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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엄마가 된 날 ㅣ 작은 곰자리 9
나가노 히데코 지음, 한영 옮김 / 책읽는곰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아마도, 이 책을 읽어주는 모든 엄마들이,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모든 아이들이 이렇게 말할듯 합니다. 엄마들은, "엄마가 엄마가 된 날은 이랬단다."라고, 아이들은 "엄마가 엄마가 된 날은 어땠어요?"라고 말입니다. 나도 그랬고, 우리아이도 그랬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아이와 참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게 됩니다. 절대로 그냥 그림만 보고 내용만 읽어지지 않네요. 32페이지라는 짧은 분량의 그림책이지만, 이 책을 손에서 놓기까지는 아마 꽤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만큼... 읽다가 보면 우리아이에게 해주고픈 이야기도 많고, 읽다가 보면 우리아이도 궁금한게 많아져 엄마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게 되는 책이니까요.^^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엄마의 모습은 참 아름답습니다. 처음 책을 배송 받고, 표지 그림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지는건 엄마이기에 더욱 그러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되는 그 느낌! 그 모습!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기에게 젖을 물리던 날, 나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잔잔한 떨림으로 전해지던 그 감동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눈을 꼬옥~ 감고서 입술만 달짝대던 내 아기의 모습도 함께 말이죠. 너무도 작아서 불면 날아갈듯, 와락 쥐면 부서질 것 같던 연약한 울아기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뜨뜻한 무언가가 목구멍 뒤로 넘어가는듯 했지요.
'네가 태어나던 날 이야기를 들려줄게.'
이 그림책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바로 나의 이야기가 되어버려서, 엄청 부른 배를 안고 병원에 가기 위해 짐을 꾸리던 이야기부터 하게 되었다죠.^^ 우리아이는 초음파로 태아 상태를 살펴보는 장면에서 호기심이 왕창입니다. 의사 선생님이 너의 심장 소리도 들려줘서 뱃속에 있을 때 심장 뛰는 소리도 직접 들었다 하니까, 무척 신기한 모양입니다. 그림책 속 엄마가 샤워하는 장면에서는, 엄마도 정말 이만큼 배가 불렀다~라고 했더니, 남산만큼?이라고 물으며 흉내를 내길래, 하도 배가 불러서 어쩔 땐 숨쉬기조차 힘들 때도 있었다고 했더니 눈이 커다래지기도 했습니다.^^ 그림을 보면서, 발로 배를 톡톡 찰 때의 느낌도 이야기 해주고, 병원의 모습도 이야기 해주고, 아빠랑 함께 부모 교육도 받았단 얘기도 해주게 되었네요. 그랬더니, 책 속 그림처럼 인형을 가지고 가르쳐주냐고 신기한 듯 묻는 아이...^^
왜, 이제껏 이런 얘기를 해주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책은, 이래서 참 좋습니다.
아마, 그래서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었나봅니다. 매달 꼬박꼬박 병원에 가서 아기가 잘 크고 있는지 보고, 늘~ 건강을 위해 아빠와 함께 기도를 하고, 태아에게 나쁘다고 하는 음식은 먹고 싶어도 꾹~참고 먹지 않았다는 이야기 등등, 그 때의 기억들이 이 책 한 권으로인해 새록새록 피어올라 아이랑 이야기꽃을 피우게 되었네요.
"엄마, 이젠 아기 할거예요."
역활놀이를 좋아하는 우리아이는 놀면서 가끔 강아지, 앵무새, 로봇이 되곤 하는데, 이 책을 읽고나면 아기가 되고 싶어합니다.^^ 신생아실의 광경도 재미있어하고, 번데기처럼 꽁꽁 싸놓은 신생아들 얘기에 깔깔 웃기도 하지만, 엄마가 될 수 있도록 태어나준 아기가 얼마나 사랑스럽고 예쁘던지 눈물이 날 지경이였다는 엄마 말에 담~북 행복감에 젖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저 또한 그날의 벅찬 감동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어 행복한 시간이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