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나사의 회전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6
헨리 제임스 지음, 민지현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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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기의 끝을 세기말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세기말'이라고 하면 19세기 말을 지칭하기도 한다. 19세기 말은 염세적이고 퇴폐적인 사회 풍조가 문학, 예술, 사상 전반에 흐르던 시기다. 한 세기가 끝날 무렵에 나타나는 심리적인 불안증은 그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병적으로 나타나 세기말적 현상으로 불리기도 했다.

19세기 초, 문학 장르 중에는 고풍스러운 성을 배경으로 유령과 같은 기괴한 사건을 다루어 공포감을 조성하는 고딕소설이 유행했는데, <나사의 회전>은 1898년, 세기말에 발표된 중편소설로서 고딕소설에 해당한다. 고딕소설이 그러하듯 <나사의 회전>의 배경도 웅장하고 멋진 성이 등장한다. 그 성을 떠도는 유령이 있으며, 그 유령을 보는 가정교사의 심리적인 압박이 점증적으로 가해지며 공포감을 조성한다.


결말이 꽤나 충격적이다. 이 책을 읽지 않는 분들을 위해 스포일러는 하지 않겠지만 솔직히 결말을 알고 본다고 해도 <나사의 회전>이 던지는 그 애매함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나사의 회전>이 독자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 해석을 낳게 하는 이유는 바로 그 애매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양한 해석이 이 작품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문학은 독자들의 경험, 지식, 사회적 환경 등에 따라 해석되어 읽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사의 회전>은 정말 애매하다. 이 애매함은 소설 전반에 흐르는 사건에 대해 그 원인과 진위 등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주어진다. 매우 불친절하게 느껴지지만 그래서 더욱 흥미진진하기도 하다.


어느 날 가정교사 앞에 느닷없이 나타난 두 명의 유령, 그리고 그 유령에 의해 조종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가정교사의 행동과 심리 묘사. 1인칭 '나'로 쓰인 가정교사의 심리를 그 의식의 흐름 따라 쫓아가다 보면 공포와 마주할 때 압박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제대로 된 설명이 없이 사건들은 이어지고, 그 사건들은 등장인물 간의 모호한 대화를 중심으로 풀어간다. 워낙 인물 간 대화가 화제를 두루뭉술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더욱 주목하여 읽게 되지만, 그렇다고 상황을 명확하게 짚어내지 못한 채 종결까지 이어지게 된다. 소설의 결말이 주는 허무함과 안타까움으로 마지막 페이지에서 손을 떼기 쉽지 않았는데 헨리 제임스가 그렇게 의도했다면 매우 성공적인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나사의 회전>같이 등장인물, 사건, 결말 등에 관하여 다양한 해석을 불러내는 소설은 독서토론하기에 좋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 지인들 모임에서 한 번쯤 이 작품으로 토론하게 된다면 같은 작품을 읽고 얼마나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는지 알게 되는 흥미로운 시간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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