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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 ㅣ 세계문학의 숲 3
토머스 드 퀸시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동시대 많은 문인들에게 영향을 끼쳤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도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은 학창시절 제목만 들어 익숙한 책이었는데, 읽고자하다 놓친 책이니만큼 이번에 읽게 되어 참 좋았다.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중 한 부분 또한 토머스 드 퀸시의 이 작품 <고백>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하는데, 책소개글을 살펴 보다가 보르헤스의 추천평을 보고는 내용이 더욱 궁금해질 수 밖에 없었다. 보르헤스에겐 세상에서 가장 슬픈 책 중 하나로 꼽히는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이 내게는 어떤 책으로 다가올까?
이 책은 작가의 삶이 베어 있는 자전적 소설이다보니 토머스 드 퀸시를 이해하는데 많은 걸 제공한다. 토머스 드 퀸시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 한 권(그의 대표작^^)만으로도 작가의 생각과 삶 그리고 심리를 엿보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다 하겠다.
이 책을 통해 19세기 영국의 사회상까지도 들여다 볼 수 있는데, 그 당시 낭만파 문인들 대부분은 아편을 복용했다고 한다. 아편 복용량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하겠지만 작가처럼 의약품 대신으로 사용하곤 했던 모양이라 더더욱 아편 사용이 흔했던 시절!
작가는 치통때문에 처음 아편을 복용하기 시작했고 나중엔 그런 고통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 아닌 정신적 쾌락을 위해서도 복용했던 모양이다. 어쩌다 한번이 매일이 되고, 매일 복용량이 점점 늘어나면서 중독에까지 이르게 된 작가는 아편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고자 복용량을 줄이기 시작하는데, 그렇게 아편을 줄이는 과정에 찾아오는 금단현상들을 세심한 심리 묘사와 함께 써내려가고 있다.
본문은 작가 자신의 학창시절과 런던 방랑시기를 1부에 담고 있으며, 2부에서는 아편이 주는 쾌락과 고통을 담고 있다.
본문 중에 작가는 술(포도주)과 아편을 비교하기도 하는데,
... 포도주는 인간의 냉정함을 빼앗지만, 아편은 냉정함을 크게 활성화 한다. 포도주는 판단력을 어지럽히고 흐리게 하며, 술을 마시는 사람의 경멸과 존경, 사랑과 증오에 초자연적 광채를 주고 그것들을 생생하게 강화한다. 반대로 아편은 능동적이거나 수동적인 모든 정신 기능에 평온과 균형을 전달한다.... 본문 89,90쪽
아편 복용을 했을 때 정신적 육체적 변화를 포도주를 마셨을때와 비교해서 표현한 글인데, 참 문인다운 표현이지 싶다. 이런 묘사들은 아편 중독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는 작가의 고통, 아편이 주는 쾌락을 다루는데도 쓰고있고, 그의 문체가 주는 활달함(?)에 따라 읽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게 읽히는 소설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것은 전체적인 주제는 참 간결한데 반해 소설의 흐름이나 문체가 주는 맛은 꽤 흥미롭게 전개된다는 거다. 자전적 소설이 주는 진실됨까지 느껴져서 더욱 호기심을 두고서 읽었는데, 해설 부분을 보니 이 책의 텍스트가 두 종류로~ 잡지에 발표된 초판과 나중에 작가가 다시 개정과 증보를 해서 다시 출간한 개정판이 그것으로, 이 책은 초판 텍스트를 번역한 거라고 한다. 나름의 평가가 다른 두 텍스트 중 문학적 가치를 더 두는 텍스트가 초판이고, 이런 사실을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알았지만~ 초판 번역본으로 처음 접하게 되어 잘되었다(?)란 개인적인 생각....^^.
또한, 작가의 문학적 깊은 소양뿐만아니라 꼼꼼함과 섬세함, 치밀함과 세심함이 문체에서 그리고 원주에서도 잔뜩 느껴졌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