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심연 속으로
앤서니 데이비드 지음, 서지희 옮김 / 타인의사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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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증과 관련되어 저술한 책을 읽을 때마다 '뇌'가 얼마나 복잡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지 놀라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각 뇌의 영역마다 가지고 있는 그토록 복잡한 기능들이 인간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정신병증의 원인은 다양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요인 등이 연관되어 이상 증상을 보이게 되는데, 눈에 드러난 상처를 꿰매듯 그렇게 치료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치료 또한 쉽지 않은 것이 정신 질환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일상적 삶을 어느 정도는 되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몸의 질환과 마찬가지로 정신 질환도 적극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영국 UCL 정신 건강 연구소 소장인 앤서니 데이비드의 임상 사례를 담고 있다. 의사들이 환자들의 진찰 기록과 치료 과정을 공개할 수 없기 때문에 여기에 실린 사례 속 환자들은 개별적 특징을 서로 합쳐서 독자로 하여금 누군가를 특정할 수 없도록 한 후에 실었다고 한다. 물론 그 정신병증에 관한 사례는 실제 사례를 끌어다 썼기 때문에 매우 구체적이면서 실제적으로 다가왔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의 이해 격차를 메우기 위한 것이 책을 펴낸 목적이라고 저자도 쓰고 있듯이 이 책에 실린 사례를 통해 비슷한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질환을 가진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러한 정신병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가족들에게도 상당한 도움을 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조현병, 우울증, 섭식 장애, 이인증 등의 정신 병증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사례로 제시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병명으로만 헤아리고 있었던 그들의 고통이 매우 세밀하게 느껴져서 안타까웠다. 특히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된 병증이 '이인증'이었다. 뇌 손상으로 인해 자신이 자기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자기가 맞닥뜨리는 세계가 진짜 세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교통사고로 인한 뇌의 손상이 건강한 사람을 이렇게 사고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뇌가 얼마나 인간의 인지 사고 체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되기도 했다.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싣고 있는 뒤르켐의 사례에서, 자기 스스로 작은 어려움조차 해결해 나갈 수 없도록 어렵게 돼버린 사회 상태가 원인이 되어 사람들이 자살을 한다는 내용의 글이 와닿았다. 그러므로 전쟁과 같은 극심한 불안정 환경 속에서 되레 자살자는 잘 나오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흥미로웠다.


이 책은 정신병증에 관한 전문적 지식이 전혀 없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매우 쉽게 뇌의 질환에 대하여 쓰고 있다. 책에서 사례로 다루고 있는 환자들마다, 개개별로 가지고 있는 병증의 다양한 원인과 치료 과정, 그리고 예기치 않은 사건 등으로 이어지는 내용을 따라 읽다 보면, 현대 정신 의학이 참 많이 발전했다는 것과, 정신병증의 환자들이 자신의 증세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라도 그들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으려면, 정신과 의사로서의 소명을 가지고 환자를 대하는 훌륭한 의사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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