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밥상 - 밥상으로 본 조선왕조사
함규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왕의 밥상을 통해 살펴 본 조선의 역사이야기는, 읽기 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한 이야기와 자료들로 쓰여져 있어 더욱 흥미롭게 읽었다. 
15세기말이나 16세기 무렵 왕의 아침 수라 장면을 가상해서 담은 1장에서는 수라상을 내기 위해서 대책모임을 가지고, 수라가 물린 뒤에도 평가 반성을 하는 등~ 왕의 밥상 관련 책임자들의 회의 장면도 흥미로웠고, 사옹원 제조, 상선, 상식, 제거 등 음식 관련 책임자들의 익숙치 않은 관직명도 새로워서 눈길을 잡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진진하게 읽은 2장에서는, 제 1대 조선을 건국한 태조부터 제 27대 마지막 황제 순종까지, 각 왕의 밥상을 들여다보며, 왕의 성격과 몸의 질병, 정신적 상태 그리고 그에 따라 정치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를 다루어 놓았다. 감선, 철선, 철주, 각선 등등 나라의 재변이 있을 때마다 반찬의 가짓수를 줄이거나 고기반찬을 먹지 않거나 술을 금하고, 식사 횟수를 줄이기도 하는 등 밥상을 통한 왕의 통치 윤리와 함께 조선왕조 궁중 식문화의 역사를 짚어볼 수 있어 그야말로 재미가득하다.

3장은 왕의 수라상에 올려진 음식들을 각 종류별로 세세히 설명하고 있으며, 궁중음식의 특징, 음식 관련 업무를 담당한 사람들과 여러기관들, 12첩 반상에 담긴 뜻과 음식 법도를 다루고 있으며, 4장에서는 음양오행으로 살펴 본 음식과 이러한 양생 식사법을 통해 밥상을 받은 조선 왕들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영국, 프랑스, 중국 통치자들의 수명 비교 글이 실려있어 더욱 흥미롭게 읽었던 장이다. 
5장에서는 '백성과 함께 나누어 먹는다.'는 조선 왕들의 밥상 윤리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왕의 밥상>을 읽으면서 또다른 한 켠에는 <조선왕조실록/들녘 펴냄>을 두고 읽었다. 처음부터 <조선왕조실록>과 비교하면서 읽은 것은 아니고, 본책 2장에서 다룬 '역대 왕들의 밥상'을 읽다보니, 태조부터 순종까지 주욱 왕의 밥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계보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지 않아(제목 그대로 '밥상'이 중심인 책이므로~^^), 적자로 후계가 이어지지 않는경우~ 어떤 계보인지 궁금증이 생겨서였다. 그렇게 조금씩 <조선왕조실록>을 참조해 가며 읽다 보니~ 밥상을 통해 살펴 본 조선 왕들의 이야기와 실록을 통해 살펴 본 조선 왕들의 이야기가 슬쩍 비교되면서~ 더욱 흥미롭게 읽힌 책이다. 

그 중에서, 정조를 살펴보면......
이는 조선 성리학의 고유화에 따른 조선 문화의 독자성의 발로이며, 이러한 축적 위에서 정조의 학자적 소양에서 기인하는 문화 정책의 추진과 선진 문화인 건륭 문화의 수입이 자극이 되어 조선 후기는 문화적 황금시대를 이를 수 있었다. -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들녘> 본문 384쪽

"내가 뭘 잘못했기에 하늘이 노하셨는지 각자 의견을 제시해 보라"라고 낮은 자세를 취해야 한다. 정조도 일단 그런 입장은 입장이다. 하지만 저렇게 주역의 괘상을 줄줄 외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괘상이 지금의 형국이며 어떻게 그 형국을 풀어야 할지 설명해보라' 하면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마음대로 말하라면서 실제로는 말문을 꺼내지 못하게 하는 수법이었다. 정조는 그런 식으로 천재적인 두뇌와 학식으로 신하들을 압도했다.
- 본책 144쪽

조선 역대 왕들 중~ 가장 천재성을 가진 정조를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왕의 밥상>답게 감선을 행하면서도 신하들에게 하는 일장연설을 통해 정조의 비상함을 다루고 있듯이~ 본책은 밥상의 음식과 밥상머리 행동거지를 통해~~ 더욱 흥미진진하게 조선 왕조사를 이야기한다.

<왕의 밥상>에서, 조선의 역대왕들을 한 줄로 표현해 놓은 글은 이 책을 읽는 묘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12대 인종_ 생강을 상품으로 내리고, 울면서 닭죽을 먹다.
19대 숙종_ '어머니의 밥상'으로 건강을 챙기다가, '몰래 먹는 야식'으로 몸이 나빠지다.
21대 영조_ 단식투쟁을 벌이다가, 고추장에 보리밥을 비벼 먹다. 
각 왕들의 밥상을 이야기하기 전에 쓰여진 한 줄 표현들은, 위트와 함께 그 임금의 생애를 살짝 내비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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