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종이 인형, 그림책으로 만나다

곱슬머리 아이 ㅣ 파랑새 그림책 78
김영희 글.그림 / 파랑새 / 2009년 3월

표지 앞에 닥종이 인형과 작가의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김영희 작가의 닥종이 인형을 오랜만에 다시 만날 수 있겠단 생각에 반가움이 참 컸던 책입니다. 그런데, 표지에 보이는 닥종이 인형이 그 전 김영희 작가가 표현한 인형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 왔습니다. 우리네 어릴적 향수를 잔뜩 불러일으키던 곰살맞던 아이들 같은 모습과는 다른... 빨간색에 곱슬곱슬한 머리를 가진 아이의 모습으로 표현된 인형! 
책 뒤표지에 쓰여진 문구를 읽으면서 이 빨간 곱슬머리 아이를 만든 이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낯선 나라에서 아이 다섯을 키우면서 그들과는 다른 모습 때문에 놀림을 받으며 자란 자신의 아이들을 보면서 많이 울었다는 김영희 작가.  작가는 '아름답고 개성 넘치는 아이로 자랄 수 있게, 엄마 아빠가 자상하게 보듬어 주는 가정을 그리고 싶었다' 합니다.
십여 년 전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라는 책으로 나에게 다가왔던 작가는, 이렇게 그림책으로, 또 새로운 모습의 닥종이 인형으로 이번에는 어린 우리아이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림책 앞표지를 보고는, 빨간 곱슬머리가 헝클어져 보인다는 우리아이는 처음엔 머리카락을 빨갛게 염색을 하고 파머를 했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빨강 곱슬머리를 가진 아이... 이 아이의 이름은 장이입니다. 우리아이처럼 피아노치기를 좋아하는 장이는, 엄마로부터는 빨간 곱슬머리가 너무 예뻐 꽃나비가 질투할 정도라는 칭찬을 듣는데, 동네 아이들은 장이만 보면 놀려댑니다. 불에 타서 빨간 머리라고, 아빠 없는 뽀글이라고...
거울 속에는 곱슬머리 아이가 있어요.
자꾸자꾸 머리를 빗어요.
다른 애들처럼 쭉 펴질까 하고.
하지만 아프도록 빗어도 곱슬머리는 금방 도르르 말려 버려요.
아이들이 자꾸 놀려서 밖에 나가 놀지 않는 외톨이 장이. 거울 보며 곱슬머리를 펴보려고 애쓰는 모습이나, 비오는 날 비 맞으면 혹시 머리가 쭈욱 펴질까 싶어 꾹 참고 온 몸에 비를 흠뻑 맞고 서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릿해집니다.
바이올린을 배우러 외국에 나가 계셨던 아빠가 돌아오고... 멋진 아빠의 모습이 자신과 똑같은 빨간 곱슬머리란 것을 알고는, 장이는 더이상 빨간 곱슬머리가 창피하지 않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아빠의 금빛 머리카락이 눈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느끼는 장이는 이제 머리칼이 도르르 도르르 말려도 행복하기만 할 뿐이랍니다. 

동네 아이들이 장이를 놀려서, 장이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아이는 무척 속상하다 합니다. 친구에게 이렇게 놀리면 나쁘다면서 자기는 절대로 그러지 않겠다합니다.^^  이 책은 이렇게 나와는 조금 다르다해서 장난삼아 놀리는 것은 상대방을 무척 아프게 하는 행동임을 알게 해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김영희 작가는 낯선 타국에서 동양인의 모습으로 놀림을 받은 자신의 아이들처럼, 거꾸로 우리네와 함께 살면 그네들도 그렇게 놀림을 받을 수있듯이, 외모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꼬집지 않았나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외모로 인해 놀림을 받으면 모든 일에 자신감을 잃기 쉽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은... 피부색, 머리색이 다르다해도, 또 조금 나와는 다르게 보인다해도, 각자의 개성으로 존중해주고 사랑과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아이들로 자라나가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