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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에게 배우는 생존의 지혜 - 인간을 뛰어넘는 적응력의 비밀
송태준 지음, 신지혜 그림 / 유아이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이 책은 그 작은 몸뚱이로 생존을 위해 펼치는 곤충의 여러 가지 특성을 통해 우리가 그 안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머리, 가슴, 배, 더듬이’라는 곤충을 떠올리게 하는 어휘를 사용하여, 각 챕터로 나눠 주제별로 다루고 있다. 학습에 관하여, 마음을 다스리는 것에 대하여, 자존감과 자기 확립 그리고 사회관계 속에서의 기술 등이 그 주제라 하겠다.
곤충 박사답게 책에서 다루고 있는 곤충들 중에는 처음 알게 된 희귀한 곤충들도 있어, 새롭게 알게 된 곤충들로 흥미를 자극했다. 또한 각 곤충마다 ‘곤충 박사의 비밀 수첩’이라는 글상자에 그 특성을 담았는데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내용들이여서 여간 흥미로운 것이 아니었다. 그 중 몇 가지를 적어보면,
개미귀신은 항문이 퇴화하여 번데기가 되기 전에 쌓인 배설물을 모두 배출해야 한다는 것, 군대개미에게 포위된다면 꼼짝 말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그 이유가 가만히 있는 물체는 군대개미가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 무당벌레가 겨울잠을 잔다는 것, 사마귀는 눈동자가 없다는 것, 잎꾼개미의 일개미는 턱 일부가 금속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자르기를 잘 한다는 것, 공벌레는 두 개의 더듬이 중 하나는 퇴화했다는 것(왜 그럴까?), 검은과부거미는 방울뱀보다 약 20배에 달하는 맹독을 가지고 있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곤충박사가 글상자에서 짤막하게 곤충생태의 특성을 다뤘다면, 본문에서는 정말 흥미로운 특성을 가득 실어놓았다. 동료의 얼굴을 구별한다는 쌍살벌도 놀라웠고, 말벌 여왕벌이 하나의 왕국을 갖기까지 철두철미 움직이는 이야기도 놀라웠다. 이 책에서 처음 접한 코노머마 개미는 전쟁분위기만 조성하고 상대개미들이 우왕좌왕 하는 사이에 먹이를 빼낸 후 병력을 철수시키는 전략으로 살아간다는 것도 놀랍다. 지은이는 이러한 곤충 생태를 우리 삶에 적용하여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군대개미가 놀라운 조직력으로 다리를 만들어 거뜬하게 강을 건너듯이 우리도 개념을 잘 응용하고 조합하여 새로운 방법들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여왕벌로 태어났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만의 왕국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독립적인 태도로 삶을 살아가는 말벌 여왕벌에게서 독립성과 준비성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바퀴벌레에 가깝다고 해서 깜짝 놀라게 했던 흰개미를 다루고 있는 페이지에서는 권력을 무너뜨릴 수 있는 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저자는 ‘곤충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로 자신을 소개하면서, 싫어했던 곤충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집 주변 곤충을 박멸하려고 그 특성을 공부하다 좋아하게 되었다고 하니, 무언가를 좋아하려면-저자에겐 ‘박멸’하고자 하는 마음이었겠지만 그 또한 관심으로 본다면-‘관심’을 끄는 일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모양이다. 나는 곤충을 아주 매우 싫어한다. 크거나 작거나 기거나 날거나 물거나 빨거나 상관없이 곤충이라면 질색이다. 단 하나의 예외가 나비인데, 밭에서 흔히 보는 배추흰나비와 같은 나비가 아니라 화려하고 예쁜 색을 자랑하는 나비 정도라 하겠다. 생활 속 주변에서 혹은 산이나 들에서 직접 맞닥뜨리게 되는 곤충을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곤충에 대한 책은 흥미를 가지고 들여다보기도 하는데, 그 다양한 군상들의 다양한 생태를 담아 놓은 책은 늘 호기심을 자극한다. 곤충의 개체수가 어마어마하고 총질량으로 따지면 전체 인구 따위 우습게 눌러버리는 곤충, 지은이도 머리말에 ‘지구의 모든 개미’와 ‘모든 사람’을 시소에 태우면 ‘수평을 이루거나, 개미가 올라간 쪽으로 기운다’라고 적고 있듯이, 직접 내 주변을 기거나 뛰면서 소름 돋게 하지 않는 한, 어마어마한 종류를 자랑하는 곤충의 다양한 이야기들은 얼마나 흥미진진한가!