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찾아왔어 파랑새 그림책 76
이치카와 사토미 글.그림, 조민영 옮김 / 파랑새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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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에 위치한 어느 나라일까요? 책을 펼치면, 우리 눈에 익숙하지 않는 풍경이 눈에 먼저 들어옵니다. 아주 덥고 비가 많이 내리는 곳, 동남아시아 작은 마을 어느 집의 모습은 우리가 사는 집과는 많이 달라보입니다. 집 뒤로는 무성하게 자란 키 큰 야자수가 보이고 집 주변엔 온통 꽃밭입니다. 우리아이는 이 나라 사람들은 집 아래에 돼지랑 소를 키운다며 매우 신기해 합니다.  집은 이층 높이에 자리잡고 돼지와 소는 그 아래에 있으니 우리 시골 풍경과는 많이 다르네요. 
이국적인 풍경은 계속 이어지는데, 커다란 바나나 나무와 이 책을 통해 그림으로나마 나와 아이가 처음으로 보게 된 바나나 꽃, 프랑지파니 꽃, 난초꽃, 히비스커스 꽃.... 난초꽃이란 이름을 제외하고는 생소한 이름의 꽃들이지만. 이 곳에선 우리에게 흔한 개나리 진달래 같은 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기도 했답니다. 

풍경은 이국적이지만 분이와 할머니의 모습은 똑 우리의 모습입니다. 손주가 자는 요 껍데기에 푹신하라고 솜을 넣는 할머니의 모습에선 친근함과 손주 사랑이 물씬 느껴지고, 나비랑 놀고 싶어 나비채를 들고 쫓아다니는 분이의 모습은 개구진 우리아이의 모습... 그대로 입니다. 우리아이는 분이의 대나무로 만든 오토바이 장난감에 눈길을 주더니 잘 만들었다고 한마디 합니다. 장난감 귀하던 시절, 우리도 아버지가 만들어 주시고 오빠가 만들어준 장난감으로 놀았는데, 요즘 아이들에겐 그렇게 만든 장난감이 신기한가봅니다. 

오토바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분이는 빨간 나비가 날아들자 그 빨간 나비에 온통 마음을 뺏깁니다. 돼지 머리에 앉고, 소 코에도 앉은 나비를 보고는 자기한테도 와서 앉으면 좋을텐데 휘~ 날아가버리자 그 나비를 잡으려 쫓아다닙니다. 나비가 자꾸 꽃에 앉는 걸 보고 분이는 자신도 꽃으로 변장합니다. 꽃으로 변장한 소년의 모습을 보며 우리아이는 더욱 눈을 반짝이며 책 속으로 빠져드네요. 
- 이제 분이가 나비를 잡을 수 있을까? 나비가 꽃인줄 알고 분이한테 다가올까? 
하지만, 분은 끝내 빨간 나비를 잡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와서보니 푹신푹신 솜을 넣은 새 요가 깔려있어 나비를 잡지 못해 속상한 마음이 조금 누그러집니다. 
 
그리고... 새 요에 누워 눈을 감고 있는 분이에게, 이제껏 잡으려 애쓰던 빨간 나비가 날아와 분이 볼에 앉습니다. 분은 이번에는 정말 가만히 누워있습니다. 다시 날아갈 때까지 말이죠. 나비와 친구가 된 분이는 나비의 팔랑거리는 날개짓 소리도 듣고 볼을 간지럽히던 그 느낌도 알게 되어 행복합니다.
그날 저녁, 분은 밤하늘을 밝히는 반딧불이를 봅니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와, 저기 보세요! 반딧불이예요!
우리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기다려 봐요.
자연과의 교감은 가만히 기다리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분이가 나비를 통해 깨달았나봅니다. 

읽고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미소가 절로 고이는 책, 왠지모를 흐믓함에 마음이 맑아지는 책을 만나면 참 좋습니다.  지식정보 가득하거나, 풍성한 교훈을 주는 책도 물론 좋지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읽는 것만으로도 따스함을 전해주는 책은 또 얼마나 우리의 감성을 아름답게 해주는지요. 이 책은 바로 그런 느낌을 안겨주는 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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