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은 흐른다 - 이미륵의 자전 소설 올 에이지 클래식
이미륵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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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독일 땅에서, 한국인에 의해 독일어로 쓰여진 자전소설 한 권 <압록강은 흐른다>... 이 책은 그 해에 '독일어로 쓰인 올해 최고의 책'에 선정되어, 독일인들에게 큰 찬사와 사랑을 받은 책이라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의 독일에서 독일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 책은, 이름조차 낯선 나라, 대한민국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려주었으리라. 

이 책을 읽고서야 처음으로 알게 된 재독작가 이미륵... 경성 의학 전문학교를 다니다가 대학생 신분으로 1919년 3.1운동에 가담한 뒤에 일본경찰에 쫓겨 상하이로, 그 곳에서 다시 독일로 망명한 작가는, 뮌헨대학교 동아시아학과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학을 강의하고, 그 곳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 작가활동을 했다고 한다.

앞서 적었듯이 <압록강은 흐른다>는 이미륵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유년시절의 사촌 수암형과의 많은 일화들은 읽으며 빙그레 미소가 지어질만큼 행복함이 묻어나는데, 행복했던 유년시절이 지나고, 신학문을 공부하던 소년시절의 작가는 신학문 공부를 어려워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사상을 접하고 배우는 과정에서 유럽이라는 대륙에 눈을 뜨고 동경하던 모습을 세밀히 묘사하고 있기도 하다.

대학을 다니다 독립운동에 가담하여 망명하기까지~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까지의 배경으로, 소년시절~ 일본 경찰들로 인해 뒤숭숭하던 동네의 모습이나, 일본에 강제 합병을 당하면서 배우던 교과서가 모두 바뀌는 과정, 3.1 만세운동과 그에 따른 일본의 공포정치 등이 내비치기는 하지만, 일제 만행에 초점이 맞춰지거나 독립운동에 초점이 맞춰진 책이라기 보다는, 작가의 행복한 유년시절에 대한 추억과 청년시절~ 자신의 눈에 비친 당시 우리나라의 상황, 그리고 그에 따른 자신의 사고와 감정을 간결하게 담아낸 책이라고 해야겠다.
작가가 일본 경찰의 눈을 피해 압록강을 몰래 건너는 부분이나, 상하이에서 독일로의 망명하는 과정 또한, 격한 감정없이 눈에 비친 모습과 일어났던 일들을 일기에 적듯이 담담하게 적고 있는데도, 눈을 떼기 어려워 마지막 페이지까지 주욱 읽게 만든 건 무엇일까? 진정성이 잔뜩 묻어나는 그의 진솔함 때문이 아니였는지......

머나먼 이국 독일 땅에서, 고향 집 뜰에서 숱하게 보던 꽈리를 보고 발걸음을 멈추고 기뻐하던 모습, 하얀 눈이 내리자 친숙한 그 눈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하는 모습을 그린 마지막 부분은, 독일 대학에서 의학, 철학, 생물학을 전공 했으면서도 강단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학을 강의한 그의 내면이 그려지기도 했다. 

책을 읽고나니, 문득 <연을 쫓는 아이>가 떠올랐다. 그 책을 읽기 전에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는, 내전과 가난으로만 기억되는 나라였는데, 그들의 문화, 사회, 정치뿐만 아니라 그들의 정신 토양에 대해서도 잘 녹아들어 있는 이야기를 통해, 내게 아프가니스탄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준 책이였다. 당시 <압록강은 흐른다>를 읽은 독일인들 또한 그러지 않았을까~싶다.
 

압록강을 무사히 건넌 후 중국의 도시를 돌아다니다가, 압록강을 다시 한번 더 보기 위해 찾아간 작가의 마음을 헤아리며 뭉클해지기도 했다. 강 건너~ 부모와 가족을 두고 떠나 온 고국의 땅을 보면서 작가는 이렇게 적고 있다.
... 나는 먼 남쪽에 있는 수양산이, 계곡과 시내가 있는 그 수양산이 보이는 듯했다. 또한 어렸을 때 저녁만 되면 가서 장엄하면서도 화려한 음악을 듣던 이층 탑 건물도 눈에 아른거렸다. 아름다운 천상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남쪽에서 바람결처럼 들려오는 게 분명한 그 천상의 소리가.
천상의 소리와도 같은 음악이 흐르던 고향 땅... 그 모든 애틋함과 그리움. 

암울하던 시대를 살다 간 이미륵... 낯선 땅 독일에서 그는 조국의 광복 소식을 들었을게다.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고국을 향한 그리움을 키워냈을 그가, 자신의 아름답던 유년시절을 회상하면서, 자신이 떠나오기까지의 고국의 모습과 그당시 자신의 정신을 글로 담아내며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싶어 책을 덮고나서도 한참이나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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