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가슴을 후벼파는 대사 한마디가 있다 - 우리가 사랑한 드라마 명대사 필사집
정덕현 지음 / 서교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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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머리말을 읽다가 고개를 들고 생각에 잠겼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시간을 채집한다는 것’이라는 대사가 준 울림 때문이었다. 저자는 이 대사를 떠올릴 때마다, 부서지고 빛바랜 벽들이 남루한 게 아니라 시간이 채색한 흔적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쓴다. 그 문장은 나에게도 다른 깨달음을 안겼다. 낡아가는 모든 것은 시간이 남긴 흔적을 품은 추억거리이며, 그 시간을 사진에 담는 순간 남루함은 더 이상 구차하지 않다는 것.


이 책은 저자가 메모해 둔 명대사들을 선별해 수록하고, 여기에 저자의 에세이를 더한 구성이다. 몇 줄의 대사에서 비롯된 생각과 마음의 결을 자신의 경험과 감상으로 풀어낸 에세이는 인용된 명대사 못지않게 묵직한 울림을 준다. 저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처럼 세상의 비정상을 꼬집는 인물로 시라노, 돈키호테와 함께 피노키오를 말한다. 피노키오라니! 이상하고 별난 삶도 그 자체로 가치 있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말해주는 주인공으로 피노키오를 택한 대목이 특히 마음에 와닿았고, 덕분에 어떤 형태로든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지닌 무게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또한 <스타트업>에서 할머니가 전한 위로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너는 코스모스야.”라고 용기를 줄 수 있기를 바라게 되기도 했으며, <미생>의 대사인,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 돼.”라는 글에서는 나에게 던지는 말처럼 느껴져 그 페이지에서 오래 머물기도 했다.


이 책은 필사집이기도 해서, 명대사가 쓰인 페이지 옆에 그 대사를 필사할 수 있도록 빈 노트를 마련해 두었다. 처음에는 곧바로 이 자리에 써 볼까 했지만, 연습을 거쳐 단정한 글씨로 옮기고 싶어 우선 비워 둔 채 글을 읽어나갔다. 그러다 문득, 이 공간에 대사 필사 대신 나만의 에세이를 써넣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날은 이 대사가 마음을 두드리고, 어떤 날은 다른 대사가 가슴을 후벼파지 않던가! 같은 대사도 때에 따라 다르게 와 닿으니, 이 책처럼 나도 나만의 에세이집을 만들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호구의 사랑>에 나온 “아끼지 마, 그러다 굳어버려.”라는 대사처럼, 빈 노트를 아끼지 않고 뭐든 그날의 감상을 써 내려가다 보면 다 채웠을 때 큰 성취감이 들 것이고, 그 흔적은 나의 시간과 생각과 경험으로 채워져 책장에 꽂히게 될 것이다. 맨 뒤에는 마음에 남은 문장을 자유롭게 적을 수 있는 노란 노트도 있다. 구성 면에서 참 마음에 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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