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말이 곧 당신의 수준이다 세계철학전집 7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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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펼치면 프롤로그에 앞서 비트겐슈타인의 유명한 명제인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라는 글귀를 마주하게 된다. 이 주장을 논리적으로 설명해 놓은 것이 이 책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이 명제는 인류학자 사피어와 언어학자 워프가 주장한 언어가 사고를 결정한다.’라는 가설을 떠올리게 했다. 이 두 주장은 표면적으로 비슷해 보인다. 언어적 형식이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그러했다. 하지만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자이지 언어학자로 불리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두 주장은 초점부터 차이가 있다. 사피어-워프 가설이 언어학적 관점이라면, 비트겐슈타인은 언어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의 한계를 철학적으로 분석해 놓은 것을 알 수 있는데, 이 책이 계기가 되어 그 차이점을 좀 더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로운 시간이 되었다.

 

비트겐슈타인은 언어는 사실들의 세계만 재현할 수 있다.”라고 보았다. 여기서 세계는 사실들의 총체이지, 사물들의 총체가 아니며, 세계는 사태들로 분해된다.”라고 말한다. 본문은 비트겐슈타인의 주장을 엮어서 독자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고 있다. 몇 문장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언어의 한계는 단순한 어휘 부족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의 틀, 인식의 폭, 상상력의 경계를 함께 포함한다... 내가 어떤 단어를 쓰며 살아가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자신의 언어를 넓히는 일에 주저하지 말자.”(17,18) “만약 자신의 세계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먼저 사물이 아닌 사실을 보길 바란다.”(22)

 

본문의 여덟 챕터 모두 흥미로웠지만 삶에 적용하는 비트겐슈타인 철학편은 생각거리를 많이 던져 주었다. 이 챕터 내용 중 한 가지를 적어 보자면, 비트겐슈타인은 침묵에 대해서 확실한 주장을 펼친다. “말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만 한다.”(172) 우리 속담에 침묵은 금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이 현재도 그 핵심적 가치를 잃지 않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실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침묵으로써 과 같은 결과를 내고 싶지만, 불필요한 말로 곤경에 빠지거나 관계를 망친다. 본문은 이 침묵과 관련하여 이렇게 말한다. “말은 사라지지만, 그 말이 남기는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상황을 다 알지 못할 때 침묵하고, 화가 났을 때 침묵하고, 정확하지 않으면 침묵하고, 들어야 하는 사람이면 침묵하고,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침묵해라. 말해야 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를 아는 것은 그 누구보다 현명한 사람이다.”(174)

그렇다면 말해야 할 때는 언제일까? 이 책에서 그 답을 찾자면, 비트겐슈타인의 명제 그림이 현실을 묘사하려면, 그림은 현실과 무언가를 공통으로 가져야 한다.”를 다루는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 무언가 말을 할 때는 그 말을 현실로 만들 수있어야 한다. 이는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말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는 그 말을 생각했을 때부터 실천할 의지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자기가 한 말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이 신뢰를 얻는다고 쓰고 있다(39). 이러한 것을 일상에서 실천할 수만 있다면, 즉 비트겐슈타인의 주장에 따라 자기 세계를 사물이 아닌 사실로 바라보고 자기 언어를 현실로 만들어 가는 삶의 자세를 갖춘다면, 신뢰받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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