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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을 범하다 - 서늘하고 매혹적인 우리 고전 다시 읽기
이정원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불편하겠지만 진실을 말하자면, 그런 '허무해지기'는 고전에 도사린 예리한 현실 비판의 칼날을 덮어버리는 우리 사회의 방어기제 중 하나이다. 춘향의 사랑과 심청의 효행에 드리운 도덕의 폭력과 협잡, 그리고 이 모든 더러운 지배 이데올로기의 공격과 이에 몸부림치는 예술의 응전을 '권선징악'이라는 근사하고도 조금은 어려운 말로써 감춤으로, 우리 사회의 수많은 고단한 삶들은 그 이유를 모르게 되는 것이다. - 머리말 중에서
<전을 범하다>란 제목을 처음 접했을때 어찌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호기심이 잔뜩 일었더랬다. 그리고 머리말을 읽으면서 이제껏 학창시절 내내 우리의 고전문학을 크게 아우르는 '권선징악'이라는 주제에 대해 '폭력적'이라고 쓴 글에 더욱 눈이 반짝거려졌다. 본문을 읽기도 전에 저자의 머리글만으로도 우리의 고전소설에 내린 그의 해석에'서늘해지고 매혹'당했다고나 할까!
저자는 우리 고전을 그리 표현해 놓았다. 서늘하고 매혹적이라고........
솔직히 이제껏 우리 고전문학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고전은 누구나 그 가치를 인정하는 책이다. 하지만 누구도 읽지 않는 책이다.'라고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아나톨 프랑스의 말처럼 그저 교과용(?)으로만 접했던 책이 아닌가 싶다. 제대로 읽지는 않았지만 스토리라인을 꿰고 있는 고전소설 중 일부는 어린 시절 동화책으로 먼저 만나 엄청 축약된 내용들로 내 머리속에 자리잡고 있다고 해야겠다.
또 어떤 고전소설은 책이 아닌 영화나 판소리 등 다른 분야를 통해서 대략적 줄거리를 꿰고 있기도 했다. 그 고전들이 대부분은 효를 이야기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이나 충을 이야기하면서 결말의 대부분은 '권선징악'으로 끝을 맺지 않았던가! 어쩌면 학창시절 내내 입에 붙어 외우다시피한 네 글자의 그 주제가, 많은 고전소설을~ 제목만 보고서도 '이 이야기 또한 결말은 응당 그럴것이다.'라고 미리 짐작하고, 그렇게 채워진 사고의 빗장을 벗겨내지 못했던게 아닌가 싶다.
본문에서 저자가 다루고 있는 고전 중에는 익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심청전> <춘향전> <홍길동전>이 저자의 해석에 의해 얼마나 새롭게 다가왔는지 모르겠다. <장끼전> <김원전>은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된 만큼 흥미진진 재미있게 읽었으며, 설화인 <지귀 설화> <김현감호> 중에 <김현감호>에 대한 해석은 나또한 저자와 비슷한 생각으로 읽었던 터라 공감을 더하며 읽었다. 이 외에도 외국 전래동화인줄 알았던 <황새결송>, 영화 때문에 익숙해진 <전우치전> 등등 마지막 장을 넘길때까지 참말 흥미진진하게 읽지 않은 부분이 없는 책이다.
특히 <적벽가>를 다룬 부분에서, '군사 죽음 대목'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해학적이기 그지 없어 읽다가 웃음이 절로 나왔던 대목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왠지모를 서글픔과 쓸씁함이 베어져 나왔던 '군사 죽음 대목'은, 우리 고전소설이 안겨주는 미학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 소설 뿐만 아니라 영화 속 주인공(영웅들)을 제외한 일개 사병(군졸)들의 죽음은 그저 아무런 감정이입 되지않고 보여지고 느껴졌는데, 이젠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듯하다.
<서늘하고 매혹적인 우리 고전 다시 읽기>라는 부제처럼~ 이 책을 읽음으로써 우리 고전소설이 주는 매력을 새삼 곱씹게 되었는데, 어떤 내용은 저자의 해석에 커다란 공감을 하기도 하고, 어떤 해석은 그냥 단순하게 받아들여도 좋을텐데 지나치게 파헤치는게 아닌가란 생각도 했다.
그렇다하더라도, 저자의 해석을 통해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고전이 달리 보인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여태 고전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지 못함이 아쉬워서 이제부터라도 우리 고전소설을 찾아 읽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