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곰 엄마 곰 아기 곰 파랑새 그림책 77
제르다 뮐러 지음, 조민영 옮김 / 파랑새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명작동화 <금발머리와 곰 세마리>. 이 책은 그 동화를 살짝 각색했는데, 또다른 맛이 물씬 나는 책이다. 아이와 함께 명작동화 <금발머리와 곰 세마리>를 읽고나면 곧잘 아이에게 했던 말들이 있다. '금발머리처럼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가서 먹고 자고 그러면 안되겠지? 남의 것에 함부로 손을 대면 주인은 기분이 나쁠 수 있단다.' 라고...
아! 제르다 뮐러는 우리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그 동화를 읽어줄 때 그렇게 얘기하는 걸 알았을까?^^  이 책의 끝 부분은 원작 동화와 조금 다른 부분이 있는데, 내가 아이에게 들려주던 그 말과 비슷한 말을, 책 속에서 보게 되니 참 흥미롭다. 

곰 세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 곰 엄마 곰 아기 곰... 제목만 읽어도 절로 입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다. 우리아이는 표지를 척 보더니, 곰 세마리 이야기책이구나~!라고 한다. 커다란 아빠 곰, 아빠보다 조금 작은 엄마 곰, 귀여운 아기 곰의 모습과 작은 침대에서 잠을 자다 깜짝 놀란듯 깬 금발 머리 소녀를 보면 누구라도 쉽게 그 이야기를 떠올릴것이다.
그런데, 책을 펼치면... 우라아이나 나나 생각지 못했던 그림이 펼쳐진다. 커다란 천막이 있고, 캠핑카가 보인다. 
서커스일을 하는 부모님인지라 금발머리의 집은 캠핑카란다. 그 날도 울창한 숲이 보이는 들판에 커다란 천막을 치고, 날이 저물면 공연을 시작한다는데... 금발머리가 숲 속으로 꽃을 따러 길을 나서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익히 알고 있던 <곰 세마리>이야기와는 시작이 다르다보니 새로운 곰 세마리 이야기가 될 것 같단 기대감도 슬쩍 들었더랬다.  

금발머리는 숲 속에서 꽃다발을 만들다, 그만 길을 잃어버리곤, 숲 속을 헤매이다 어떤 집을 발견하고 들어가는데......
그 다음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로, 아기 곰의 의자에 앉아서 아기 곰의 수프를 몽땅 먹고, 아기 곰의 침대에서 잠이 들어버린 금발머리를 만나게 된다. 금발머리가 잠든 사이에 곰 가족이 돌아오고 누군가 들어온 걸 알게 된 곰 가족은 아기 곰 침대에서 곤히 잠을 자는 금발머리를 발견하게 되는데, 잠에서 깬 금발머리가 깜짝 놀라 창문너머로 도망치는 이야기까지는 비슷한 내용이라 하겠다. 
우리아이는 명작동화에서는 아기 곰의 의자가 부서지는데... 이 책에서는 부서지지 않고 넘어뜨려지기만 했다며, 조금 다르다 한다. 그처럼 비슷한 내용이지만 조금씩 조금씩 다른 느낌을 안겨주는데, 특히, 금발머리가 길을 잃고 숲 속을 헤맸으니 얼마나 배가 고프고 피곤했을까! 싶은 생각에 금발머리를 조금 이해하게 만드는 책이기도하다. 

부리나케 도망치는 금발머리를 화를 내며 뒤쫓는 대신, 곰 가족은 한마디씩 금발머리에게 하는데...
꼬마야, 문이 닫혀 있으면 먼저 똑똑 두드려 봐야지
아무도 없으면 들어오지 말고 너희 집으로 돌아가야지, 요 호기심쟁이야!
얘, 수프 한 그릇 더 먹고 싶지 않니?
정말 착한 곰 가족이지 않는가! 
예절에 대해서 한마디 알려 주는걸 잊지 않는 아빠 곰, 호기심 많은 호기심쟁이로 귀엽게 봐 준 엄마 곰, 자신의 수프를 다 먹어버렸건만 얼마나 맛있으면 다 먹었나 싶어 또 먹고 싶지 않느냐고 물어 보는 아기 곰.  특히, 자신의 의자를 넘어뜨리고, 자신의 침대에서 잠을 자는 등, 어찌보면 가장 얄밉게 생각할 수도 있을 아기 곰이, 깜짝 놀라 도망가는 금발머리에게 소리치듯 하는 말이 마음을 참 따뜻하게 해준다. 아기 곰의 그 말은, 원작동화를  읽으면서 아이에게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했지만,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지라, 더욱 예쁘다.  

자신이 조금은 예의를 벗어난 행동을 했지만 따뜻하게 대해 준 곰 가족... 금발머리는 곰 가족의 친절함에 두고두고 감사함과 미안함을 느꼈을 것이다.  같은 이야기로 요렇게 다른 생각, 다른 맛을 내다니... 참, 멋진 책이다.  그리고, 화를 낼 수도 있지만, 한 번 더 생각하고 친절하게 대해주면 되려 상대방이 미안해하고 감사해 할 수 있음을 우리아이들에게 얘기해 주기 참 좋은 책이다.  덧붙여, 아이에게 작가가 각색한 것처럼, 자신이 생각하는 '금발머리와 곰 세마리'를 새롭게 그려보게 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