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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연필시랑 놀자! ㅣ 동심원 22
연필시 동인 지음, 임수진 그림 / 푸른책들 / 2012년 1월
평점 :
동시집을 읽고나면 우리아이는 그 동시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동시를 몸으로 표현해내곤 합니다. 그렇게 몸으로 표현해 보면 동시를 좀 더 이해하기 쉽고 기억에도 오래 남기 때문이라네요. 울아이는 그렇게 몸으로 동시를 읽고 저는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보곤 합니다. 어떤 동시는 이야기가 되어 동영상처럼 머릿 속을 흐르기도 합니다. 어떤 동시는 한 폭의 수채화를 만들기도 하지요.
실린 동시들 중에서 동시는 짧지만 생각은 한참을 했던 그래서 그림을 오래도록 그려보았던 동시가 있습니다.
나무가 / 심장 하나를 / 뚝 떨군다. // 그걸로 / 오슬오슬 떠는 / 어린 벌레를 감싼다. - <나뭇잎>
권영상 시인의 동시입니다. 나뭇잎을 심장에 비유해서 그런지 무척 강렬하게 느껴졌던 동시였습니다. 떨어진 심장, 그리고 추위에 떠는 어린 벌레에게 따스함으로~~ 생명력으로 이끌어 주는 나무의 모습은 나뭇잎을 모두 떨구어 앙상할테지만 더없이 굳건해 보이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창밖에 하얗게 / 눈 온 아침 // 아침 굴뚝에서는 / 연기는 모락모락 // 아침밥에서는 / 김이 모락모락 // 내 머리에서는 / 눈썰매 탈 생각이 모락모락 - <모락모락>
이 동시는 이준관 시인의 동시입니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와 김, 그리고 생각까지~하하. 하얀 눈을 보며 하얀 연기, 하얀 김을 떠올렸을라나요~. 한번만 읽어도 눈에 쏙쏙~ 입에 척척~ 붙는 동시입니다.
재민이가 아이들 앞을 가로막습니다 / - 못 지나가 못 지나가 / - 왜? / - 우리 집 앞이니까 / - 이 길이 너희 길이야 / - 그으래 // 아이들은 입을 삐죽이며 다른 길로 갑니다 / 나비도 팔랑팔랑 다른 길로 갑니다 / 참새들도 쫑알쫑알 다른 길로 갑니다 // 대문 앞에 재민이만 혼자 서 있습니다 / 손가락을 입에 물고 / 멀뚱하니 서 있습니다 - <손가락을 입에 물고>
이 동시는 우리아이가 몸으로 표현해본 동시입니다. 입으로 말하면서 몸동작을 곁들여 표현하는데 얼마나 우습던지~!^^* 그냥 눈으로 읽었을 땐 재민이가 못되게 굴어서 밉더니만, 아이가 몸동작으로 표현하는데 재민이의 또다른 마음이 읽혀집니다. 아이들에게 관심 받고 싶어 했던 행동이었는데 괜한 심술에~ 이젠 혼자만 덩그머니 남았으니 속상하지 않을까 싶어요.
동시집 <얘들아 연필시랑 놀자>는 연필시 동인들의 동시들이 여러편 실려 있습니다. 올해로 벌써 20년을 맞았다고 하네요. 그 기념으로 나온 동시집이라고 해요. 이준관, 하청호, 노원호, 박두순, 손동연, 권영상, 이창건, 정두리 시인...... 연필시 동인들의 동시들을 묶어 놓았기에 저마다 색깔들이 달라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더 설레는듯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인들의 동시는 한번 더 눈이 가기도 하구요~
연필시랑 놀기........아이와 함께, 즐거운 동시 읽기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참 좋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