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명화로 보는 셰익스피어 - 베스트 컬렉션 5대 희극 5대 비극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은경 옮김 / 아이템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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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리면 셰익스피어보다도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다. 1996년 제작된 영화이니 25년 전 로미오 역을 소화했던 ‘레오’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책의 표지 한가운데 가장 큰 사이즈로 실린 ‘로미오와 줄리엣’ 작품을 보면서부터 떠올린 이미지였다. 그런데 줄리엣의 이미지는 ‘올리비아 핫세’였다는 점. ㅋㅋ 검색해보니 1968년 제작된 영화로, <로미오와 줄리엣> 영화의 줄리엣 역할을 했다. 이 영화를 보지는 못했다. 그런데도 줄리엣은 1968년 배역 배우로, 로미오는 1996년 배역 배우로 내 머릿속에 이미지화되었다는 것이, 어쩌면 이 희곡 작품을 읽을 때 묘사되는 그들의 모습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라며 나름의 정의를 내리기도 했다.


책은 500페이지가 넘는 볼륨 자체도 있지만, 종이 재질로 인해 무게 자체가 상당하다. 이 종이를 사용한 것은 명화의 색상을 선명하게 담아내기 위한 선택이었던 듯하다. 무거워서 가방에 넣고 다니기는 어려웠지만, 읽으면서 명화를 감상하기는 참 좋았다.

10편 작품 모두 원작 장르는 희곡이다. 비극 편에 실린 5편은 희곡으로 모두 읽었던 작품들이고, 희극 편에 실린 5편은 희곡이 아닌 이야기책으로 읽었더랬다.


이 책은 희곡의 대화 형식과 소설의 서술 형식을 번갈아 가며 사건을 전개해 나간다. 그 작품의 주요 장면들(예를 들면 <햄릿>의 경우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대사가 있는 장면)은 희곡의 대화 형식으로 구성했다. 사건을 전개할 때는 서술 형식으로 쓰고 있어서 작품 내용 전체를 조망하는데 효과적인 듯하다. 아쉬운 점은 희곡작품을 읽을 때면 대사와 행동 지시문만으로 인물의 성격과 작품 전체에 흐르는 정서를 감상하기 때문에, 작품 감상과 해석의 몫이 오롯이 내가 되지만, 이 책은 편역 자의 해석이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자칫 원작의 느낌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셰익스피어가 쓴 희곡 중 가장 긴 희곡은 <햄릿>이다. 이 작품 주인공인 햄릿에게 우유부단함의 전형성을 입혀준 사람은, 인간의 성격유형을 햄릿형과 돈키호테형으로 나눠 제시했던 이반 투르게네프라 하겠다. 물론 <햄릿>을 읽은 독자가 햄릿을 우유부단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작품 안에서 직접적으로 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 또한 독자의 몫으로 두었으면 좋았을 텐데 본 책에서 ‘우유부단함’으로 햄릿을 명시하고 있는 것은 조금 아쉽다. 서술 형식으로 구성하다 보니 어쩔 수 없다 해도 독자의 시각으로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도록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명화는 정말이지 다양하게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다양한 화가들의 작품으로 인물의 모습, 표현법, 색채 묘사 등을 비교하거나 인물의 복식을 살펴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거의 페이지마다 실려 있는 삽화와 함께 작품을 읽다 보면 극의 한 장면을 현재 보고 있는 듯 현장성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루벤스의 <리어왕>의 작품(154쪽)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역시 루벤스!’라고 감탄하면서 보았다. 또 외젠 들라크루아가 셰익스피어 작품을 담은 명화를 많이 그렸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그 유명한 ‘발코니 장면’은 다양한 화가들의 작품들로 채워져 있어서, 화가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묘사하는 색다른 시각을 포착하여 비교하는 맛이 있었다.


이 책은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서도 가장 회자되는 비극 5편과 희극 5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10편의 작품을 ‘명화’와 함께 엮어 읽어나갈 수 있도록 페이지 곳곳에 삽입된 작품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희곡작품이기 때문인지 ‘명화’의 역할이 ‘무대 위 한 장면’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명화 그림으로만 한정되어 있지 않고 실제 무대 장면을 담은 사진, 영화 속 한 장면 등도 포함되어 있어 좋았다. 각 작품 제목이 쓰인 시작 페이지에서는 조각을 만날 수 있다. 부조를 포함하고 있는데,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제외하고 모든 작품의 시작 페이지에 실린 조각 작품들 어떻게 찾았는지 흥미롭다. 그 페이지에는 그 작품을 대표할 만한 작품 속 명대사 한 줄도 만날 수 있다. 구성면에서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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