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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연이 들려주는 삼국유사 - 작가와 작품이 공존하는 세상
배정진 지음, 장광수 그림 / 세상모든책 / 2009년 2월
평점 :
<삼국유사>와 <삼국사기>는 고려 시대 대표적 역사서다. <삼국사기>가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의 역사만을 다룬 역사서인 대신, <삼국유사>는 단군의 고조선을 우리의 역사로 담고 있고, 가락국 등 다루는 역사의 폭이 훨씬 넓다. 또한, <삼국유사>에는 단군신화를 비롯해서 신화와 설화, 향가, 불교 및 민속 신앙, 일화등이 실려 있어 우리 선현들의 생각과 당시의 풍속을 알고 이해하기 참 좋은 책이라 하겠다. 그렇다보니 유아그림책으로 <삼국유사>에 실린 이야기들을 다루기도 하고, 만화로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출간되기도 하는듯하다.
일연의 일대기와 함께 본문에 담긴 이야기들 중 아주 익숙한 향가 몇 편 옮겨보면,
거북아 거북아 / 머리를 내놓아라 / 만약 내놓지 않으면 / 구워서 먹으리라. <구지가> - 거북이 내려 준 가야의 왕
간 봄 그리워 / 모든 것이 서러이 시름하는데 / 아름다움 나타내신 / 얼굴에 주름살지려 하옵니다 / 눈 돌이킬 사이에나마 / 만나 뵙도록 기회를 만드리라 / 죽지랑이여, 그리운 마음에 가는 길 / 다북쑥 우거진 마을에 잘 밤이 있으리까. <모죽지랑가> - 부하를 끔찍이 사랑한 죽지랑
짙붉은 바위 가에 손에 잡은 암소 놓게 하시고 /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헌화가> - 수로 부인에게 꽃을 꺽어다 바친 노인
이 책에 실린 34편의 이야기에는 향가가 꽤 수록되어 있다. <삼국유사>에 실린 향가 14수 중에 위에 적은 3수 외에 <서동요><해가><찬기파랑가><안민가><처용가>가 실려 있는데 이야기와 함께 읽으며 알게 되는 향가는, 아이들 학습에도 많은 도움을 줄 듯하다.
또, 수록된 이야기들 중에 '경문왕의 귀는 당나귀 귀'를 읽으면서 동.서양에 전해지는 비슷한 구전설화 중 하나란 점에서 흥미로웠으며, 눈 앞의 당장 맛볼 수 있는 기쁨보다는, 멀리 바라보고 깊이 사고하여 행하면 더 큰 기쁨을 얻을 수 있음을 배울 수 있었던 '못생긴 아내 덕분에 왕이 된 응렴', <효녀 심청>의 모태가 되는 '효녀 지은'이야기 등등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들도 만날 수 있어 좋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흡족했던 부분은 <삼국유사>를 쓴 일연의 삶과 함께 일연이 들려주는 <삼국유사>의 소개글이였다. 책을 다 읽고나서 살펴보니, 세상모든책출판사의 '작가와 작품이 공존하는 세상'시리즈가 이와 같은 형태로 쓰여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이 시리즈의 그러한 구성이 마음에 들다보니, 앞서 출간된 다른 책들에도 관심이 간다.
민족적 자주의식을 높이기에 좋은 <삼국유사>, 아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이 책을 통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