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호 아이들은 왜 학교가 좋을까? - 장주식 선생님과 하호분교 아이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장주식 지음 / 철수와영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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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학교에 입학하던 날이 떠오른다. 하얀손수건을 왼쪽 가슴에 옷핀으로 꽂고서 엄마 손을 잡고 입학 하던 날, 학교 운동장에서 춥고 지루함으로 서서 줄곧 몸을 베베 꼬던게 말이다. 다른 기억은 전혀 없이 그 생각만 나는데, 누구나 가야한다고 믿었던(?) 학교인지라 당연히 나도 가야한다고 생각했으며, 남들이 모두 그렇게 서있으므로 나도 서있어야 된다고 믿었고, 선생님 말씀은 하늘이 두쪽이 나도 들어야한다고 해서 그렇게 해야만 되는 줄 알고 다니기 시작한 1학년 학교생활의 시작이였다. 하지만 그 이후의 간간히 기억되는 파편들 외에는 초등학교 시절의 행복한 추억들이 내게는 없다.
그저 남들처럼 그냥 가방 메고 학교에 갔다가 끝나면 돌아오기를 반복했던 지루한 일상의 나날, 거기다 가끔 심술궂은 아이들의 놀림에 한 두차례 학교 가기 싫어 했던 기억들만 있는 초등학교 시절!
아무리 행복했던 기억을 끄집어 내려고 해도 학교 안에서의 좋은 추억이 없다.  왜 없겠는가~ 6년을 다니는 동안 크고 작은 기분 좋은 일이 분명 없지는 않았을텐데 기억에 없는 거 보면 딱히 그 기분 좋은 일이 크게 남아 마음의 테를 치지 못했기 때문일게다.  학교에서의 일보다는 학교 밖에서의 행복한 추억이 더 많다. 그 중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은, 집 뒷산 꼭대기에 보이는 천사가 그려진 그림(당시 ’미원’광고 였음^^)광고판을 직접 가서 보고 싶은 마음에 언니와 함께 뒷산을 올랐던 기억이다.  가는 길에 꽃도 꺾어 반지도 만들고, 꽃다발도 만들면서 쉬엄 쉬엄 올라갔는데, 막상 산 꼭대기 가까이 올라가 그 광고 그림을 보는 순간 무서움에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줄행랑을 쳤더랬다. 아주 멀리서 볼 땐 분명 예쁘기만 했던 천사의 모습이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그 크기가 엄청 커서 보는 우리들을 경악케 하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무서워서 발도 못떼는 나의 손을 잡아 끌고 줄행랑 치던 언니... 처음엔 무서웠지만 도망치듯 달음질 치며 내려오는 길에 둘이서 얼마나 크게 깔깔대고 웃었던지~^^. 그때 알았다. 광고판은 아주 멀리있는 사람들 눈에 띄라고 철근 구조 위에 저리 어마어마하게 큰 그림으로 그려 놓았다는 것을...^^ 
호기심이 바탕이 되어 이루어진 체험은 더 잘 기억되는 모양이다. 그러니 지금도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할 밖에.  그런데 왜 초등학교에서의 생활은 잘 기억을 못하는 걸까, 아마도 호기심을 자극 했던 교육이 아니였거나 체험 위주의 교육도 아니였지 싶다. 
요즘은 많은 학부모들이 그 때보다도 더욱 더 자녀교육에 열성적이다. 그 열성이 잘못 아이를 이끌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호기심과 체험이 바탕이 된 교육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현 교육제도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걸까? 요즘 초등학교 입학 때 열 명 가운데 한 명꼴로 공교육을 선택하지 않고 대안교육을 선택한다고 한다. 그만큼 공교육에 대한 불신은 커지고 있다고 봐야겠다. 나 또한 대안 교육을 준비하고 있던 중이였는데, 그런 와중에 만나게 된 <하호 아이들은 왜 학교가 좋을까?>는 나의 시선을 잡아 끌기 충분했다.  비록 하호학교가 대안학교가 아니라 분교라고는 하지만 39명의 전체 학생수를 가진 작은 분교의 수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학생들이 학교가 너무 좋아 방학이 불만일 정도라니, 선생님의 학습 지도과정은 물론이고 인성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또한 여간 궁금한 게 아니였다.  

본문에 앞서 저자가 학교에서 생긴 일화들을 통해 학교 운영 전반을 소개하듯 적어놓은 ’여는 글’을 읽으며,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인스턴트 식품을 먹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학교 내에 과자봉지, 음료캔등을 찾아보기 어렵다거나, 6학년 아이들이 모둠장이 되어 아래 학년들을 이끄는 모둠활동은 가슴과 몸으로 배우는 헌신과 양보를 체득할 수 있는 활동이며, 학교 모든 행사에는 대거 참여하는 부모와 교사가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나누고, 그 회의의 결론은 바로 실행되는 학교라니, 읽으면서 그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부럽단 생각이 들정도다. 

이 책은 하호분교 6학년 선생님인 장주식 선생님의 2007년 3월부터 12월까지의 일기를 담았다. 학교부임 첫 해인 그 해 하호분교 아이들과의 1년 가까운 기록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읽다보니 아이들과 선생님이 함께 나누는 대화 속에서 여유로움이 잔뜩 느껴졌는데, 그런 여유는 아무래도 6학년 한 반 아이들이 일곱 명이 전체 인원이라는 데서 오는건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본문에 저자도 쓰고 있듯이 선생님 한 분이 맡는 아이들 수가 스무 명이 넘어가면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성의있게 대하기 어렵단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 우리 공교육의 현실은 삼십명 넘나드는 인원이다 보니 선생님들께는 무리한 인원이라고 봐야겠다.  그렇다면 바탕부터 무리수를 두고 시작하는 교육이니 참교육을 실천하기 더욱 어려울 밖에 없지 않나 싶기도 하다. 
본문에서 가장 많이 나의 흥미를 끌었던 부분은 ’시’에 관한 학습 방법이였다. 이 책을 보기 전부터 ’동시’에 애정을 두고 있던터였고, 우리아이에게  좋은 ’동시’공부를 해주고 싶은 생각을 늘 갖고 있었는데, ’시’에 대한 이야기가 꽤 실려있다보니 연신 메모를 하며 읽었다.  
여름방학을 맞아 계획을 세우게 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는데, 방학계획을 세워서 실천가능한 일과 실천 계획을 세우게 했더니, 아이들이 적어 놓은 그 계획들이 참말이지 아이들다왔다.  도심의 6학년 아이들은 어떤 계획을 꺼내들까 슬쩍 궁금하기도 했지만, 아마도 하호분교 아이들처럼 축지법을 배우겠다거나 산에 들에 다니며 동식물 그림을 그리겠다거나 하루종일 만화책 보겠다는 계획들은 써내지 못했을 것 같다. 빠르면 5학년부터 중학과정 선행학습을 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니 6학년이 되어 맞는 여름방학 계획을 그리 잡았다가는 글쎄, 선생님께 호되게 혼날 것 같단 생각도 설핏 든다. 이 외에도 연극놀이, 풍물놀이, 연기수업등 참 다채로운 활동을 아이들이 주도하여 해나간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 책이 대안교육의 세부적인 내용을 담았을거라 생각했는데, 그냥 아이들과 함께한 10개월간의 기록으로만 적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 기록으로 헤아려 알 수도 있겠지만, 구체적인 방법들이 적혀있지 않아 좀 아쉽다. 

저자는 일기 중간중간 현 교육제도에 대해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는데, 읽으면서 나 또한 마음이 착잡해져왔다. 갈수록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제도들과 빈부를 가르고, 학교간 성적 서열이 더욱 거세질듯하니, 착잡할 밖에...
자신의 큰아이를 대안학교(고등학교 과정)에 보냈다는 장주식선생님.  요즘은 점점 현직 선생님들이 자신의 자녀들에게 대안교육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는데, 그 안에 몸을 담고 있는 선생님이기에 잘못나가고 있는 공교육현장을 더 잘 느끼고 있기 때문은 아닐런지...
저자가 꿈꾸는 학교는 거창하지 않다. 차라리 너무 소박하다고나 해야할까, 하지만 그런 학교가 쉬이 보이지 않으니 그런 학교를 꿈꾸게 되고, 그런 학교를 꿈꿀 수 밖에 없는 현실의 교육제도가 가슴을 아프게 짓누른다. 모든 아이들이 경쟁없이 평등한 대우를 받는 학교... 그런 학교가 이루어지길 나 또한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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