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의 기술 - 세상을 움직이는 거짓말쟁이들의 비밀
마셀 다네시 지음, 김재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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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지닌 온갖 능력 중에서 가장 파괴적인 능력으로 ‘거짓말’을 꼽는 이유를 이 책은 조목조목 밝히고 있는데, 그 파괴적인 능력을 ‘거짓말쟁이 군주’로 일컬을 수 있는 무솔리니, 히틀러 그리고 트럼프를 들어 대중을 어떻게 선동하여 어떠한 악영향을 끼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정직하고 진심 어린 태도를 갖춘 군주보다 위장과 거짓 술수에 능한 군주가 사람들에게 추종을 얻어내어 위업을 달성한다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그들 ‘거짓말쟁이 군주’들의 이론서로 작동하며 특히 도널드 트럼프는 시대에 앞선 대표적 ‘거짓말쟁이 군주’들의 행태를 표방하여 능수능란하게 대중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을 때 참 어처구니없었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 대통령이 되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미국 유권자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어떻게 하면 대중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 맹목이 되도록 만들 수 있는지를, 이 책은 트럼프의 언행을 예로 들어 쓰고 있다. 물론 이 책이 트럼프만을 논의의 대상으로 두고 있지는 않지만, ‘거짓말 군주’로서 주요 대상임은 분명하다고 할 만큼 많은 부분에서 다루고 있다.


트럼프가 자신의 이름으로 펴낸 <거래의 기술>이라는 책조차 자기가 쓴 책이 아니라는 것도 놀랍다. 하지만 여전히 <거래의 기술>은 트럼프 이름으로 서점에서 소비되고 있다. 거짓이 한 번 뿌려지면 이후에 진실이 밝혀져도 이미 흘려진 거짓이 완전하게 사라지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이용한 편법 전략이 넘치는 현대사회의 일면이라 씁쓸하다.

트럼프는 자신이 펼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거짓말의 기술’을 사용하여 ‘군주’에 올랐으며 그 위치에 서 있을 때조차 끊임없이 그 기술을 사용하였다. 더구나 자신의 외모와 몸짓, 드레스 코드조차도 “쇼”의 일부였으며, 화두는 작화로 대중을 부추기고, 터무니없는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미국인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무섭도록 치밀하게 만들어진 공연에 대중들은 진실을 놓친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참 심란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대안 사실’, ‘이중 언어’, ‘날조된 주장’, ‘가짜 뉴스’, ‘가스라이팅’, 언어적 무기로 사용되는 ‘부인, 전가, 회피’, ‘과장된 쇼맨십’, ‘기만’ 등의 거짓말 기술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마주하기 때문이다. 선동하는데도 그것이 선동인 줄을 모르고, 음모론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속임수와 시치미를 분별하지 못하고 뻔히 보이는 실제 상황에서도 수없이 감정에 호소하면서 발뺌하는 행태에 다시 음모론이 펼쳐지는 사회다. 이러한 ‘거짓’은 소셜 네트워크를 타고 순식간에 퍼지고 추후 진실이 밝혀지더라도 그게 진실로 다가가지 못하도록 또 다른 거짓말이 퍼지는데 소셜미디어가 한몫한다는 점에서 인터넷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거짓’을 깨뜨릴 수 있는 것은 ‘진실’과 그 ‘진실’을 밝힐 ‘논리적 근거’이므로 사회 전반에서 ‘진실’이 ‘진실’임을 확연하게 밝혀줄 장치가 반드시 마련되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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