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보다 이쁜 아이 동심원 23
정진아 지음, 강나래 그림 / 푸른책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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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인데도 봄이 아직 쌀쌀맞게 구느라 추위가 쉬이~ 가시지 않는 요즘인데, 초록색 바탕의 자그마한 이 동시집을 받아들고는 봄처럼 마음이 환해졌더랬다. 어찌 표지뿐일까? 표지에 그려진 그림보다도 더 환하게 만드는 동시들이 그~~~득 들어있는 동시집이여서 금방 읽어버리긴 했지만, 읽는 동안만큼은 봄볕처럼 화사해질수 있어서 행복했던 책읽기 시간이었다.

 

힐긋, 대문 틈으로 / 기웃, 담장 너머로 / 내 마음은 / 오늘도 순천 할매 집을 빙빙 돈다. // 마을에 아이라곤 나 하나였는데 / 이제 둘이 됐다. // 순천 할매 집에 살러 왔다는 / 나랑 동갑인 여자 아이 / 뽀르르 달려 나와 같이 놀자면 /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 다람쥐처럼 신 날 텐데. // 일주일째 꽁꽁 숨어 / 혼자 놀려면 얼마나 심심할까? / 그래서 / 나도 심심하게 혼자 논다.  -  <혼자 노는 아이>

첫 장에 실린 동시다. 갑자기 이 동시를 읽는데 베시시 입꼬리가 올라간다. 순천 할매 집으로 살러 온 아이는 서울아이인가? 이 아이는 남자아인가보다. 마을에 아이라곤 자신 혼자였다가 새로 생긴 동갑내기에게 얼마나 호기심이 폭발했을지 싶다. ㅋㅋ 힐긋, 기웃.... 이라는 말에서 남자아이의 마음이 느껴지면서~ 눈은 글을 읽은데, 머릿속에는 어느 새 담장 너머 기웃대는 자그마한 남자아이의 모습이 그려지게 했던 동시다.

 

어른들 손은 / 얌전히 잡아 주면서 // 내가 손 내밀면 / 닿을락 말락 // 까치발 들고 / 간신히 손잡으면 / 이리 대롱 / 저리 대롱 / 장난치자고 하지. // 다연이에게 / 의젓하게 보이고 싶은 / 내 마음 모르는 / 버스 손잡이, 차암 눈치도 없지.  - <눈치도 없지>

이 동시집 한 권에는 이야기처럼 주인공이 있다. 수철이랑 다연이다. 다연이가 바로 순천 할매집 손녀다. 전학 오게 되었으니 이제 같이 학교에 다니게 된 수철이는 다연이 앞에서 어른처럼 의젓해보이고 싶어하지만~ 그 의젓해보이고 싶어하는 마음에 수철이가 하는 행동은, 어른만큼이나 키가 커야 쉽게 잡을 수 있는 버스 손잡이라니~~ㅎㅎ

순수한 아이들 동심에 물들어~~ 읽으면서 마음 속 깊이까지 환해졌던 동시다.

이 동시집은, 주인공 수철이와 다연이의 알록달록 티격태격 귀여운 우정이야기가 동시마다 켠켠히 들어 있다보니~ 동시집이면서도 이야기책처럼 뒤로 이어질 동시가 궁금해진다. 수철이가 다연이랑 친구가 될수 있을까? 수철이랑 다연이가 화해했을까?~ 이러한 궁금증은 한 번에 쓰윽~ 이 책을 읽게 만드는데도 한 몫 하지 싶다.^^

 

시골에 사는 수철이의 일상에서의 모습도 만나볼 수 있는데, 시골아이의 넉넉한 마음이 느껴지던 동시 한 편 옮겨본다.

할머니 텃밭에 열무 이파리 / 애벌레가 살짝살짝 먹고 / 남으면 / 할머니랑 내가 먹지. // 할머니 텃밭에 얼갈이배추 / 배추잎벌레가 구멍구멍 먹고 / 남으면 / 할머니랑 내가 먹지. // 할머니 텃밭에 상추 / 달팽이가 살그머니 먹고 / 남으면 / 할머니랑 내가 먹지. // 애벌레 / 배추잎벌레 / 달팽이 / 할머니랑 내가 / 먹고 먹고 또 먹어도 // 여름 내 / 그득그득 / 할머니 텃밭.  - <할머니 텃밭>

보통은 채소를 심어놓고 벌레가 먹을까봐 약을 치고 쫓는데, 벌레가 먹고 남은 채소를~ 할머니랑 함께 먹는다는 수철이의 마음이 어쩜 그렇게 넉넉하고 푸근해 보이던지~~.

수철이와 다연이의 이야기, 그리고 수철이의 시골 생활 속에서 한~껏 따스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던...... 참말 사랑스러운 동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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