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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사생아들 : 레프 톨스토이 x 오귀스트 르누아르 ㅣ 세계문화전집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외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몇 년 전 베르나르 뷔페 전시회에 갔는데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흘러나오던 음악이 작품과 참으로 잘 어울려서 좋았다. 반복해서 흘러나온 음악은 <브람스 교향곡 3번 3악장>이었다. 2시간 넘게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귀에 반복적으로 들린 그 곡은 이제 서로를 환기시킨다. 뷔페 작품을 보면 브람스의 그 교향곡이 떠오르고, 브람스 교향곡 3번을 들으면 뷔페가 떠오른다.
이 책은, 이 책을 읽을 때 곁들이면 좋은 클래식을 소개하며 시작한다. 그래서 선별된 곡 중에서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체르’>를 반복해서 들으며 읽었다. 이 곡에 대한 톨스토이의 감상평을 읽으면서 예술가들의 교감은 정말 예민하단 생각을 했다. 한편 이 소개글을 통해 르누아르가 화가가 되기 전에 소년 합창단원이었단 사실이 놀랍다. 만약 작곡가 구노의 권유에 따라 음악을 선택하고 그 분야에서 성공했다면 19세기 사람들은 오페라에서 르누아르를 만났을 있었을까. 바그너에 대한 두 거장의 서로 다른 시선에 관한 글에서 그 둘의 가치관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주인과 일꾼>이라는 중편 소설이 실려 있다. 읽다 보니 전에 읽었던 작품이다. 이번에 다시 읽으면서 톨스토이의 묘사 문장들을 곱씹기도 하고 신앙적인 부분도 다시금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작품의 제목이 ‘일꾼’으로 번역·출간된 적이 없었다는 엮은이의 글을 읽고 새삼 놀랐다. 그렇다면 전에 읽었을 때는 <주인과 하인>이었던 듯하다. 당시에는 당연하게 ‘하인’인 줄로 알고 읽었는데, 톨스토이가 ‘일꾼’이라는 단어를 일부러 사용했다는 글을 읽고 나니,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다르게 와닿았다. 단어 하나가 인물의 행동을 바라보는 감정의 결을 달리하게 한다.
이 책의 서문은 이 소설이 끝난 후에 나온다. 그 이유가 어떠한 사전 지식 없이 온전하게 두 거장의 작품을 감상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엮은이는 이 서문을 통해 두 거장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꽤 강렬하기 때문이다. 또한 왜 이 서문에 앞서 톨스토이의 작품 중에 <주인과 일꾼>을 두었는지도 알게 된다. 그리고 엮은이가 던진 질문에 잠시 책을 내려놓기도 했다.
두 편의 톨스토이 작품이 더 실려 있다. 그중 한 편은 줄거리 요약본이다. 엮은이가 이 두 작품을 고른 것도 톨스토이의 내면을 읽기에 무척 중요한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르누아르의 작품을 떠올릴 때면, 살구빛 뺨을 가진 소녀의 행복한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햇빛에 반짝이는 풍경과 여인들도 떠오른다. 밝고 환한 작품들 이면에 르누아르의 삶을 포착할 수 있는 그림이 여러 편 수록되어 있지만 엮은이의 말대로 <화가의 가족>에서 그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두 거장의 삶을 ‘거울과 창문’으로 묘사한 부분은 정말 탁월하다. 잊히지 않는 묘사로 오래 기억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