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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노래 ㅣ 푸른도서관 30
배봉기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5월
평점 :
처음 표지에 그려진 그림을 보면서 이스터 섬을 떠올렸더랬다. 세계 불가사의 중 하나인 거석상이 많이 발견된 이스터 섬.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이스터 섬과 모아이(거석상), 거석문화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이 작은 섬에서 적은 주민수로 어떻게 그렇게 큰 모아이를 세울 수 있었는지, 그리고 왜 세워졌는지 의견들이 분분하단다. 이스터 섬의 모아이 사진을 보면서 귀부터 살피게 되었으니, 책에 나오는 단이족(귀가 짧은 종족), 장이족(귀가 긴 종족)의 이야기는 그렇게 내 마음을 사로잡아 다른 시각으로 이스터 섬을, 그리고 모아이를 바라보게 만들었다.
이 책은, 본문 이야기에 앞서 소설을 쓰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해 놓은 글이 있다. 작가는, 친구에게서 오클랜드대학교의 인류학 자료 보관소에서 발견된 어떤 '기록'을 복사해 온 자료를 건네 받고, 그 '기록'을 토대로 이 소설을 완성했다는데, 그 기록을 토대로 모아이가 왜 세워졌는지를 이야기하고 있어 그야말로 흥미롭게 읽었다.
책의 소재가 참 독특하고 흥미롭다보니, 더욱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형식 또한 액자형식을 취하는데... 6장에서 21장까지는 이 섬의 마지막 족장이 자신들의 섬의 역사를 구송하는 부분으로, 평화에서 갈등으로 투쟁의 반복에서 다시 평화를 얻기까지의 섬의 역사를 담았다. 그 이야기 속에서는 모아이가 만들어지고 세워지는 과정과 함께 왜 만들게 되었는지를 담고 있다.
서로를 지배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 세워졌다는 모아이!! 모아이는 이 섬의 저주이고 상처였지, 문명의 자랑거리가 아니라고 말이다.
조상들의 저주와 원한이 서린 석상은 섬의 해묵은 상처였고, 그 상처가 이방인들의 배를 불러들이는 셈이었다. 석상을 편히 눕혀야만 그 저주와 원한의 상처를 완전히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 54쪽,55쪽
이 섬의 마지막 족장인 '큰 목소리'는 섬으로 들어오는 이방인들의 배가 해안가에 세워져 있는 모아이 때문이라고 믿고, 모아이를 눕히는 일에 열심을 내는데, 그러던 중 또 다시 이방인의 배가 들어와 섬에 정착한다. 역사적 기술로 보면 19세기 열강 세력들의 노예사냥에 표적이 된 이스터 섬. 이 섬의 대부분의 남자들이 노예로 끌려가게 되고, 족장인 '큰 목소리'도 끌려가 노예로 팔려 타지에서 숨을 거두게 된다.
족장인 '큰 목소리'가 노예로 있던 농장에서 주인아들에게 자신의 섬 이야기와 구송하며 외웠던 섬의 역사를 노래로 들려주곤 했는데, 그 아들은 커서 언어학자의 길을 걷게 되고 그 때 들었던 노래를 기록으로 남기게 되며, 그 기록이 작가의 손에 들려져서 이 책을 통해 우리들에게도 읽히게 되었으니, '큰 목소리'가 지키고자 했던 그들의 정신과 넋을 담은 노래가 사라지지 않게 되었다해야겠지...
실제로, 이 섬이 발견되었을 당시 거의 대부분의 모아이들이 엎어져 있는 상태였다한다. 칠레령이 된 이스터 섬은 지금 현재, 엎어졌던 모아이들을 세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데, 마지막 족장 '큰 목소리'가 자신들의 종족과 문명이 말살되어 버리고, 자신들이 부르는 이름이 아닌, 이스터 섬... 타국인에 의해 명명된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알면 어떤 느낌일까~!
태평양에 있는 작은 섬의 역사는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삶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이냐고... 함께 어울려 행복하게 살려면 무엇이 필요하냐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