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에릭 카펠리스 엮음, 이형식 옮김 / 까치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인생은 아무것도 아니며 예술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마르셀 프루스트.... 그가 38살의 나이에 시작해서 51살의 나이로 숨을 거두기까지 13년동안 매달려 집필한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이 책은 무려 7편이나 되는 대하소설이라는 걸 떠나서도 난해함으로 인간 심리를 심층있게 다루어 놓은지라 한 때 읽어보려 무던히 애를 썼건만 끝내 내 손에서 미끄러지듯 빠져 나가버린 고전작품들 중 하나이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내 기억 속에서 읽고 싶다는 열망마저 조금씩 조금씩 사라져 가고 있던 책이기도 했다. 

그러다, 이번에 <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를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7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수 많은 예술가들의 작품이 나오는 부분을 관련 작품과 함께 수록해서 한 권으로 다루어 펴낸 책이다. 그 내용에 따른 관련 그림을 수록된 그림과 함께 읽어내려 갈 수 있는 책이기에 (작품 조차 모르고, 이름조차 생소한 화가들도 있지만 샤르댕, 마네, 모네, 앵그르, 베르메르,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루벤스, 렘브란트, 르누와르, 드가 등등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책으로...) 모호한 상상으로만 그쳐버릴 수 있는 내용들에 눈에 보이는 명화 설명으로 인하여 생생함을 불어 넣은 책이라 하겠다. 

프루스트가 가장 숭배했던 화가는 베르메르였다고 한다.  베르메르에 대한 찬사는 본문 중에 간간히 읽을 수 있었는데 특히 소설가 베르고뜨가 남은 힘을 동원해서 보러 간 베르메르의 작품 <델프트 풍경>에 대한 묘사는 프루스트의 생각을 느끼기에 충분했다고 할까.
드디어 그는, 자기가 알고 있던 다른 모든 것과 다르며 현저하게 눈에 띄는 베르메르의 작품 앞에 도달했는데, 평론가의 글 덕분에 처음으로, 그림 속에 푸른색으로 그려진 자그마한 사람들, 강변의 모래가 분홍색이라는 사실, 그리고 노란 벽의 지극히 작은 자락을 이루고 있는 진귀한 자재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도 글을 저렇게 썼어야 했는데. 내가 최근에 쓴 책을은 너무 건조해. 여러 층의 색들을 덧칠하여 문장 자체가 이 노란 벽의 작은 자락처럼 진귀해지도록 했어여 했는데." - 234쪽 (235쪽에는 얀 베르메르 작품 <델프트 풍경>이 실려 있어서 내용 이해에 도움을 준다)
이처럼 어떤 내용들은 읽다가, 나도 원화를 직접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베르메르의 <델프트 풍경> 또한 그랬다.  

그림에 해당하는 부분이나마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어 내려가며, 프루스트의 생각들을 조금은 맛볼 수 있었음에 좋았으며, 무엇보다 총 206장의 그림(채색화 196장)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내게는 더 없이 소중하고 가치있는 책이라 하겠다.  이 책을 읽고나니 다시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싶단 열망에 사로잡힌다. 이제는 내게 있는 이 책으로 조금은 더 가까이 읽혀지지 않을까란 기대감을 가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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