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에 세발이가 있었지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23
야마모토 켄조 글, 이세 히데코 그림, 길지연 옮김 / 봄봄출판사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책은 아이들이나 보는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를 낳기전까진 말이에요.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림책에 푹 빠졌더랬습니다. 보면 볼수록 눈을 떼기 어려울만큼 아름다운 그림책이 얼마나 많던지요!! 그러다보니 절로 그림 보는 즐거움에 빠져 그림책에 탐닉(?) 했더랬지요. 
집에 소장하고 있는 그림책 중에서 제가 좋아하는 그림책이 있는데 <나의 를리외르 아저씨>와 <나의 형, 빈센트>랍니다. 두 작품 모두 아름다운 그림과 감성적인 글이 어우러진 작품으로~ 책장을 덮고나서도 한참이나 여운을 남기는 책이지요. 그리고 그 두 작품  모두 '이세 히데코'의 그림입니다. 

배송받은 책을 아이가 먼저 읽었습니다. 아직 제가 읽기전이었던터라 책 내용이 궁금하기도 해서, 아주 조용히 읽고 조심스럽게 책을 덮는 아이를 보고~ 내용이나 느낌이 어떤지 물어보았지요. 우리아이는 아주 짧막하게 '괜찮아!'라고만 말하더군요. 그래서 처음엔 재미없게 읽었나보다 했습니다.

우리아이가 읽고 난 후 며칠이 지나서야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 길에 세발이가 있었지>를 펼치는 순간 어디선가 낯익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글을 쓴 작가 야마모토 켄조만 생각했던 모양이에요. 이 낯익음은 뭘까? 생각하다가 작가 소개글을 읽었습니다. 그제서야 말이에요. 그리고는 그림을 그린이가 '이세 히데코' 작가라는걸 알고서 무릎을 쳤지요. 그리곤 2년여만에 다시 그녀의 작품을 만나게 된 기쁨 반~ 설레임 반으로 책장을 넘기며 읽었습니다. 
역시나~ 책 속 파르스름한 그림은 또다시 짙은 여운을 남기더군요.

엄마가 읽는 걸 보더니 기다렸다는듯이 우리아이가 다가와 묻습니다. 이 책 어땠어요?라고 말이에요. 그제서야 아이의 느낌을 알았습니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이 책이 우리아이 마음에 계속 자리를 잡았던 모양입니다. 안타까움이 많았던만큼 엄마가 읽고나면 엄마와 그 느낌을 나누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특히 개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이인지라 세발이에 대해서도 참 많이 가슴 아팠나봅니다.


- 집으로 돌아갈 때 세발이가 나를 보고 있었어.
   나는 내 발끝만 보았어.
엄마가 죽고 숙모네 집에 맡겨진 아이는 늘 혼자였습니다. 세발이와 마음을 주고 받기 전까진 말이지요. 세발이는 아이와 참 많이 닮아 보입니다. 어느 날 이 거리에 찾아와 외톨이처럼 떠도는 모습이나 상처투성이 몸에~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는 외로움까지 말이에요.


이 전면 페이지에는 그림만 그려져 있습니다.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입니다. 글로 표현하지 않았음에도, 아니 글을 완전히 배제하고 그림만으로 표현해 놓았지만, 그래서 더욱 쉽게 넘길 수 없는 페이지였습니다. 아이는 어쩌면 저 상황에서도 외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않는듯 합니다. 한 줄 글이 없어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데, 마음 속 아이의 울음이 들리는듯해서 멈칫했던 페이지입니다.


- 아파트 현관 앞에 앉아
   난 세발이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 줬어. 
그 일 후로 아이는 더 이상 학교에 가지 않게 됩니다. 대신 세발이와 친하게 되어 항상 함께 합니다. 주인도 없이 떠돌아 다니는 더러운 개 세발이로부터 아이는 진심어린 위로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발이 세 개뿐이지만~ 또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아 혼자이면서도 늘 세상을 향해 '새로운 풍경'을 만난것처럼 달려 나가는 세발이를 보며~ 아마도 아이 또한 새로운 걸음을 옮길 준비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 차가 큰 길로 나왔어.
  세발이는 그 길이 끝나는 곳에서 멈췄어.
  더 이상 보이지 않았어.
아이는 숙모 집에서 나오게 됩니다. 차를 타고 떠나던 날~ 세발이는 아이가 탄 차를 쫓아서 달리고 달립니다. 그러다 큰 길, 그 길이 끝나는 곳에서 세발이는 멈춰섭니다. 아이가 세발이를 마지막 보는 모습입니다. 


그 아이가 더 이상 소년이 아닌 모습으로 그려진 마지막 그림입니다. 
상처투성이 아이가 세발이와도 이별을 해야 했을 땐 마음이 참 많이 아팠습니다. 의지가 되어준 세발이를 떠나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도 안쓰럽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이 그림에서 위안을 받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아이는 많은 길을 홀로 걸어왔지만, 마음 속에는 늘 세발이가 있었고, 세발이가 보여준 우정이, 세발이를 통해서 읽어 낸 희망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았으니까요. 아주 잠시동안 세발이와 나누었던 우정이었지만~ 평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삶을 지탱해줄 커다란 힘이 되어준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 괜찮아.
  눈을 감으면 그 길이 보이잖아.
  세발이가 나를 보고 있잖아.
  나는 계속 걸을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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