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사생활 - 비참과 우아
노승림 지음 / 마티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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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백조가 가지고 있는 색깔, 머리와 몸으로 이어지는 목선과 날개 등을 보면서 '우아'하다고 표현하곤 한다. 호수 위에 떠있는 백조 모습은, 가끔 물 속을 들여다보는 행동이나 시끄럽게 울지 않는 모습에서 높은 품격을 갖춘 귀족 느낌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우아한 모습으로 호수 위에 떠 있기 위해서 백조의 두 다리는 호수 아래에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옛날 커다란 배의 선창 아래에서 노젓는 노예들의 팔처럼 쉼없이 돌아가면서 말이다. 

또한 평소에 잘 울지 않는 백조는 죽을 때에서야 단 한 번 운다는 속설을 가지고 있지만 이또한 백조의 습성일 뿐으로 어쩌면 마지막 숨을 거둘 때의 고통에 겨워 울음소리를 내는 백조를 향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백조의 '아우라'에 또다른 의미를 부여한 속설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우리가 동물학적으로 백조를 들여다보면 기러기목 오리과의 동물들과 비슷한 습성을 갖춘 새의 종류 중 하나일뿐인데도 말이다. 


이와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예술작품을 접할 때의 느낌도 그와 비슷한 듯하다. 내 감성을 자극하고 나에게 감동을 주는 작품을 접할 때, 그런 '아우라'를 가진 작품을 만들어 낸 예술가들은~ 우리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들, 우리와는 다른 행동을 했을 것 같은 생각들이 그것이다. 그들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면 어쩌면 그들도 우리와 흡사한 혹은 우리보다 좀 더 형편없는 삶을 살다간 예술가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한 때 예술의전당 월간정보지를 4년여에 걸쳐 구독한 적이 있다. 꽤나 알찬 구성을 갖고 있는 책이여서 배송되어져 오면 꼼꼼히 읽었더랬는데 한 번 구독을 끊고 나니 다시 재구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깜깜하게 잊고 있었다가, 이 책에 실린 글들이 저자가 그 월간정보지에 연재했던 원고들이라는 글을 읽고는 재구독 하고 싶은 마음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이 책은 저자가 프롤로그에 적고 있듯이 '예술가들의 지극히 인간적이고 일상적인 삶의 파편들을 모은 에피소드 모음집'이다. 그리고 저자가 이 글을 쓰기 위해 관련 문헌들을 찾아 살펴볼수록 '작품만큼 고귀한 인품을 소유한 예술가는 더더욱 드물'었다고 한다. 그렇다고해서 예술작품들마다 가지고 있는 '아우라'에 흠집을 줄 수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저자 또한 그럴 의도로 이 책을 집필한것은 아니라고 적고 있다. 다만 범접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작품들이 어쩌면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인간에 의해' 완성되었다는 것 또 '그들의 일상과, 갈등과, 오해와, 전략 속'에서 탄생된 것임을 우리가 깨닫게 될 때 그 작품들의 주는 가치들이 좀 더 가깝게 느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라고 한다.


본문에서 만나는 예술가들의 에피소드들은 가히 흥미진진하다. 

단테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이젠 피렌체의 두오모 뿐만아니라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만났던 '산타 트리니타 다리'를 꼭 가보고 싶어졌고, 렘브란트 에피소드에서는 경제버블의 첫 사례였던 튤립파동과 네덜란드의 당시 상황을 읽어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또한 렘브란트의 '집단'에 대한 비중이 조연에게 생기를 안겨주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서 처음 알게된 장바티스트 륄리의 에피소드를 통해서는 완벽주의자 륄리로 인해 지휘봉이 세상에 등장했음을 알게 되었고, 다비드의 에피소드에서는 <마라의 죽음>과 <나폴레옹의 대관식>을 그려냈던 그의 정치적인 삶도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시인 바이런은 또 어떤가! 오른쪽 다리가 기형인 그는 신체적 약점을 커버하기 위해 운동에 집착했고 필자처럼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 과도한 다이어트 전적을 가지고 있었다 한다. 대단한 미모와 필력을 가졌던 바이런이다보니 그를 추종하는 여성들은 늘 넘쳐나고 극심한 다이어트를 부추기는 글로 인해 여성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하하. 본책에는 리처드 웨스털이 그린 <조지 고든 바이런>의 초상화가 실려있는데 정말 대단한 미모임은 틀림없었나보다.

마지막으로, <빈사의 백조>라는 발레작품을 보지는 못했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보고 싶다.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중에서 <백조>를 배경음악으로 만든 안무인데, 안나 파블로바에게 포킨이 헌정했던 작품이 <빈사의 백조>라고 한다. 파블로바가 가장 애착했던 작품으로 '죽어가는 한 마리의 백조'의 독무라고 한다. 핸디캡을 극복한 악착같은 연습벌레 파블로바의 이야기를 통해 완벽할만큼 아름답게 보여지는 모습의 이면에는 피나는 노력이 있음을 알게해준다.


저자는 혹여나 이렇게 보일까 싶은 생각에 '가십이나 뒷담화로 보일 수 있는 이 에세이들'로 명작들을 흠집내려는 생각은 없다 했지만, 읽는내내~ 읽는 에피스드들마다 '가십과 뒷담화'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그런 거장들의 뒷 이야기는 그 작품을 만들어낸 바탕이 되었겠구나~란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생각과 마음 속에 담긴 것들, 그리고 체험하고 느꼈던 감정 속에 담긴 것들이 표출되어져 나오는 것이 우리가 놀라워 하는 그들의 작품이 되었으니! 그 예술작품의 '아우라'는 지금도 여전히 가치있듯이 말이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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