 점에서도 점수를 주고 싶다. 도록의 느낌을 받았는데 종이질감도 좋고 종이의 두께감도 있어 책 한권의 무게가 좀 있는 편이다. 내겐 그 묵직함이 흐믓함으로 다가왔더랬다.
글을 보면 회화, 공예, 도자, 조각, 전적 5부로 영역을 나눠서 25편의 작품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특히 전적, 문자로 만들어진 예술편에서 다루고 있는 책 중에서 <호동서락기>는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읽으면서 눈에 휘둥그레해졌다.
<일월오봉도>가 아닌 <책가도>를 병풍으로 세운 정조이야기도 새롭다. 김홍도와 박지원 관련한 글을 통해 읽힌 정조는 개인적으로 품고 있던 정조 이미지를 또다른 방향으로 틀게했다.
한 편에 담고 있는 문화재 이야기를 마무리할 때 조차 한 권의 책을 읽는것마냥 제대로된 마침글을 내어 놓아 글의 완성도가 높게 느껴진다. 그렇게 수록된 내용이 25편인데 줄어드는 페이지가 아깝다느껴며 아껴가면서 읽은 몇 안되는 책 중 하나다.
심혈을 기울여 쓴 느낌이랄까? 구성과 편집까지도 헛투루 하지 않아 더욱 세련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예술은 역사보다 상상에 관대하다. 문화재는 역사적 사료이기 이전에 하나의 예술품이며, 예술품은 감상자의 자유로운 해석을 허락한다. 순백의 백자대호를 바라보며 누구든 자신만의 해석을 더할 수 있다. 모두가 백자대호를 보며 달을 떠올릴 필요는 없다....(중략)...물론 상상이 허무맹랑해지면 우스워진다. 게다가 사실이 빈약하면 상상의 토대가 허물어진다. 훌륭한 조사원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프롤로그에 쓰인 글 중 일부다. 예술품을 대하는 명쾌한 자세가 아닐수 없다.
정말 꽤 흡족한 책이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