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선비들 - 광기와 극단의 시대를 살다
함규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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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영웅'이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후한서>>에 나온 글인데, 사전적 풀이를 보면 '재략이 뛰어나고 권모술수에 능하여 어지러운 세상에 큰 공을 세우는 영웅'을 뜻한다. 이 한자성어를 사용하여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말하기도 한다. 지나간 역사를 살펴보면 동서고금에 적용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난세영웅하면 가장 먼저 머리 속에 떠올릴 수 있는 인물은 누굴까? 내겐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우리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임진왜란의 난세 말고도 손에 꼽을만한 어지러웠던 시대는 적지 않다. 그 중에서 이 책의 표지에 적힌 문구 그대로 '광기와 극단의 시대'라 할 수 있는 시대가 있다. 조선시대 500년 역사의 마침표를 찍었던 1910년 한일병합을 전후로 3,40년의 시대 또한 난세 중의 난세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 시대를 살펴보면서 우리는 누구누구는 영웅이라 하고 누구누구는 간신이라 한다. 그렇게 이분법적으로 쉽게 나눠버렸던 인물들을 이 책에서 만났다. 그 시대를 온 몸으로 겪어내야 했던 사람들 중에서 특히 '스스로 선비임을 자각'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 책은 씌여졌다. 

그렇다면 '선비'는 누굴까? 조선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 단어가 '선비'다. 선비라면 떠오르는 것들이 많은데, 책머리에서 저자는 '붓으로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들'을 선비라 불렀다 칭하며 '"천하의 근심을 누구보다도 먼저 근심하고, 천하의 즐거움은 맨 나중에 즐기"는 동양식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선비정신'이라고 적고 있다.


시대가 시대였던 만큼 그 시대를 살아야 했던 선비들은 자신들의 신념에 따라 각각의 다른 모양새로(그로인해 후세에 엇갈린 평가를 받고는 있지만)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스스로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과 정신의 상태에 따라 그 시대를 살아갔다. 

개화사상에 온 몸으로 반대했던 위정척사 최익현이나 급진개화의 선봉에 섰던 김옥균이나 그 시대의 지식인(선비)으로서 자신의 신념에 따라 목소리를 내고 행동을 보였던 것처럼 말이다. 

또한 그 시대의 시운에 따라 움직였던 김윤식, 차라리 그런 시대라면 등지고 은둔의 길을 택한 전우는 어떠한가! 

난세가 아니였다면 그야말로 칭송이 끝이 없고 후학 양성에도 힘을 썼을 법한 선비, 당대 최고의 글솜씨를 자랑했던 이건창과 황현은 또 어떤가! 절망과 고독 속에 '세상에 아무런 보탬을 주지'못했다고, '자신만의 삶만을 살아온 사람'과 같다던 이건창의 비애나, "쓰러지는 나라를 붙드는 데 짧은 서까래만큼도 한 일 없으니 이 행동은 개인의 뜻일 뿐, 충성이 아니다."는 시를 읊으면서 한일병합 후 10일 만에 자살을 선택한 황현의 삶을 보면서 저자가 책머리에 쓰고 있던 '선비정신'에 따른 그만의 부득불 행동이 아니었던가 싶기도 하다. 그들이 망해가는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어떠했을까?

이 책에는 매국노와 변절자로 불리우는 이들의 당시 시대 상황에 따른 그들의 모습과 변절한 후의 그들의 생각들도 살펴볼 수 있다. 

읽고 난 후 새롭게 내 마음에 큰 자국을 남겨준 무정부주의자 신채호,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최익한, 수인번호 264가 필명이 된 이육사의 '아편'이라는 시, 최후의 선비 이가원까지...... 

그들의 삶을 통해 그 시대를 다시 한번 가슴으로 읽어내려간 시간이었다.

'광기와 극단'의 시대, 그 역사를 통해 이 시대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나라면 어떠했을지 성찰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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