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 지금 우리 시대의 진짜 간신은 누구인가?
이한우 지음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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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신과 간신은 임금이 만든다.’

이 문장은 본 책 들어가는 말에 쓰인 글로, 전체 내용을 아우르는 문장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다. 충신이든 간신이든, 그들의 사회적 위치는 왕이 아닌 신()이다. 권력의 정점에 있지 아니하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그들 신하로 하여금 임금만큼의 권력을 휘두르게 만든 것도 임금이요, 임금 자신이 두려워할 정도의 권력까지 쥘 수 있게 만든 것도 상황을 제대로 여미지 못한 임금의 허점일 터이다. ‘임금이 눈 밝고 귀 밝아야 한다. 그것이 총명이다(부록, 240).’에 쓰인 글처럼 임금의 자질이 그러해야, 간신(奸臣)은 임금 주변에서 자신의 자리를 꿰찰 수 없게 된다.

 

저자는 한나라 유학자 유향의 저서 <설원>에서 정의한 여섯 가지 간신의 유형을 조합하여 일곱 간신(찬신, 역신, 권간, 영신, 참신, 유신, 구신)의 유형을 제시한다. 본문은 중국 역사에 등장하는 간신들과 함께 우리 고려사와 조선사의 간신들을 함께 그 유형별로 다루고 있다.

고려시대 최악의 간신으로 다루고 있는 이자겸찬신-나라를 무너뜨린 간신에 분류했다. 이자겸의 외적인 풍모는 온화하고 맑았다는 평이 사신에 의해 쓰였다 해서 놀라기도 했다. 필요하다 싶으면 마음을 얻기 위해 얼굴색을 바꾸면서도, 전횡을 일삼아 왕조차 꺼리게 만든 인물이었다 한다.

송나라 학자 진덕수의 <대학연의>에 나오는 간사한 자가 주군을 옭아매는 실상에 대한 일곱가지 유형을 오늘날에 맞게 저자가 재구성한 일곱 유형 또한 인상 깊다. 진덕수의 그 책은 조선시대 세종, 중종 때에 간행된 책으로 조선 임금들이 필히 읽었을 책이다. 그럼에도 이후 왕들이 간신을 구별하지 못했던 것은, 임금의 총명이 사라져 자신의 귀를 즐겁게 하는 간신의 말을 충언으로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의 왕 중에서 매우 총명하다고 일컫던 정조 또한 자신의 즉위를 돕고 영조의 총애를 등에 업은 홍국영이라는 영신-임금의 눈과 귀를 멀게 하는 간신을 남겼으니, 총명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일깨운다. 자질이 있는 임금이더라도 참신-임금의 총애를 믿고 동료를 해치는 간신의 농간으로 무너지는 간신술의 위험성을 논하면서 광해군과 이이첨을 다룬 내용도 흥미로웠다.

마지막으로 꽤 흥미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죽과 밥만 축내는 무능한 신하-죽반승으로 조선 실록에 이름이 올라 있는 상진이라는 인물이다. 이 인물에 대해서 저자는 현대적 맥락으로 재평가 하는데, 그의 행동과 태도를 현대 관점으로 보면, 죽반승은 아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 했다고 한다. 시대별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평가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어떤 사람을 간신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어려운 일일 뿐만 아니라 조심해야 한다. 자칫 한 사람의 인격 전체를 말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부록, 239)’

저자는 진덕수의 간신 식별법을 논하면서 위와 같이 말한다. 매우 수긍되는 말이다. 동서고금, 어느 시대에도 간신이 없을 수는 없다. 현대 사회에도 마찬가지다. 본문 내용 중에 나오는 간신이라 일컫는 사람들 중에는 처음의 마음과는 다르게 그 권력적 위치가 사람을 망가뜨리는 상황을 보게 된다. 그러므로 총명함은 공생적 관계를 형성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자질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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