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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흔들 다리 위에서 ㅣ 쪽빛그림책 5
기무라 유이치 지음, 하타 고시로 그림, 김정화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친구랑 함께 놀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6살배기 우리아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같은 놀이를 즐기고, 이해의 폭 또한 비슷한 또래들 끼리 함께 하면 얼마나 즐거운지, 헤어질 때마다 아쉬워 할 때가 많다. 이런 즐거움은 엄마와 아빠가 주지 못하는 또다른 즐거움일 터~
하지만 처음부터 친구와 함께 하는 것이 즐겁기만 한 건 아니였다. 친구를 집으로 초대하고 싶고, 친구 집에 놀러 가고 싶어 하면서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보였던 4살 때~. 친구집 놀러 가면 서로 장난감을 가지고 다투기 일쑤였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려 하니 투닥 거릴 수 밖에~
그러나 요즘 점점 다툼의 횟수가 줄어 드는 걸 보니 서서히 친구랑 노는 법을 조금씩 터득 하고 있나 보다~^^. 그리고 함께 한 시간만큼 서로를 배려하고 아껴 주는 우정 또한 켜켜히 쌓여 가고 있는 거겠지~.
책을 보기 전에~ 여우와 토끼는 어떤 사이야?라고 물었더니 우리아이가 대뜸 '여우가 토끼 잡아 먹어요.'라고 한다. 맞다. 여우와 토끼, 이 둘은 잡아먹고 먹히는 관계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여우와 토끼가 친구가 되었단다. 어떻게 친구가 되었을까?
흔들흔들 다리 위에서 여우와 토끼에게 과연 무슨 일이 벌어 진걸까? 호기심을 잔뜩 일으키는 이 책은 읽는 내내 우리아이의 시선을 고정시켰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뒤로 이어질 내용이 궁금하고, 어떤 일이 벌어 질지, 여우가 토끼를 잡아 먹게 되는지...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 봐야 알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한마디로 얘기해 달라 한다면... "와우~ 정말 멋진 책이다."라고 해야겠다. 판형스타일, 삽화, 글씨형태 그리고 내용과 마무리까지 마음에 꼭 들어 차는 책이다. 아슬아슬한 다리... 그 기다란 외나무 다리 지지대처럼 길쭉한 판형은 삽화와 함께 그 느낌을 더욱 실감나게 해준다. 통나무 다리 위에서 마주하고 있는 여우와 토끼가 다리 아래로 굽이쳐 흐르는 세찬 물살을 내려다 볼 때의 그 아득한 심정이 이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까지도 고스란히 전해질 듯하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통나무 다리 위에서 마주 한 여우와 토끼, 시간은 점점 지나 밤이 되고... 둘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긴 밤을 지새운다.
조금 전까지 원수 사이였던 것도 잊은 채 둘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었습니다. 형제 이야기, 추운 겨울 이야기, 즐거웠던 이야기......... (본문 중에서)
통나무 다리 위에서 졸다간 떨어져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 긴긴 밤을 수많은 이야기로 지새는 여우와 토끼. 이제껏 토끼에겐 자신을 잡아 먹는 무서운 여우였지만, 그리고 여우에겐 먹잇감으로밖에 보이지 않던 토끼였지만... 긴 밤을 이야기 꽃을 피우며 지새고 보니, 수 많은 여우와 토끼 중에... 어렸을 적 겁쟁이라 불렸으며, 무서우면 금세 오줌이 마려워지는 여우를 토끼는 알게 되었고, 밤이 되면 뒤에 누가 있는 것 같아 자꾸 뒤돌아보고, 무서우면 '으악'하고 고함을 쳐대는 토끼를 여우는 알게 되었다. 그리고 힘든 시간을 함께 나누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만큼 어느 새 그 둘 사이에 비집고 들어 가 싹튼 우정!
하룻 동안 여우와 토끼에게 벌어진 일을 통해 우정이란 무엇인지, 친구란 어떤 관계인지를 우리아이들에게 넌지시 알려주는 이 책은 실감나는 삽화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여우가 토끼를 잡아 먹으려 토끼에게 다가가면 외나무 다리가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 그럴 때마다 본문에 쓰여진 글도 따라 함께 기우뚱~^^ 그렇게 아슬아슬 하던 통나무 다리가 간신히 수평을 유지 했건만 갑자기 나타난 까마귀 떼~! 까마귀가 통나무 다리로 모여들자 우리아이는 조바심 나서 '저리가~ 안돼.'라고 외치기도 하면서 읽었다~^^
긴장감이 도는 삽화와 함께 흥미진진 재미난 이야기를 읽어가다 보면, 함께 하는 시간만큼, 서로를 아는 만큼, 또,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는 만큼 우정도 쌓여감을.... 그리고 서로를 아끼고 배려하는 것이야말로 이쁜 우정임을 배우게 되는 참말 멋진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