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입술 우표 ㅣ 동심원 7
곽해룡 지음, 김명숙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6월
평점 :
곽해룡님의 동시집이라 반가운 마음이 더 컸던 시집입니다.
이 책에서 만난 동시들은~ 군더더기 하나 없다고 해야할까요? 화려한 수식어구 찾기 힘든 동시들은 그래서 더욱 진실되게 다가오는듯합니다. 한 편 한 편 읽다보면, 어떤 동시는 웃음이 절로 벙싯 피어나게 만들고, 어떤 동시는 마음을 콕 찌르기도 하고, 어떤 동시는 코가 시큰거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어떤 날 아빠는 내 입술 우표를 / 한꺼번에 두 장 세 장씩 받아 가기도 합니다. / 내 입술 우표는 아무리 붙여 주어도 닳지 않아 / 아깝지 않지만 / 두 장 세 장 한꺼번에 붙여 드리는 날은 / 아빠를 오랫동안 못 볼 것만 같아 /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합니다. - <입술우표> 중 일부
처음, 동시집 제목을 보면서 '입술 우표'가 뭘까~ 했습니다. 표제작 <입술 우표>를 읽고서야 아이가 아빠 볼에 하는 뽀뽀라는 걸 알았는데, 짐차 운전수인 아빠가 먼 길 떠나기전 아이에게 뽀뽀를 받고 떠나는 모습을 그린 이 동시는, 마지막 연에서 아빠에게 뽀뽀를 많이 하게 되는 날~ 아주아주 먼 길을 떠나실 아빠를 생각하며 슬퍼하는 아이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글 한 줄 없지만, 아이를 향한 아빠의 사랑과 아빠를 향한 아이의 사랑이~ 읽는 이에게도 강하게 전해져 코가 시큰거리게 만든 동시입니다.
어떤 동시들은 읽는 우리아이들의 상상력을 톡톡 자극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시로 표현했는지~~~. 이 동시집에 실린 여러 재미있던 동시들 중에서 <다리미> 한 편을 옮겨보면~
엄마가 / 쪼글쪼글한 옷을 다린다. // 다리미가 / 쪼글쪼글한 주름을 먹어 치운다. // 다리미 뱃속에는 / 쪼글쪼글한 주름이 // 꼬불꼬불한 라면 면발처럼 / 꽉꽉 차 있을라나? - <다리미> 전문
다리미를 보면서 쪼글쪼글한 주름을 먹어 치워 뱃속에 차 있을거라는 상상이 재밌었던 동시입니다. 그런데, 뒤이어 나오는 <매미>라는 동시를 읽으면서는 또다른 느낌을 전해줍니다.
매미는 울면서 / 쭈글쭈글한 배를 쥐어짠다. // 몸속에 든 울음을 / 남기지 않고 다 비워 내려는가 보다. // 매미야, 막 울어라. // 속이 후련해질 때까지 실컷 울어라 - <매미> 전문
다리미가 먹어치워 버린 '주름'이 왠지 매미의 '쭈글쭈글한 배' 속에 들어 있는 '울음'처럼 느껴지면서, 다리미가 가져간 쪼글쪼글한 주름이 '슬픔'이 아니였을까~ 생각케 만든 <매미> 동시였네요.
뒤편에 실린 '시인의 말-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중에 '제 시가 누군가의 가슴에 들어앉아 힘든 일을 이겨 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라고 쓰고 있는 글이 마음에 남습니다.
위로가 되어 주는 시...... 그러고보니 <입술 우표>에는 그렇게 위로가 되어주고, 힘을 주고, 아픈 마음을 다독여주는 시들이 많이 실려 있습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아이들을 위한 동시로 말이지요.
날아오는 공을 피하지 못해 / 안경이 깨졌다. // 안경 대신 안대를 끼고 보니 / 칠판 글씨도 흐릿하고 / 친구들 얼굴도 흐릿해 / 그 얼굴이 다 그 얼굴 같다. // -눈탱이가 밤탱이 됐네! / -조심하지 그랬어. 많이 아프겠다! // 그렇잖아도 속상한데 / 놀리는 친구도 있고 / 위로해 주는 친구도 있다. // 안경을 끼고 볼 때는 / 친구들 얼굴이 잘 보였는데 / 안대를 끼고 보니 / 친구들 마음이 보인다. - <안경과 안대>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