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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철학적인 하루 - 열여섯 살 소년, 철학 모험을 떠나다 ㅣ 청소년, 세상을 날다 1
피에르 이브 부르딜 지음, 이주희 옮김 / 담푸스 / 2011년 12월
평점 :
삶을 변화시킬 힘이 사라진 사람들과 아직도 삶에서 뜻밖의 일이 생기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의 차이를 깨달았다. 호기심을 품게 해 준 '병'이 고마웠지만, 오늘 아침에 당황한 것을 생각하면 자신도 얼마나 습관에 물들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 26쪽
우리는 흔히 일상을 '쳇바퀴처럼 도는 하루'라고 표현하곤 한다. 반복되어지는 변화가 없는 삶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변화를 두려워하여 앞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익숙한 하루를 보내는데 만족하면서 시간을 보내는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마도 대부분은 습관적인 하루를 보낼터이다. 아침에 눈을 뜨고 거울에 비친 '나'를 보며 오늘도 여전히 똑같은 '나'를 확인하고, 늘 그랬듯이 같은 이름으로 불리우는 음식을 먹고, 익숙해진 주변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시간을 보내며 말이다. 그런 일상에서의 탈피를 가끔 꿈꾸기는 하지만 '일상' 자체에 대해서, 내 주변의 사물들, 인물들에 대해서 새로운 호기심이나 색다른 변화를 느껴본 적은 거의 없지 싶다.
이 책은 그런 평이한 '일상'과는 전혀 다른 '일상'의 시작을 여는 필리베르가 등장한다. 그렇다고해서 필리베르의 '일상'이 어제의 '일상'과 뚜렷한 차이를 가진 것은 전혀 없다. 열여섯 살, 필리베르에게 주어진 일상대로 일찍 일어나고 늘 보던 이웃사람들을 보며 학교에 가고 늘 자신이 앉던 자리에 앉아 주어진 시간표대로 공부를 하고 선생님을 만나고..............
세상이 정말 변했기 때문이 아니라, 세상을 달리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에 다르게 본것이다. - 41쪽
그럼에도 필리베르에게 이 날의 '하루'는 이제까지 지내왔던 '하루'와는 무척이나 다른 '하루'가 되는데, 바로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낯설고 의문이 드는것도 모자라서 자신의 존재까지도 의심이 드는 하루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필리베르는 이것을 '호기심을 품게 해 준 '병''이라고 말하는데, 실제로는 아무것도 변화되어진 것이 없는 일상이지만, 그 '생각'의 변화는 필리베르에게 전혀 다른 '하루'를 보내도록 이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알 수 있지. 원하든 말든 누구한테나 기회가 있는 거야. 지식 보다는 호기심이 중요해. - 154쪽
필리베르는 자신의 이름으로 출석을 부르는 선생님에게 자신은 필리베르가 아닌 '르네 데카르트'라고 말하게 되고, 그 일로 인해 더이상 수업을 듣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교장실에 불려가서 혼이 날거란 예상과는 달리 철학을 가르치는 칼벨 선생님과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오후를 보내게 된 필리베르는 하루를 시작하면서 품었던 여러가지 의문들에 대해 하나씩 스스로 답을 찾아가게 된다.
내 삶에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철학'은 어려운 것이 아니고, 길을 찾기 위한 사색임을, 주어진 '지식'보다는 '호기심'을 가지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통해, '생각의 힘'을 기를 수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