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보는 난중일기 완역본 - 한산·명량·노량 해전지와 함께
이순신 지음, 노승석 옮김 / 도서출판 여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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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의 친필로 쓰인 <난중일기>는 대한민국 국보 제76호로 지정되어 있는 문화재이면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기록물이다. 모두 8권의 책으로 구성된 <난중일기>는 참전 중에 쓴 일기로서 전쟁에 직접 참전한 최고 지휘관이 전쟁 일기를 쓴 것은 세계 역사상 그 유례가 없다고 한다. 어디 <난중일기>의 의의를 그것에서만 찾을 수 있겠는가. 23전 23승이라는 무패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전략과 전술에서도 놀라운 기지를 펼친 이순신 장군에 대한 세계 해상 제독들의 찬사는 언제 들어도 뿌듯하다.

이순신 장군을 칭할 때 영웅을 넘어서 '성웅'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나라가 위험할 때 전승이라는 수훈을 거둔 구국의 영웅일 뿐만 아니라 가치관, 태도, 충성과 효성, 가족애, 전우애 등 인간적인 표상으로서도 본보기가 되는 인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는 기록물 중 하나가 <난중일기>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와닿았던 것은 위태로운 전란 중에 꼭 필요한 지휘관으로서의 이순신 카리스마이다. 필요할 때는 적시에 효과적인 지시를 하고, 도닥여야 할 때는 보듬어 주고, 기다려야 할 때는 기다려 주는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이순신 장군의 또 다른 모습은 지극한 효심을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다. 이순신 장군의 효심은 워낙 많이 회자하기도 해서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일기에 자주 어머니를 걱정하며 남긴 한두 줄 문장들에서 그의 진정성이 느껴졌다. 이순신 장군을 대하는 어머니의 태도 또한 놀랍다. 어머니를 뵙고 물러 나오는 이순신에게 "잘 가거라. 부디 나라의 치욕을 크게 씻어야 한다."고 하면서 타이르시기까지 하고, 아쉬워하거나 혹은 전장에 내보내면서 걱정하는 심정조차 보이지 않고 탄식하지 않으셨다니(142,143쪽), 참 대단하신 분이 아닌가. 이 대목을 읽을 때는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도 떠올랐다. 아들에게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라고 말했던 그 어머니가 키워낼 수밖에 없는 독립운동가의 표상처럼 이순신 장군 또한 저와 같은 어머니가 계셨기 때문이란 생각을 했다. 그러한 어머니의 죽음을 전해 들었을 때 얼마나 가슴 아팠을까 싶다. "달려 나가 가슴을 치고 발을 구르니 하늘의 해조차 캄캄해 보였다."(332쪽)라고 남겼다. 또한 아들의 전사 통보에 대한 아버지로서의 찢기는 마음을 "간담이 떨어져 목 놓아 통곡"(396쪽)했다고 적어 놓은 일기는 읽으면서 울컥했다.


<난중일기>에 가장 많이 쓰인 글은 날씨다. 어떤 날은 내용도 없이 날씨만 적혀 있기도 했다. 관습적으로 그냥 적는 것인지, 아니면 이렇게 꼬박꼬박 적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궁금해하다가 일기의 어느 대목에서 그 이유를 가늠해볼 수 있었다. "... 연일 비가 내려서 적들이 물에 막혀 독기를 부리지 못하게 한 것을 보면..."(118쪽)이라는 글에서 전투에 임할 때 중요한 날씨인 만큼 매일매일 이순신 장군이 민감하게 살폈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보는 난중일기 (완역본)>은 어려운 한자도 없고 관직 옆에 실명을 달아 놓아서 읽기 편했다. 이순신 장군의 자[字]인 여해[汝諧]가 출판사 이름이기도 해서 눈길을 끈다. 본문 들어가기 전에 컬러 도판도 볼 만하다. 일기에 기록된 글을 통해 이순신 장군의 가치관, 태도, 생각, 정서, 생활 방식, 취미, 사회적 관계 등을 포함하여 생생한 전장의 상황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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