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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기원 - 우리의 뇌는 어떻게 감정을 만들어내는가
칼 다이서로스 지음, 최가영 옮김 / 북라이프 / 2026년 1월
평점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데카르트가 존재론적 회의의 마침표를 찍은 것은 자신이 그 회의적인 사고, 즉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였다. 그러하다면 그 '생각'은 어디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21세기 문명은-진부한 표현이지만-휘황찬란하여 눈이 부실 뿐만 아니라 빛의 속도처럼 빠르게 변모되어 가고 있으며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속담이 바뀌어야 할 만큼 어떤 분야는 그 변화가 빨라서 한 달만 지나도 새로운 정보로 업데이트해야 하는 분야도 있다.
뇌과학 분야는 어떠할까? 저자는 신경과학 분야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신경과학은 이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정신질환이 생물학적으로 어떤 병인지를 처음으로 과학이 설명하는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106쪽) 글을 쓰기에 앞서 '생각'을 떠올렸는데, 아마도 우리가 '생각한다'라고 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인간의 장기는 '뇌'일 것이다. 그 장기는 인간의 존재론적 사유를 가능케 하는 장기가 되는 셈이다. 그렇다 보니 의학 분야에서든 심리학 분야에서든 '뇌'는 의사들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이다. 물론 나는 의학 분야도 심리학 분야에서도 문외한이라 그들의 관심과는 차원이 다르겠지만 일반인의 관점에서도 '뇌'에 관한 정보는 참 흥미롭다.
프롤로그의 분량이 꽤 길지만 읽는 것을 추천한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환자들의 이야기는 모두 실제라고 한다. 또한 그 환자의 증상마다 기술하고 있는 강력한 신경과학의 기술들은 임상과 실험을 거쳐 논문으로 발표된 자료에서 가지고 온 설명들이므로 신뢰할 만하다고 하겠다. 이 책의 저자인 칼 다이서로스는 광유전학의 창시자라고 한다. 이 책을 읽다가 알게 된 분야이었는데 본문 글에서도 광유전학에 대하여 잘 설명해 놓아서 읽다 보면 광유전학 기술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어렴풋이 알게 해 준다.
본문으로 들어가면 각 챕터마다 시작하기 앞서 다른 책에서 인용된 글귀를 만날 수 있다. 순서상 이 글을 먼저 읽게 되는데, 본문에서 만나게 될 환자의 증상을 설명하는 마중 글로서 역할을 한다. 나 같은 경우는 그 챕터에 해당하는 본문을 읽고 난 후에 다시 도입부에 쓰인 그 인용 글을 읽었는데, 그 인용 글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이 더 선명하게 다가와서 좋았다.
각 챕터마다 다루는 병증이 있고 그 병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등장한다. 이 책은 정신의학과 신경의학 분야를 아우르는 것이 분명한데, 그 병증이 드러난 환자들에 대한 정신의학적 분석과 신경의학적 분석을 함께 내놓기 때문이다.
읽다가 흥미로웠던 점은 환자와 상담할 때 그 환자의 상황이 고스란히 감정이입이 되는 경우 저자가 꽤 힘들어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되도록 생각을 차단하는 방법을 사용하지만 어떤 때는 자신도 치료받아야 할 때도 있다고 쓰고 있다.
심리상담을 전공한 사람들이 내담자와의 상담을 마친 후에 또 다른 슈퍼바이저와의 상담을 통해 자기감정을 추스려야 다시 내담자와 건강한 상담을 지속할 수 있듯이 이 분야의 의사들도 그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소개 글을 처음 읽었을 때는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떠올렸다. 하지만 그 책과는 조금 다른 결로 '뇌'를 이야기한다. 가장 큰 차이점은 '서사'보다는 '원인과 증상'에 대한 의학 분야의 설명이 더 많아 좀 더 전문 분야의 책을 읽는 느낌이었다. 또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병증과 그 실제 환자들의 상황은 정말 가슴 울리는 부분도 많았다.
이 한 권의 책으로 신경과학 분야의 여러 가지를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