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이십사번화신풍 - 봄바람, 봄꽃, 봄놀이
천상아 / 달시루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십사번화신풍이라는 말은 이 책 제목을 통해 처음 접했다. 책을 읽다가, 이 말을 검색해보았는데, 표제어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등록되어 있어서 놀랐다. 개념 정의가 소한(小寒)에서 곡우(穀雨)까지 이십사후(二十四候) 사이에, 닷새마다 새로운 꽃이 피는 것을 알려 주는 봄바람.”으로 된 명사(名詞). 이 책에는 좀더 자세히 설명한다.

소한에서 곡우까지는 8절기(소한, 대한, 입춘,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이고, 닷새를 1후라 하며, 3(15)가 한 절기가 된다. , 절기마다 봄바람이 3번 불고 8절기 동안 봄이 이어지니 모두 24번의 봄바람이 불어온다(머리말 중에서).”

이십사번화신풍의 유래는 중국 남조시대 저술된 <형초기>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그러하다보니 24번의 봄바람에 따라 개화하는 꽃 이야기를, 중국에서의 절기와 꽃을 소개하고 한국의 꽃을 함께 비교하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24가지 꽃을 만날 수 있는 이 책은, 꽃 사진과 함께 꽃을 설명하고 그에 따른 관련 설화나 일화 등을 다루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 한시와 우리나라 고전시가나 현대시 등을 함께 만날 수 있어서 더욱 즐겁게 읽었다.



동백꽃에 관한 서술 중, 동백기름이라고 불렀던 기름이 동백꽃나무가 아닌 생강나무 열매에서 짠 기름이라는 것을 알고서 놀라기도 했다. 이제껏 오해하고 있었다니! 특히 동백꽃 떨어지는 모습을 절묘하게 비유한 문정희 시인의 <동백> 시에 매료되었다. 시 전문을 찾아서 읽어보기도 했다. 수선화는 추사 김정희가 매우 사랑한 꽃이라고 한다. 이후로는 수선화를 보면 추사를 떠올리게 될듯하다. 유리왕의 <황조가>를 읽을 땐, 그 고대가요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앵두나무와 시간적 배경이 되는 3월 초순까지도 머리에 그려질 듯하다.

장미에 관련된 글에서는 장미전쟁을 다루고 있는데, 30년 동안 이어진 두 가문(랭커스터가 문장은 붉은 장미, 요크가 문장은 흰 장미)의 전쟁이 결혼으로 합쳐지며 일단락되면서 튜더 왕조가 탄생되었다는 것과, 두 장미를 합친 문장이 튜더 왕조의 문장이라고 해서 정보를 찾아 보기도 했다. 붉은 색과 흰 색의 장미를 절묘하게 결합한 문장이었다.

중국 한시는 당 현종과 양귀비 관련한 글이 흥미로웠다. 조선시대 기생을 가리켰던 해어화(解語花)’라는 말이, 당 현종이 양귀비를 가리키며 한 말이라는 것과 이후 중국에서는 미인을 뜻하는 말로 자주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기름오동꽃에 관한 글 중 오죽헌의 오죽에 꽃이 피었다는 글을 읽고 사진으로나마 오죽의 꽃을 찾아보게 되었다. 오래 전 오죽헌에 들렀다가 세죽(細竹)만 보고 왔던 적이 있는데 그 검은 대나무가 꽃을 피웠다니 참 놀랍다. 대나무 생태에 대해서 알게 된 점도 좋았다.

가장 짧은 화기(花期)를 가진 의 꽃 글을 통해서는 달밤의 밀밭이 왜 그리 예쁘다하는지 알게 해주었으며, 조선 관기 홍랑의 시조 시구 중에 임에게 보내는 가지가 왜, 그 많은 꽃가지들 중에서 버들가지를 선택했는지도 알게 해준 버들개지가 내포하는 사연도 흥미로웠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우리의 고전시가를 접할 때 꽃과 관련된 정서가 좀더 구체성을 띄게 되었다.

처음엔 화풍(華風)의 정보에 를 이야기하고 있어서 융합적인 주제 엮음으로 생각하고 읽었는데, 읽다보니 시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화풍과 꽃 사진을 통해 실제의 모습을 아는 것이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알게 되었다. 꽃들이 어떤 환경에서 피고 또 어떤 모습으로 지는지를 알게 되면서, 꽃과 관련된 짧은 시구를 읽더라도 그 시구의 배경으로 담겨 있을 풍경이 그려진다. 중국 한시(漢詩)나 우리의 시가(詩歌)에 등장하는 꽃들의 자태와 향취에 대해 그 이해의 폭을 넓혀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