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뇌 - 뇌과학이 발견한 기억의 7가지 오류
대니얼 샥터 지음, 홍보람 옮김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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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연세가 늘어날수록 그것에 반비례하여 줄어드는 것이 부모님의 기억력이라는 생각을 하는 요즘이다. 건망증이 심해지셔서 간혹 다른 병이 아닐까 의심스럽기도 했는데, 병증 상태와 단순 건망증 상태를 비교하는 글을 읽고는 안심했더랬다. 정보가 주는 것이 불안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안심을 준다는 점에서 지식 정보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생활에서 여러모로 위로가 된다는 생각을 해본다.

심리학과 뇌과학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보니 책 제목에 '뇌'가 들어가는 도서를 보면 우선적으로 목차를 훑게 된다. 이 책의 목차를 보면서 느꼈던 첫 번째 생각은 우리가 '기억'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하여 평소에 가지고 있던 여러 가지 생각들을 모두 다루고 있다고 점이다.


이 책은 기억의 기능 저하로 오는 오류를 7가지로 분류하여, 소멸, 정신없음, 막힘, 오귀인, 피암시성, 편향, 지속성에 대하여 그 특징과 문제의 원인을 이야기한다. 7가지 오류의 목록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간혹 혹은 자주 범하는 기억 오류들이다. 그 문제의 원인을 안다면 대안 혹은 해결책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을 꼽자면, 그것은 실제 벌어졌던 사건 일화를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억의 오류와 관련된 사건들을 접하면서 놀랍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어처구니없기도 하다 보니 졸릴 새도 없이 이 책을 줄줄 읽게 만드는 비결이 그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거기다가 기억의 오류들은 대부분 나 자신도 겪었던 일들로 종종 제시되고 있어서 나의 오류 현상(?)과 대조하면서 읽기도 했다.


흥미롭게 읽었던 몇 부분을 소개하자면, 기억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그것에 좋은 제품을 섭취하기 보다는 기억하기 위한 정교한 부호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시간을 쓰는 것이 낫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독자들이 많이 수긍한다면 약초와 비타민 등의 판매가 조금 하락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하.

기억을 정의하는 문장이 마음에 와닿기도 했다. "기억은 우리가 누구인지를 정의하는 과거의 생각과 행동을 현재의 우리와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본문 77쪽)이라는 글이 그것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곧바로 과거가 되지만, 그 과거를 연결하는 기억이 없으면 현재의 생각과 행동조차 그 의미가 사라지겠다는 생각이 들어 섬뜩했다.

또, 가끔은 자동차 열쇠나 스마트폰을 둔 위치를 기억 못해서 한참 찾는데, 이러한 오류를 막으려면 효율적인 기억 보조 장치를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도 도움이 되었다. 정신없음과 관련되어 소개된 사건은 정말이지 안타까웠다. 평상시와 달랐던 부모의 오전 일정이 자녀의 죽음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것이 어떤 정책과 연결이 되었다는 것인데, 이 글을 읽으면서 정부에서 정책을 내놓을 때 여러 각도에서 정말 많이 숙고해 보고 정책을 입안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기억 관련하여 좋은 팁도 많이 얻었다. 학생들에게 강의 중간에 퀴즈를 내면 학생들의 집중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마음 방랑'이라고 명명한 '딴 생각'을 잡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되었다. 그 외에도 오귀인에 따른 문제 상황들은 흥미롭지만 조금 무섭기도 했다. 인간의 기억이라는 것이 이렇게도 오류가 많다 보니 그에 따른 문제점도 많았기 때문이다.

'기억'에 대해서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공 기관에서는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거기에 맞춰 현명하게 정책들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원인을 규정하지 못한 것과 관련하여 심리학과 뇌과학 분야의 연구도 더 많이 이루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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