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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녀 ㅣ 동화 보물창고 44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에델 프랭클린 베츠 그림,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3월
평점 :
아주 어릴적에 만화로 접했던 <소공녀>를 이번엔 책으로 만났다. 어릴 때 느꼈던 '소공녀'와 너무도 다른 모습의 '소공녀'로 말이다. 물론 내용이 변할리는 없으니 다른 모습으로 보게 된 것은 순전히 이제 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의 시야를 통한 모습일게다.^^
내어릴적 동네 여자아이들 사이에서 더없이 사랑받았던 책이 바로 이 책이 아니었나 싶은데, 그 당시에 <소공녀>를 읽거나 만화를 보고난 후에는, 또래 친구들 사이에선 자신이 놓쳐버린 과거가 있을지 모른다는 꾸며낸 이야기들과 어느 날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유산을 상속받게 되어 공주처럼 될 지도 모른다는 터무니없는 상상을 교환하면서 한없이 좋아라했던 기억도 떠오른다.ㅎㅎ
부자였던 아빠의 죽음과 파산으로 인해 이제껏 기숙학교에서 공주처럼 떠받듦을 받았던 사라가 한순간에 하녀처럼 뒤바뀐 운명에 처하게 되는 이 이야기는, 거지와 다름없는 현실 속에서 그래도 꿋꿋함을 잃지않고 시련을 견뎌내는 모습과 아빠 친구의 등장으로 다시금 전보다 더 나은 풍족한 삶을 살게 된다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책을 다 읽고난 후에 살짝 신데렐라 이야기와도 비슷하단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건 아마도 혼자의 힘이 아닌 누군가의 도움을 통해 다시 공주와도 같은 위치로 돌아오게 되는 결말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결말 외에는 신데렐라 이야기가 될 수 없는데, 그 이유는 사라가 돌아가신 아빠 친구분을 다시 찾지 못했다해도 결코 삶의 행복을 포기하고 좌절하고만 있진 않을 것 같은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 어쩌면 원래는 내가 별로 착한 애가 아닌지도 몰라. 지금은 내가 갖고 싶은 것도 다 있고 주위 사람들도 모두 잘해 주는데, 어떻게 착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중략)...... 어쩌면 난 정말 끔찍이도 못된 아이인데, 한 번도 시험에 들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낼 기회가 없었던 건지도 몰라. - 본문 42쪽
사라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기숙학교 언니들과 또래 친구들 그리도 동생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잘 대해준다. 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 때문일지도 모른단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후 아빠의 죽음으로 그리고 다이아몬드 광산 투자의 실패로 파산하여 한 푼의 유산 상속도 받지 못한 처지가 되었을 때도 변하지 않은 마음씀씀이를 지닌 사라의 모습을 보여준다. 천성적으로 당차기도 하고 배려가 깊은 사라지만, 고난과 시련으로 흔들릴때마다 스스로 자신은 '공주'라고 상상하면서 말이다.
이 책에선 '공주'에 대한 글이 여러번 등장한다. '공주'라고 하면 왕족혈통으로 부와 명예와 권력을 지닌 결혼하지 않은 아가씨 정도로만 제한하기 쉬운데, 사라를 통해 드러내고자하는 '공주'의 이미지는 기품이 있고 위엄이 있으며, 당당함과 함께 친절함이 자연스럽게 배어든 사람을 뜻한다.
사라의 이야기는 작가가 걸어 온 삶과도 조금 닮았다한다. 상상 속 이야기를 지어내고 또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걸 좋아하는 사라의 모습이 바로 작가의 모습이기도 하다는데, 사라가 처참한 현실에 처했을 때 함께 아파해준 친구들 외에도 배고픔과 추위, 비난과 손가락질 속에서 견뎌 낼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이 아름답고 긍정적인 상상으로 자신에게 스스로 힘을 불어 넣은~ 사라의 상상력, 그 아름다운 상상력의 힘을 이야기한다.
또하나, 눈에 보이는 재물이 아니라도, 가진게 없어 무척 가난하더라도~ 충분히 누군가가에게 끝없이 베풀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따뜻함, 친절함, 다정함...... 도움과 위안 그리고 환한 웃음, 때로는 환하고 다정한 웃음만큼 삶에서 더 큰 힘이 되는 것도 없다. - 본문 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