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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귀는 귀가 참 밝다 ㅣ 동심원 21
하청호 지음, 성영란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2월
평점 :
낯선 것은 낯익게, 낯익은 것은 낯설게.......
시인은 우리 주변에서 보여지는 것들을 동시로 노래하면서 우리에게 익숙치 않았던 낯선 것들이 실은 늘상 주변에 있는 것들이었음을 상기시켜줍니다. 그리고 늘상 봐서 낯익다 느꼈던 것들 속에서 새로운 것을 노래하므로써 신선한 낯설음을 느끼게 만들기도 합니다. 바로 이 동시집 <<바늘귀는 귀가 참 밝다>>를 통해서 말이죠.
시집을 읽으면서 울아이가 좋아하겠다 싶은 동시가 있었습니다. <어처구니>란 제목의 동시였는데요~ 아니나다를까요, 이 시집을 읽더니만 가장 마음에 든다면서 엄마에게 읽어줍니다.
어머니가 콩국수를 하려고 / 물에 불린 콩을 / 맷돌에 갈려고 하니 / 손잡이인 / 어처구니가 없었다. // 할머니가 / 이 모습을 보더니 / 맷돌에 어처구니가 없다니 / 참 어처구니가 없구나 // 어머니도 / 어처구니가 없는 / 맷돌을 보다가 /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 <어처구니>(전문)
작년엔가 맷돌을 돌리는 손잡이가 어처구니란걸 알고는 무척 재미있어하더니 잊어버리지도 않고 가끔 그 얘기를 꺼내곤 하던 아이인지라 이 동시를 읽고는 굉장히 좋아라 했습니다. 아마도 자신은 그냥 듣고서 재밌다고만 생각했는데~ 시인은 그 '어처구니'란 이름을 가지고 이렇게 멋진 시를 빚어냈으니 그또한 놀랍다 생각지 않았을까 싶네요.^^
초록 봄 산에 / 날개를 활짝 편 학 같은 / 꽃들이 / 송이, 송이 피었다 // 으아! 큰 꽃이다 / 아기 손바닥보다 크다 // 어머니, 이 꽃 이름이 무엇이에요? // 방금 네가 말했잖아 / 어머니가 웃으면서 말했다 // 내가 이 꽃 이름을 말했어요? / 으아 큰 꽃? / 그래, 큰 꽃 으아리 // 불어오는 바람에 / 곧 날아오를 것 같은 / 큰 꽃 으아리 - <큰 꽃 으아리>(전문)
으아리꽃 동시를 읽더니만 울아이는 어떻게 꽃이름이 이러냐고 정말 우습다네요. 아마 직접 볼 수 있게 되면 절대로 잊어버릴 수 없는 꽃이름이 되지 싶어요. 이 꽃 말고도 이 동시집에서 만나게 되는 생소한 꽃이름이 참 많았습니다. 뻐꾹채, 투구꽃, 바랭이 등등.......
들과 산으로 나가게 되면 시인처럼 꽃 한송이 한송이에 좀 더 많은 시선을 두어야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창문을 여니 / 누구지! / 옥양목 빛 하얀 천으로 / 앞산과 우리 마을을 덮었다 // 꿰맨 실 자국 하나 없이 / 크고 환한 천으로 폭 덮었다 // 눈이 내린 날 아침 - <폭 덮었다>(전문)
참말 아름답다 느꼈던 동시입니다. 발자국 하나없이 흰 눈에 쌓인 길과 거리의 풍경이 눈에 그려집니다. 그 곳을 누군가 걸어가서 발자국이 남았다면~~~~ 그 자국은 바늘이 꿰매고 간 실자국이 되었을까요? 참 멋진 표현이에요~^^*
<시인의 말>에서 시인은 '동시는 사물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날 보는 사물과 자연이 시인의 눈과 감성을 통해서 새롭게 빚어지는 걸 보면 참 놀랍습니다. 새로운것을 발견해내는 아름답고 섬세한 눈과 마음을 우리아이들도 가졌음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