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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트로트 가수 ㅣ 동심원 6
유은경 지음, 안예리 그림 / 푸른책들 / 2010년 1월
평점 :
한 아이가 그려진다. 초등 5학년인 이 아이는 아파트 1004호에 살며~ 엄마 아빠 동생 그리고 여든이 되신 할머니랑 같이 사는 아이다. 이 아이는 전학을 가기도 했었고, 금붕어를 키우고 있으며, 꿈은 트로트 가수다. 학교와 약수터를 오가며~ 눈에 보이는 작은 생명들의 움직임에도 따스한 시선을 보낼 줄 아는 맑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내 꿈은 트로트 가수> 동시집을 읽어가다 어느 샌가, 나의 머리 속에 형체를 잡아가며 그려진 아이의 모습!!^^*
정말 이 아이가 쓴 동시가 아닐까~싶을만큼 시 한 편 한 편에서 동심이 뚝뚝 떨어진다.
짧지만 그 안에 웃음, 슬픔, 놀라움, 밝음, 기쁨, 감동이 톡톡톡 박혀있는 동시들...
어떤 동시는 찔림도 주고, 어떤 동시는 부러움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똑같은 풀을 보고, 똑같은 새 소리를 들으며, 똑같은 상황 속에서도 시인이 그려내는 모습들은~ 내가 느끼지 못하고 지나쳐 버렸던 섬세한 동심을 자극하니 말이다.
<<배꼽>>
콩을 까면서 알았지, / 콩에도 배꼽이 있다는 걸. // 엄마와 뱃속 아기를 / 열 달 동안 이어 준 / 탯줄이 그랬듯이 // 꼬투리 속 작은 초록 꼭지가 / 콩알을 키웠다는 걸. // 내 배꼽도 / 콩 배꼽도 / 엄마 사랑의 흔적이란 걸 / 콩을 까면서 생각했지.
콩을 까면서 탯줄로 이어졌던 배꼽을 생각하고 엄마의 사랑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니... 40편이 넘는 동시들 중에는 요렇게 예쁜 마음을 그린 동시들이 참 많다. 언니가 하는 말 고대로 따라하는 동생을 보며 말을 가려해야겠다 느낀 언니 모습을 그린 <언니 노릇>이나 <골목길>, <동태 껍닥 고구마 껍닥>, <잠자리가 옷소매에 앉은 순간>, <안녕, 지렁이> 등등~ 읽노라면 미소가 벙싯 지어지는 동시들이다.
또, 나란히~ 왼쪽과 오른쪽에 실려 있는 동시들 중에는~ 비슷한 소재로 다른 생각을 담거나, 다른 소재로 비슷한 생각을 담아 놓기도 해서 읽다가 한 번씩 더 읽게 되는 동시들도 있었는데 그 중에 두 편을 적어보면...
<<안녕, 지렁이>>
아버지와 약수터 가다가 / 지렁이를 봤다, 콘크리트 길에서. // 물 떠서 돌아올 때까지 / 한 걸음도 못 간 지렁이 // 거칠거칠한 그 자리에서 / 몸을 뒤틀고 있었다. // '데려다 줄게.' // 회색 가루 범벅이 된 지렁이 / 고마리 풀 속으로 미끄러져 갔다. // 분홍 꽃무더기가 환해졌다.
<<빨간 비닐끈>>
녹색 모자 쓴 아저씨들이 / 죽은 가로수를 캔다. // 뽑혀서 누운 벚나무마다 / 뿌리에 친친 감겨 있는 / 비닐 끈. // 오백 년 지나도 끄떡없다고 / 썩지도 끊어지지도 않을 거라고 // 죽은 뿌리를 움켜쥐고 있다. / 빨간 비닐 끈.
회색가루 범벅이 된 지렁이 한 마리를 풀 속으로 되돌아가도록 해주고는 환한 기쁨을 느끼는 아이의 마음과 썩지도 끊어지지도 않을 빨간 비닐끈에 칭칭 감겨있는 뽑혀서 누워있는 벚나무의 참담함이 대조되는 동시 두 편이 나란히 실려있어, 잠시 멈칫하고 다시 읽게 만들기도 했다.
이 동시집에는 눈에 비치는 사물이나 상황들을 예민하게 관찰해서 동심으로 풀어 놓은 동시들이 많은데 그 중 가장 내마음을 울렸던 동시는 <하늘로 날아간 다람쥐>다. 고속도로나 국도를 달리며 가끔 접했던 일들인데 징그럽다 느끼며 보지 않으려고 외면했던 내 모습을 떠올리게 했던 동시로, 애처로움과 미안함, 묘사의 아름다움 등 감정이 복합적으로 느껴졌는 동시였다.
동시를 읽을수록 드는 생각... 동시야말로 아이, 어른 모두 함께 읽어야할 시가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