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부엌에서 과학의 모든 것을 배웠다 - 화학부터 물리학·생리학·효소발효학까지 요리하는 과학자 이강민의 맛있는 과학수업
이강민 지음 / 더숲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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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공교육 현장에서는 일반적으로 '과목'을 나눠서 지식을 가르친다. 초·중·고 과정을 그와 같은 커리큘럼을 통해 배우다 보니 과목별로 경계가 있다는 암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학교 밖으로 나와서 보면 학교에서 배웠던 각각의 '과목'들이 끊임없이 서로 맞물리며 명확한 경계를 두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몇 년 전부터 교육계에서 과목별 경계를 허물고 통합교육을 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 또한 과학을 이야기하면서 요리와 문화와 예술을 이야기한다. 특히 요리는 '식탁 위에 펼쳐진 과학예술'로 표현할 만큼 요리를 통해 물리학, 화학, 생리학, 생체분자를 배우고 발효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인간에게 새로운 요리를 발견하는 것은 새로운 항성을 발견하는 것보다 인간을 더욱 행복하게 한다." - 본문 18쪽

위에 인용한  「미각의 생리학」의 저자인 브리야 사바랭(Brillat Savarin)의 말대로 항성의 발견보단 실생활에서 미각을 돋워줄 새로운 요리가 인간에게 더욱 행복한 건 분명 사실이다. 이 책을 읽노라면 항성의 발견도 과학 영역의 한 분야이고 새로운 요리 발견도 과학의 한 분야란 생각을 갖게 한다. 
요리가 과학이었다는 사실을 학창시절 배운 '과학' 과목과 '가사' 과목의 경계로 인해 미처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이런!

이 책은 과학 영역으로 나눠서 요리를 통한 과학을 참 흥미롭게 담고 있다. 과학의 다양한 분야에 따라 여러 가지 요리 이야기하는데, 음식의 식감을 제대로 맞추기 위해선 팬의 무게를  달리해서 요리를 해야 함을 물리학으로 설명하고 있다. 열에너지를 많이 가지고 있는 수증기에 데이는 것이 물에 데이는 것보다 뜨겁고, 달걀을 삶을 때 늘 소금을 넣고 삶았더랬는데, 그 이유가 흰자위에 간이 들어 맛있어지는 것 외에도 삼투압 때문에 달걀 껍질이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는 것도, 생선을 구울 때 소금 밑간도 맛은 물론이고 삼투압 작용에 의해 살이 단단해짐으로써 잘 부서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 멸치육수를 낼 때 온도가 중요한 이유, 요리할 때 재료를 넣는 순서가 중요한 이유 등을 물리학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마이야르 반응이라고 하는 갈변 반응 등을 통해 화학을, 음식의 맛을 느끼는 오감을 통해 생리학을, 음식을 통해 우리가 섭취하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미네랄 등의 생체분자가 요리 과정에서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배울 수 있고, 간장, 된장, 김치, 치즈, 요구르트, 와인, 식초, 맥주 등 여러 가지 발효식품들의 특성을 살펴볼 수 있다.


"과학은 인과법칙과 이론, 실제 증명을 통하여 존재한다. 하지만 예술은 인간을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로 이끌 때에야 비로소 감동과 함께 존재할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단순히 반복되는 식사에 싫증을 느끼고, 평소와는 다른 새로운 식사를 하고 싶어 한다. 인간의 입은 익숙한 맛에 편안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눈은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그래서 인간은 요리에서 보수와 동시에 혁신을 원하며, 이성과 동시에 감성을 요구한다." - 본문 166쪽

저자는 현대 요리에서 사회과학적, 종합예술적 관점에서의 활용이 폭넓게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새로운 창조는 분야를 뛰어넘어 서로 간의 소통에서 오기 때문이다.'라고 하면서 말이다. 요리는 맛뿐만이 아니라 그 요리를 담는 그릇과 담는 모양에 따라서도 또한 요리사의 감성에 따라서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마지막 챕터가 '부엌에서 문화와 예술을 짓다'인데, 짧은 챕터의 내용이었지만 꽤나 재미있게 읽었다. 요리에 대한 부모들의 의무를 마침 내용으로 한 것도 눈길을 끈다. 특히 마지막 문장이......

"가족이 같이 요리하고 배워야 행복한 밥상이 전수될 수 있다." - 본문 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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