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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 (문고판) ㅣ 네버엔딩스토리 25
안네 프랑크 지음, 최지현 옮김 / 네버엔딩스토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중학생때 <안네의 일기>를 처음 읽었습니다. 안네와도 비슷한 사춘기 소녀적 그 당시 제 눈에 비친 이 작품은,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인 전쟁의 참혹함과 두려움은 물론이고, 소녀들이 갖는 감성과 설레임을 함께 공유하듯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지요. 이 책을 읽은 친구들끼리는, 자신의 일기장에 안네가 붙인 키티처럼, 예쁜 이름을 붙이기도 하고 말이에요.
엄마가 되어서 읽어 본 <안네의 일기>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안네의 통통 튀던 밝음이 그 은신처에서 지내는 동안 조금씩 그 색깔이 바래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참 아파지더군요. 그 당시 안네만이 겪고 있는 상황은 아니겠지만, 열세 살, 열네 살 소녀가 그 상황을 이겨내려고 애쓰는 모습이 무척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내가 가장 먼저 챙긴 건 이 일기장이고, 그 다음엔 머리 마는 기구, 손수건, 교과서, 빗, 예전에 받은 편지들을 챙겼어. 피신하러 가는데 뭐 이딴 걸 챙기냐고 하겠지만 난 아니야. 내겐 옷보다 추억이 더 소중하니까. - 20쪽
열세 살 안네가 은신처로 피신하면서 필요한 것들을 챙긴 후 남긴 일기 중 일부입니다. 여자아이답게 머리 마는 기구랑 손수건을, 공부하는 나이인 만큼 교과서도 챙기는 모습은 여느 아이랑 다를 것 없는 소녀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예전에 받은 편지를 챙겼다는 안네의 글 때문에 코가 찡해지기도 했습니다. 은신처에서는 가족과 함께 피신한 또다른 가족 외에는 모든 것이 단절되어야 했던 만큼 안네에게는 두고두고 곱씹을 추억 또한, 큰 힘이 되었을테지요.
그곳에서 피신한 채로 안네는 공부를 하고, 책을 읽으며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기다립니다. 창밖으로 살짝 보이는 밖의 풍경을 보면서 자유롭게 만끽할 수 없는 자연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갇혀 지내다보니 가족들 모두 예민해져서 서로에게 상처도 주고 힘들어하는 상황이 반복되지만, 사춘기 소녀의 감성과 글쓰기를 좋아하는 만큼 일기에 자신이 느낀 일들을 적어내려가며 은신처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지요.
라디오를 통해서 듣는 전쟁 뉴스와 자신이 있는 곳에도 심하게 들리는 폭격소리, 가족을 돕는 사람들이 가끔 드나들며 바깥 소식을 전해 줄 때마다 안네는 글을 통해 전쟁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남기고 있는데, 열서너 살 소녀의 눈과 귀에 비친 전쟁에 관한 글을 읽으니 더욱 비인간적이고 참혹하게 느껴지네요.
우정이 아닌 사랑에 눈을 뜨면서 겪는 섬세한 감정 표현, 부모와의 갈등, 전쟁 중이지만 용기를 잃지 않고 미래 자신의 꿈을 향해 희망을 품으며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는 안네의 일기는, 읽는내내 커다란 안타까움과 함께 감동을 안겨줍니다.
글을 쓰는 동안은 모든 것을 떨쳐 버릴 수 있어. 슬픔도 사라지고 용기가 솟아오르지. 그런데 내가 훌륭한 작품을 쓸 수 있을까? 언론인이나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기를 바라. 아, 정말 간절히 그러고 싶어. - 170쪽
은신처가 발각되어 끌려간 수용소.... 그곳에서 죽음을 맞이한 안네를 생각하면, 앞서 읽은 일기 때문에 더더욱 목이 메입니다. 영국군이 안네가 감금되어 있던 수용소를 조금만 더 일찍 해방시켰더라면~~ 그랬더라면~~!
아~정말이지, 안네처럼 안타까운 이야기들을 수없이 만들어내는 전쟁이 이젠 더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