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뷰티 - 어느 말의 자서전
애너 슈얼 지음, 홍연미 옮김, 찰스 키핑 그림 / 파랑새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아이와 함께 외출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동 입구에서 남자아이들이 떠들썩하니 무언가를 들여다보고 있길래 슬쩍 나도 들여다보았다.  거기엔 박스 상자가 놓여있었고.. 그 안에 네마리의 귀여운 병아리들이 있었는데 쌀알을 먹이로 서로 주면서 병아리들을 보느라 아이들끼리 머리맡대고 정신이 없었다.  우리아이도 옆에서 귀엽다면서 좀처럼 자리를 뜨지 못하고 한참을 보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번에 읽은 이 책 <블랙 뷰티>에 적혀있던 한 부분이 떠올랐다.  약하고 보잘것없는 생물을 해치는 것이 얼마나 인정머리 없고 비열한 짓인가에 대해서 적고 있던 부분... 물론 아이들은 그 병아리들을 해치지 않았으며 귀여워하며 서로 모이를 주느라 정신 없었지만, 그러다가 혹여 재미가 없어지면 그 뒤에 그 병아리들이 어찌 될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살아있는 생물은 결코 장난감이 될 수 없다.  살아있다면... 그것이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이라 하더라도 키우고 보살필 의무와 책임이 따름을 알려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이 책 <블랙 뷰티>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의무와 책임을 알려줄 수 있는 좋은 책이 될것이다.
 
19세기에 쓰여지고 당시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는 <블랙 뷰티>는 백년이 지난 지금도 아이들에게 읽혀야할 고전으로 꼽히는 책임이 분명하다.  368페이지라는 분량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혹 펼쳐보기를 두려워하지 않을까 싶지만 아마도, 한번 손에 두고 읽어내려가다보면 그 두께감을 느끼지 못하고 읽을 수 있는 매력적인 책이 될것이다.  책의 제목 <블랙 뷰티>는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말의 이름이다.  망아지였을 때부터... 자라서 팔려나가 인간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고, 바뀌는 주인들과의 관계와 그에 따른 행복, 시련, 슬픔, 고통등을 블랙 뷰티가 자서전을 쓰듯이 자신의 삶을 적어 내려간 책이다.
 
본문 중에 말을 길들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인 안장과 굴레, 멍에 받침대와 낑거리끈, 엉덩이끈, 재갈등등 그 사용하는 방법을 적어 놓은 글을 읽다보니 인간인 우리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 삶의 편의를 위해서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그 도구들이, 말의 입장에선  왠지 우리들이 그들에게 참으로 몹쓸 짓을 한 것 같았다.  작가는... 말을 길들이고 이용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런 도구들이 살아 숨쉬는 말에게 어떤 느낌으로 와 닿는지~ 알기를 원한다.  그걸 제대로 안다면 말을 부릴때도 함부로 하지 않을테고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좋은 주인이 좋은 말을 만든다고.... 말의 혈통도 중요하지만 좋은 말이 되는것은 다루는 사람의 몫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책 곳곳에 인간이라 해서 어떤 동물에게도 그 동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법은 없으며 사랑이 전제되지 않으면 학대와 같음을 블랙뷰티를 통해서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또.. 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19세기 영국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으로 이용되었던 말에 대해서 여러가지를 알게 되는데 지금 우리들이 집집마다 자동차를 두고 있듯이 말을 두었으며 택시를 이용하듯이 승객용마차를 이용했던 당시 영국의 생활 모습과 말과 마구의 유행들, 그리고 교통 법규들까지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물질인 자동차와 택시는 분명 말과 차이가 있듯이... 이 책에서도 말을 한낱 교통수단용 기계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질타하는 글들이 가득하다.  분명 말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창조물이고 우리들처럼 숨을 쉬며 듣고 볼 줄 아는 살아있는 동물이기 때문에~~.
 
내용 중에 블랙 뷰티가 자주 했던 말 중 하나가 사람들의 '친절'한 손놀림과 '다정'한 말에 대한 고마움이다.  나약한 동물들이라고 하더라도 인간들 손에 학대받으면 안된다는 것을, 그 동물들이 당하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알려주는 이 책으로 인해 당시 유행이던 '제지 재갈' 사용이 금지되기도 했다는 옮긴이의 말은 한 권의 책이 주는 반향이 얼마나 컸는지 알려 주었듯이~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살아 숨쉬는 생명에 대한 존중감을 배울 수 있기를... 비오는 날 밖으로 기어나온 지렁이를 쉽게 발로 밟아버리거나 개미굴을 파헤쳐 버리는 일에도 마음에 미안함을 느끼게 된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 아닐런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