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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공주
메리 제인 오크 지음, 험 오크 그림, 서은영 옮김 / 키득키득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다보면 행복해질 때가 참 많다. 책 속에서 조언이나 위안을 받을 때도 그렇고, 감동을 받을 때도 그렇고, 지금 내게 꼭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얻게 되었을 때도 그렇다. 책 내용에 빠져서 읽는 자체도 참 행복하다. 그리고 이 책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유쾌하고 상쾌한 책을 만나게되면 그 또한 참말 기쁘다~^^.
우리아이와 나를 사로잡은 책 <피자 공주>! 사실 처음엔 공주이야기 책이란 생각에 남자아이인 우리아이 반응이 좀 떨떠름할까 싶었다. 평상시에도 공주가 나오는 책은 여자아이들이나 본다고 하면서 잘 보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책소개 글을 보며, 유쾌한 고전 비틀기가 아닐까 싶은 생각에 내심 아주 재밌어 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배송받고 제목을 보더니, 공주가 나오는 책이라며 처음엔 흘깃만 거리더니 표지에 그려진 대형 피자판을 들고 있는 피자 공주 모습이 흥미로웠는지 읽어보란 말도 하기전에 펼쳐서 읽는다. 그러더니만 아주 포옥 빠져서 깔깔대며 읽고는, 내게도 무지 재미있다면서 한마디 덧붙이기를... "엄마, 이 책은 아무래도 제목이, 피자공주 보다는 '피~ 자기 멋대로야'라고 해도 좋았겠어요.'라고 한다.^^ 본문 중에 그 말이 자주 나오는데, 그 말이 자기는 너무 너무 재밌다나~^^.
대형 피자판을 들고 있는 피자 공주... 이 공주의 이름은 폴리나이다. 첫 페이지부터 내용이 예상을 확~깨는데, 왕이였던 아버지가 목수가 되겠다고 왕궁을 뛰쳐나온 바람에 공주이면서도 더 이상 공주 행세를 하지 못하게 된 폴리나 공주가 나오기 때문이다.
할 일이 없던 폴리나 공주... 어느 날 왕자의 신붓감을 찾는다는 소리에 드디어 다시 공주가 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고는 걸어서 왕궁에 도착한다. 그런데 와서보니 자신을 포함하여 열 두명이나 신붓감이 되려 한다는 걸 알게 된다. 신붓감이 되려고 모여든 공주들 중에는 일곱 난쟁이를 데리고 다니는 공주도 있고, 금발의 긴 머리를 땋아서 질질 끌고 다니는 공주도 있어서 더욱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데, 이렇듯 이 책의 묘미는 우리가 알던 옛이야기들이 오밀 조밀 소스처럼 콕콕 박혀 있다는 점이다. 그 재미를 더하는 여왕의 신붓감 테스트~^^. 첫번째 테스트로 진짜 공주를 가리기 위해 '공주와 완두콩'에서 완두콩을 사용하고, 두번째 테스트는 왕족의 혈통을 가리기 위해 '신데렐라'에서 유리구두를 사용한다. 물론, 우리의 폴리나 공주는 익히 완두콩테스트도 알고 있고 유리구두도 발에 꼭 맞아 통과하게 된다. 마지막 세번째 테스트는 음식 솜씨 겨루기인데, 어찌하다보니 처음으로 만들어 보게 된 요리를 선보이게 되고, 그 맛에 반한 왕자와 여왕은 폴리나 공주를 신붓감으로 정하게 된다. 그럼 이제, 폴리나는 다시 공주가 되었을까?~^^.
요즘은 전래동화 뒤집기 혹은 고전 비틀기 동화책들이 종종 나오는 것 같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에 덧붙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혹은 반대의 결말을 내기도 하는 등, 새로운 시점에서 바라보는 고전동화들은 그 나름으로 참신한 맛이 난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을 뒤집어 볼 수 있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더욱 상상력을 부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동화와는 또다른 부류의 책이란 생각이 든다. 중간중간 옛이야기가 아주 조금씩 쓰여있다 뿐이지, 전혀 다른 이야기니 말이다.
이 책은 어찌보면 현대적 관점으로 바라본 공주 이야기라고 해야겠다. 소극적인 공주가 아닌 능동적인 공주,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는 그 능력을 키우고자 현실에 안주하려 하지 않는 공주의 모습을 보여 주는데, 어쩌면 그 아버지의 딸이란 생각도 든다. 과감히 자신이 하고 싶었던 목수 일을 위해 왕관을 버린 아버지처럼 피자를 만들기 위해 왕자의 신붓감 자리를 버린 폴리나 공주......
우리아이들에게 폴리나 공주는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진정한 행복은 만족스런 현실 안주가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개척해가며 그 삶 속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피자'라는 이름이 생긴 유래(?)를 참으로 재미있게 풀어 낸 이 책은, 마지막 페이지까지도 유머를 잃지 않아 더욱 맛난 책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